주간동아 269

..

두루미 우아한 群舞, 메마른 가슴 적셔

  • 입력2005-03-15 13:1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두루미 우아한 群舞, 메마른 가슴 적셔
    철원평야는 예로부터 강원도 최대의 곡창지대다. 이곳에서 생산된 ‘오대미’는 차지고 밥맛이 좋아서 철원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유명하다.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광활한 철원평야는 절반 이상이 한국전쟁 이후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과 비무장지대에 포함되었고, 오랜 침묵과 팽팽한 긴장에 묻힌 그 땅은 이제 자유로이 비상하는 철새들의 낙원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철원평야에 날아드는 철새의 종류는 30여 종. 전세계적으로도 13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와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를 비롯해 독수리(천연기념물 제243호) 기러기 등의 겨울 철새들이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겨울을 나고 돌아간다. 철원평야의 탐조여행도 겨울철이 제격이다. 더군다나 이곳은 시야가 확 트인 데다 새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어디서나 철새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특히 눈 덮인 들판과 새파란 하늘을 무대삼아 펼치는 두루미와 재두루미의 우아한 군무(群舞)는 가슴이 메마른 도시인들에게조차 커다란 감동과 경이를 불러일으킨다.

    철원평야의 철새도래지를 찾아가기란 그리 수월치 않다. 우선 민통선 안에 위치해 있어 출입이 다소 어렵다. 민통선 안으로 들어갔다 해도 일정한 도로를 따라 이동하거나 특정장소에서만 차를 세울 수 있기 때문에 새떼를 찾아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니 일반인들은 노동당사 건물, 백마고지 전적지, 월정리역, 철의삼각전망대, 제2땅굴 등 철원 민통선 안의 안보관광지를 찾아가는 길에 차창 밖으로나마 떼지어 나는 철새들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조류보호협회(02-749-4747)의 철새모이주기운동에 참여하면 전문가의 조언과 함께 근접하여 새떼를 감상할 수 있다. 올 겨울에 철원평야를 찾는 날은 1월28일, 2월18일과 25일이며, 1회당 200명만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두루미 우아한 群舞, 메마른 가슴 적셔
    탐조여행은 도심에서 멀리 벗어나야만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서울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겨울철새를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서강대교 아래의 밤섬과 김포대교 부근의 하류지역은 겨우내 수많은 철새들이 머무르는 곳이다. 게다가 고방오리 쇠오리 청둥오리 등이 흔한 밤섬에서는 간혹 원앙이(천연기념물 제327호) 꿩 등의 텃새와 흰꼬리수리 황조롱리 등의 맹금류도 드물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으므로 서강대교나 여의도시민공원에서 망원경이나 필드스코프를 통해 관찰해야 한다. 한강 하류지역에는 어디나 흔한 오리류와 기러기류 이외에도 재두루미 같은 ‘진객’(珍客)이 가끔 눈에 띈다.

    서울에서 승용차로 1시간 안팎의 거리에 있는 강화도도 탐조여행을 즐기기에는 제격이다. 강화도 남동해안의 드넓은 개펄에는 칠게 통게 새우 갯지렁이 망둥어 등의 먹이가 풍부한 덕택에 겨울철마다 황오리 기러기 청둥오리 홍여새 등이 떼지어 날아들기 때문이다. 황오리는 길상면 초지진의 들녘과 습지에 많고, 기러기떼는 화도면 사기리와 길상면 장흥리 사이의 간척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영동지방의 해안에 인접한 화진포 송지호 경포호 등의 석호(潟湖)도 꼭 한번쯤 들러볼 만한 겨울철새 도래지다. 그중 화진포는 동해안의 여러 석호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답거니와 다른 곳에선 거의 볼 수 없는 혹고니를 만날 수 있다. 강릉 경포호에도 한때는 혹고니 고니 큰고니와 같은 고니류(천연기념물 제201호)가 해마다 어김없이 날아들곤 했으나 지금은 좀체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에 청둥오리 뿔논병아리 흰뺨검둥오리 넓적부리 갈매기 등 비교적 흔한 새들이 한가롭게 헤엄치거나 물가에서 쉬는 광경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여행정보

    철원평야의 철새도래지를 찾아가려면 먼저 철원군 동송읍 고석정 입구의 철의삼각전적관 사무소(031-455-3129)에서 민통선 출입증을 교부받아야 한다. 출입증의 발급시간은 오전 9시30분~오후 2시까지이며, 매주 화요일과 국경일에는 휴무다. 고석정 주변에는 파레스모텔(031-455-8816) 선파크모텔(031-455-9424) 향맥가든(031-455-8000) 승일회관(031-455-8787) 등의 숙박업소와 음식점이 있다.

    강화도의 초지진 인근에는 환우장(032-937-4984) 초지타운모텔(032-937-3011) 대선정(032-93-1907), 그리고 선두리와 지척에 자리한 전등사 주변에는 강화가족호텔(032-937-5701) 스위스모텔(032-937-4228) 등의 숙식업소가 여럿 있다.

    영동지방의 여러 석호는 유명관광지와 7번 국도에 인접해 있어 숙식을 해결하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