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7

2000.08.17

아마존 운명은 닷컴기업 가늠자

  • 입력2005-09-05 11: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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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 운명은 닷컴기업 가늠자
    작년 이후 우리나라 코스닥 증권시장과 미국 나스닥 증권시장의 동조화가 거론되더니 요즘은 위기론마저도 동조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벤처기업 위기론의 근원은 뭐니뭐니해도 역시 미국의 닷컴기업 위기론에 근원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올 봄부터 시작된 닷컴기업 위기론은 이제 새로울 것도 없으며,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미 지난 6월에 닷컴의 거품 붕괴가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3년 전만 해도 인터넷 주식에 대한 ‘신념’만 있으면 충분했다. 그 신념은 인터넷의 엄청난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었다. 기업의 미래가치를 계산할 수 없기 때문에 순현재가치를 계산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는 결국 주가가 얼마가 되든 상관없다는 이야기였다. 신경제 주식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기도 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일반투자가뿐 아니라 이른바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제 일부 분석가들은 기업평가 방식에서도 구관이 명관이라는 결론을 내놓고 있다. 올 봄 이후 인터넷 주식을 평가하는 방식에서 다음과 같은 점들이 정설화되고 있다.

    첫째, 영업이윤의 호조가 동반되지 않는 매출 성장은 더 이상 적합한 기준이 되지 못한다. 둘째, 미래 수익에 대한 약속은 그 신뢰성을 상실했다. 셋째, 웹사이트의 트래픽이나 페이지뷰 같은 통계적 수치들은 중요하지 않다.

    자금줄이 고갈되고 기업평가 방법으로 다시 수익성이 중시되면서 닷컴기업들은 인원감축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다 해서 부산하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냉랭한 편이다. 실리콘 밸리의 한 인터넷 잡지는 닷컴기업에 대한 풍자기사를 통해 닷컴기업의 10대 허풍 중 하나로 ‘수익 창출에 전념하겠다’는 말을 들고 있다. 수익 창출은 모든 기업의 과제일 뿐인데 새삼스레 그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 한마디로 우스울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최근 닷컴기업의 대표주자로 인식되어 온 아마존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잇따라 나오면서 닷컴기업 위기론은 극을 향해 달리는 느낌이다. 6월 초에 골드만삭스사는 아마존이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선구적 기업’ 중 하나라고 평가하면서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불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몇 주일 후 리먼브러더스사는 아마존이 높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러한 상황에 불을 지른 것은 2·4분기 영업실적 발표였다. 아마존사의 올 2·4분기 매출이 전문가들의 예상치 6억달러를 밑도는 5억7800만 달러로 발표되자 주가가 급락하면서 작년 말에 100달러를 넘었던 아마존의 주가는 98년 말 이래 최저치인 30달러 선까지 밀렸다. 설상가상으로 지금까지 아마존을 비롯한 닷컴기업들의 옹호자 역할을 해왔던 친(親)닷컴 애널리스트들도 점차 입장을 후퇴하는 분위기로 돌아서더니 급기야 이제는 ‘아마존이 파산한다면?’이라는 제목의 칼럼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아직은 아마존사가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내년이면 더 이상 손실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아마존이 수익력을 회복하느냐 아니면 갑자기 도산해 버리느냐는 단순히 한 닷컴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닷컴기업의 대표 주자로 아마존이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할 수 없이 크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운명은 전자상거래의 장래와도 동일시되고 있다. 다시 말해 아마존사가 도산한다면 시장이 전자상거래 분야는 사업성이 없다고 판정을 내리는 것이 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벤처 위기설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 각 부처들은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부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닷컴기업의 옥석을 구분할 수 있는 기회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우리나라 인터넷기업의 운명도 아직은 미국의 상황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슬픈 운명에 놓여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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