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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선대원군 묵란화첩’ 진짜냐 가짜냐

지난해 10월 첫 공개… 고미술계 진위 논란 갈수록 팽팽

‘흥선대원군 묵란화첩’ 진짜냐 가짜냐

‘흥선대원군 묵란화첩’ 진짜냐 가짜냐
흥선 대원군이 그렸다는 ‘석파도인유란도’(石坡道人幽蘭圖·일명 흥선 대원군 묵란화첩)는 진짜인가 가짜인가.

지난해 10월1일, 백선문화사 대표 이원기씨에 의해 공개돼 학계의 비상한 주목을 받았던 흥선 대원군 묵란화첩(이하 墨蘭畵帖)에 대해 고미술계에서 진위 논란이 일고 있다. 가로 30cm, 세로 70cm, 두께 3cm인 묵란화첩은 전체 10권으로 난초 그림 108점이 담겨 있다. 이씨는 중국을 오가는 한 한국인 무역상으로부터 묵란화첩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품은 공개 당시 일부 학자들이 “국보급 문화재로 전혀 손색이 없다”고 극찬했던 것과 달리 고미술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진품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묵란화첩’에 대한 진위 논란이 본격화된 직접적인 계기는 서울시의 감정 결과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의 의뢰를 받아 묵란화첩을 감정한 허영환 성신여대 교수와 이완우 서울시문화재전문위원은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허교수는 진품이라고 감정한 반면 이위원은 진품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감정한 것.

묵란화첩 소장자인 이원기씨는 “이위원이 묵란화첩에 찍혀 있는 낙관이 대원군 낙관과 다르다고 감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위원은 이에 대해 “감정 내용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며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문화재청에 감정을 의뢰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문화재청 판단이 해결책 될 듯



인사동 주변에서는 이런 내용이 알려진 이후 논란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진품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실물도 보지 못한 사람들이 묵란화첩을 가짜라고 떠들고 다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술사학자인 고려미술연구소 이양재 소장은 크게 네 가지 이유를 들어 ‘진품’이라고 주장한다. △108점이라는 대작을 가짜로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화첩의 표구 체계가 적어도 70년 이상 됐다 △난초를 그린 솜씨가 뛰어나다 △대원군의 낙관이 있다는 것 등.

그러나 많은 고미술계 인사들은 “진품이라고 보기에는 의문이 많다”고 주장한다. 이름을 밝히기를 원치 않은 한 고미술계 인사는 “현재까지 공개된 대원군 난초 그림은 전부 20개 정도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도 진품은 4, 5개 정도라는 것이 정설”이라며 “이런 상태에서 대원군 난초 그림이 대규모로 발견됐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 인사는 △대원군 그림으로 보기에는 수준이 낮다 △묵란화첩에 있는 글귀 여러 군데에 오-탈자가 있다 △묵란화첩을 소장했었다는 푸쩡샹(傅增湘)이 썼다는 감상문에 있는 한자어 이름의 글씨체가 다른 작품에 나와 있는 이름의 글씨체와 다르다 등의 의문을 제기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한 관계자도 “묵란화첩이 정말 대원군 것이라면 대원군의 솜씨가 형편없다는 얘기”라며 묵란화첩이 진품이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대원군의 예술 세계와 관련한 논문이 없는 것도 진품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묵란화첩에 대한 진위 논란은 쉽게 결론날 것 같지 않다. 소장자인 이씨는 “진위 여부에 대해 뚜렷하게 입장을 밝혀야 하는 사람들이 인맥 관계 등에 얽혀 소신껏 자기 의견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고미술계의 한 인사는 “일부 인사들이 진위에 대한 확실한 검증도 거치지 않고 언론을 통해 공개하는 방식으로 작품의 가치를 높여가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생겼을 때 진위를 명확히 판단해 줄 위원회나 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다.



주간동아 2001.01.25 269호 (p8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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