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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운영 쩔쩔 “지도부 바꿔!”

“전략 부재로 파행 자초” 민주당 내부서 개편요구 봇물…‘야당식 사고’ 더 큰 문제

정국 운영 쩔쩔 “지도부 바꿔!”

정국 운영 쩔쩔 “지도부 바꿔!”
전략도 없으면서 투쟁적이고 강경한 분위기가 당을 지배하고 있다. 날치기를 한 뒤 자성하기는커녕 합리화하기에 급급하다. 도대체 정국을 이끌어가는 여당이 맞는지 헷갈린다. 지도부가 국민들의 정서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

8월30일 치러질 전당대회를 통해 당 지도부의 대폭 개편을 바란다는 민주당 한 관계자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지금 민주당 내에는 ‘지도부 바꿔!’ 기류가 드넓게 깔려 있다. 전략 부재, 그릇된 정세 판단, 대결적인 야당관, 독자적인 정국운영 능력의 실종 등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위기관리 능력이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고 진단하는 사람이 많다.

지난 4·13총선 패배 이후 민주당 전반에 깔려 있던 심한 무기력증이 지도부에 대한 개편론으로 모아진 계기가 된 것은 7월24일 국회 운영위에서 감행한 국회법 개정안(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을 현재의 20석에서 10석으로 낮추는 방안) 날치기 처리다. 호남 출신 민주당 초선 의원 A씨는 “지도부가 아무런 전략도 없이 날치기 처리한 데 대해 안타깝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말은 아끼고 있지만 초-재선 의원만 아니라 상당수 의원들이 당 지도부에 많은 불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정국파행 사태와 관련한 지도부의 전략부재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내놓는 근거는 크게 네 가지다.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회동(7월22일)에 깜짝 놀라 즉흥적으로 국회법 개정안 날치기 처리(7월24일) 감행 △뚜렷한 근거도 없이 ‘밀약설’(이총재와 김 명예총재가 교섭단체 요건을 15석으로 낮추기로 합의했다는 것)을 주장, 한나라당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국회법 개정안 처리가 어려워진 점 △김대중 대통령이 사과의사를 내비쳤음에도 지도부가 한나라당에 역사과를 요구, 상황을 더욱 꼬이게 한 점 △단독국회 소집을 고집하다가 강운태 이강래 정범구 의원의 ‘항명’으로 망신을 당한 점 등이 그것.

그러나 아직까지도 민주당 지도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최근 당 지도부에는 “정국파행을 불러온 근본원인은 교섭단체 요건 완화문제를 둘러싼 한나라당 내 강온파의 대립”이라는 내용의 보고서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호남 지역 민주당 재선의원 B씨는 “정국파행의 원인을 전적으로 야당에 떠넘기는 것은 집권당으로서 너무 무책임하고 위험한 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야당식 사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같은 견해는 민주당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에서도 제기된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한 측근의원은 “민주당은 과거의 투쟁적이고 대결적인 사고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야당이 목청을 높이더라도 여당이 다독여 끌고 가야 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여당이 먼저 치고 나온다. 정국운영만 보면 민주당은 아직도 야당”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을 주도하는 특정세력이 과거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집권여당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은 8·30 전당대회를 계기로 당 쇄신론과 지도부 개편론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인사는 조순형 의원. 조의원은 8월3일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며 “지난 2년 동안 그래왔듯이 총재인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고 눈치만 보는 무소신, 무기력 지도부가 다시 구성된다면 우리 당은 정국운영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현재 민주당의 주요 의사결정은 서영훈 대표-김옥두 총장-정균환 총무 선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 김총장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기에 청와대의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남궁진 정무수석이 협의 테이블에 합석, 정국운영과 관련한 주요 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유임이 점쳐졌던 서영훈 대표도 ‘개편론’ 물결에 휩쓸리는 분위기다. 이른바 ‘강한 대표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 자민련을 끌어안아 안정적인 정국운영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시도한 ‘국회법 개정안 날치기 처리’는 오히려 민주당 지도부의 수명을 단축하는 계기로 작용하는 듯하다.



주간동아 2000.08.17 247호 (p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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