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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대통령 건강상태 공개… 큰코다친 주치의

미테랑 암 투병 등 책 속에 언급… ‘환자 비밀 안 지켰다’ 법원도 자격박탈 인정

前 대통령 건강상태 공개… 큰코다친 주치의

前 대통령 건강상태 공개… 큰코다친 주치의
“의사의 직업적 윤리규범은 국민의 알 권리나 국가 이성보다 우선한다.”

의사 구블레(Gubler)씨의 행정소송에 대해 지난해 12월29일 내려진 프랑스 최고 행정법원의 판결은 직업윤리를 강조하고 사생활 보호를 우선시하는 프랑스인들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의사 구블레씨는 1981년 5월부터 1995년 봄까지 14년간 재임한, 프랑스 역사상 최초의 사회당 소속 대통령 프랑수와 미테랑의 주치의사였다. 그는 미테랑이 전립선암으로 1996년 1월 초 사망하자 일주일 뒤 한 언론인과 공동으로 미테랑 재임기간의 건강상태를 자세히 언급한 ‘커다란 비밀’이란 책을 출간해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커다란 비밀’은 일반 독자들이 놀랄 만한 세 가지 사실을 포함하고 있다. 첫째, 미테랑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6개월이 지난 1981년 11월에 이미 전립선암에 걸린 사실을 알았고 둘째, 이때부터 미테랑은 자신의 병명을 국가적 비밀로 규정한 채 대통령궁의 공식적 건강기록부를 체계적으로 위조했으며 셋째, 임기를 몇개월 남겨놓고 있던 1994년 말부터는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 누워서 보내며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 책은 1996년 1월 출간되자마자 이틀 만에 3만3000부가 팔려나가면서 정치권은 물론이고 프랑스 사회 전체에 충격을 던졌다. 그러나 장례를 막 치른 미테랑의 미망인과 딸, 그리고 혼외 관계로 낳은 뒤 베일에 싸여 있다가 뒤늦게 장례식에 참가해 화제를 낳았던 또다른 딸 등이 책의 내용에 포함된 은밀한 가족사가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제기한 판매금지 요청이 받아들여져 출판 직후 시장에서 회수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장송의 한 사이버 카페가 스캐너 작업 후 책 전문을 인터넷에 띄우면서 수많은 네티즌들을 통해 책의 내용이 널리 확산됐다.



이때부터 구블레씨의 행동에 대한 찬반 양론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에서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한쪽에서는 그가 “어떠한 경우에도 환자의 비밀을 지킨다”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어겼다고 비판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국민이 알 권리가 있으며, 한걸음 더 나아가, 구블레씨가 한명의 개인으로서 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갖는다고 그를 옹호했다.

이 논쟁은 일단 1997년 4월에 수면 아래로 잠복했다. 지역 의사협회에서 의사의 본분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며 구블레씨를 제명하면서 그의 의료활동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구블레씨는 의사협회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행정법원은 99년 5월 의사협회의 결정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구블레씨의 상고로 열린 최고행정법원의 최근 심리 역시 지난해 12월29일 최종판결을 통해 자격 박탈을 확인했다. 최고 행정법원은 구블레씨가 환자의 비밀을 지킨다는 의사협회의 윤리강령을 어겼으며, 비록 대통령의 요청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매해 발급된 미테랑의 건강진단서에 암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는 등 스스로 허위진단서를 발행해 이를 금지한 의사협회의 또다른 강령을 어겼기 때문에, 직업적 윤리강령을 어긴 회원을 제명한 의사협회의 결정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구블레씨는 자신이 대통령궁에서 일한 공직자로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책을 출판했다고 주장했지만 최고행정법원은 대통령 주치의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직자가 아니라 대통령 개인과 개인적 계약에 의해 임명된 직책으로 판단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대다수의 프랑스인들은 사법부의 결정이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정치가들이 혼외관계로 아이를 낳아도 정치가라는 직업을 떠나 한 개인으로서의 사생활 문제이기 때문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 프랑스인들의 전통적 사고방식 때문이다.



주간동아 2001.01.25 269호 (p7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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