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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영감의 원천은 마약?

남아공 두 학자 도자기 파이프 정밀분석 의뢰…“작품 속 자주 등장 ‘위드’는 마약”

셰익스피어 영감의 원천은 마약?

셰익스피어 영감의 원천은 마약?
최근 미국 웨슬리안 대학 대니얼 버트 교수가 ‘인류 문학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친 100명의 작가’를 선정해 그 순위를 매겨 화제가 됐다. 1위는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 하지만 문학작품 외에 셰익스피어의 생애에 대해서는 확인된 사실이 별로 없다. 열여덟살에 농부의 딸과 결혼, 세 명의 아이를 두었다는 게 고작. 평범한 시골사람에서 어느 날 런던으로 진출해 극작가와 배우로 활약하기까지 7년의 공백은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다.

그렇다고 그의 문학성에 흠집이 가는 것은 아니다. 언어-형식-통찰력 등에서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호모 리테라리우스’의 저자 버트 교수는 “믿음직한 등장인물이 거주하는 상상의 세계를 얼마나 거대하게 창조해 내고 인간경험을 얼마나 광대하게 반영해 내는지에 따라 작가의 위대성이 평가받는다면, 셰익스피어는 성취도 면에서 단연 독보적”이라 했다. 어쨌든 후대 사람들의 관심은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대문호의 영감의 원천이었다.

엉뚱하게도 그 원천을 ‘마약’에서 찾으려는 시도가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두 학자, 프랜시스 새커리와 닉 판 데어 메르베는 영국 스트레퍼드 어폰 에이번에 있는 셰익스피어 생가에서 발견한 도자기 파이프에서 단서를 캐고 있다. 이들은 400년이나 된 도자기 파이프를 통해 셰익스피어의 천재성이 하시시(대마초 수액으로 만든 마약·하시시는 이슬람교도들 사이에서 접신(接神)의 목적으로 널리 사용됐다) 혹은 마리화나에 있다는 추측을 증명하려고 한다. 현재 이 파이프는 영국 경찰연구회에 정밀분석을 의뢰해 놓은 상태. 이들의 연구는 최근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소개되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당시 문인들 아편 애용 정황 증거

남아프리카공화국 트랜스발 박물관의 고생물학 분야 전문가인 새커리에 따르면, 셰익스피어 작품 곳곳에서 ‘환각의 특징들’이 나타난다. 셰익스피어 작품에는 자주 ‘위드’(weed·하시시를 가리키는 영국 속어)의 위험성과 창작력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셰익스피어 소네트 중에 꽃에서 추출한 ‘사랑스러운 물질’을 드러내놓고 칭송한 것도 있어 이 대문호가 마약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었다는 정황증거는 충분하다.



또 새커리와 메르베는 해상국가인 영국에서 17세기부터 밧줄과 범포를 만드는 데 대마가 널리 사용됐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유럽인들은 이미 16세기부터 아프리카나 인도를 여행하며 원주민들의 하시시 흡입을 목격했고, 그 후 하시시나 마리화나는 유럽에 널리 퍼졌다. 당시에는 일반 담배 가격이 너무 비싸서 보통사람들 사이에서는 대마를 말아 피우는 게 유행했다고 한다. 물론 19세기 유럽 낭만주의 문인들에게 마약은 전혀 새로울 게 없다. 영국, 프랑스 문인들이 종이와 펜만큼 아편을 가까이 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시대적 정황과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환각’적 성향으로 볼 때 그의 생가에서 발견된 도자기 파이프의 정밀조사로 셰익스피어와 환각제의 관계가 밝혀질지도 모른다.

사실 작가의 삶과 작품의 관계는 긴밀하고도 복잡한 성격을 띤다. 특히 많은 연구가들이 작품에 나타나는 자서전적인 요소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데 최근 독일 대문호 토마스 만(1875~1955)의 동성애적 성향에 대한 새로운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런 주장의 바탕에는 “작가의 주관성을 토대로 삼고 있는 문학작품은 바로 작가 자신의 삶의 근본 테마와 근원적인 문제들의 문학적 변용이라고 보아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즉, “누구든 글을 쓸 때 자기가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일에 관해서는 쓰지 않는 법이며, 그런 점에서 모든 문학 작품은 적어도 넓은 의미에서 자서전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토마스 만 연구가들 사이에서 동성애가 핫이슈가 되었듯이, 셰익스피어 연구에서도 하시시와 관련한 이 주장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만약 셰익스피어가 살아 있다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두 학자 주장에 어떻게 응답했을까.



주간동아 2000.11.30 261호 (p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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