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4

2000.07.27

‘디지털 생존전략’ 이 책을 펼쳐라!

자연과 사람을 알려줄 ‘베스트 10’…휴가철 손에 들면 미래 예측도 저절로

  • 입력2005-08-03 1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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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생존전략’ 이 책을 펼쳐라!
    21세기의 화두는 ‘자연과 사람’이다. 변화가 향해 가야 할 목적지다. 만일 어떠한 변화가 이것으로부터 역행한다면 나는 거부하겠다. 그것이 기술이든 돈이든 이데올로기든 그 무엇이든 간에 변화를 통해 자연이 황폐하고 인간이 서로에게 소외된다면 그 변화는 부정적 변화다. 삶은 기술이 아니다. 삶은 또한 돈이 아니다. 삶이 이데올로기가 아니라는 것은 분단국인 우리가 누구보다도 잘 안다. 삶은 삶 자체로서 중요하다. 좋은 삶에는 휴식과 충전이 필요하다. 휴식은 소비나 게으름이 아니다. 휴식은 자유이며 창조다. 사회 전체가 이에 동의할 때 우리는 더 나은 사회에 살게 된다. 여름엔 특히 휴식이 필요하다. 좋은 곳에서 좋은 책 한두 권을 편안한 자세로 읽는다는 것은 즐거움이다.

    자연과 환경 그리고 유전공학

    우선 환경과 자연에 관한 책으로 톰 하트먼(Thom Hartman)의 ‘우리 문명의 마지막 시간들’(아름드리미디아, 1999)을 권한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어제 이 시간 후 24시간 사이에 20만 에이커의 열대 우림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1300만톤의 유독성 화학 물질이 우리의 환경 속으로 방출되었다. 그리고 4만5000명 이상이 굶어 죽었다. 이 가운데 3만8000명이 어린이들이다. 그리고 우리가 환경에 가한 영향 때문에 130여종 이상의 동식물이 사라졌다. 이것이 모두 단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다”

    21세기에는 공해로부터 자유로운 나라가 선진국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지구적 노력에 의해 겨우 가능한 일이라는 데 어려움이 있다.



    톰 하트먼은 재미있고 유익하며 엄숙하다. 그리고 대안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을 한 권 사서 읽는 것, 그리고 주위에 한 권쯤 선물하는 것, 이것이 자연을 돕는 일의 시작일 수 있다.

    하나 더. 2000년 6월26일, 인간의 유전정보에 대한 초안이 발표됐다. 인류는 ‘신이 인간을 창조한 언어를 이해하는 과정’에 들어서게 되었다. 유전자를 구성하는 4종류의 염기체로 이루어진 약 30억개의 DNA사슬인 인간게놈지도가 인터넷에 무료로 제공됨으로써 인류 공동의 재산이 됐다. 그러나 앞으로 인간의 유전적 차별성을 결정하는 ‘단일염기 다양성’(SNP·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을 핵심으로 하는 유전자 특허전쟁이 벌어지고, 치열한 경제논리가 작용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생물학적 정보가 인류의 미래 행복을 위해 쓰이게 되리라고 믿을 수 있는가. 유전공학이라는 ‘녹색 황금’이 부모의 의사대로 태어날 아이를 ‘맞춤아이’로 조작하는 지경까지 가서, 인류의 전통적 윤리와 도덕을 뿌리째 뽑아던지는 것은 아닐까. ‘생태계를 대상으로 하는 룰렛 게임’으로 알려진 유전자조작은 ‘지금을 위해 미래를 희생하는 파우스트의 거래’는 아닐까. 공동의 행복을 위해서만 지식을 사용할 수 있는 자각과 성찰, 그리고 인간을 자연 자체로 인식하는 마음은 건강하고 믿을 만한가. 제레미 리프킨의 ‘바이오테크 시대’(민음사, 1999)는 신의 영역에 들어선 인류 미래의 낙관과 비관 사이의 기준과 균형을 제시한다.

    2000년이 이미 반년이나 지나 무더위가 극성스러운 때에, 휴식을 취하면서 새로운 세기의 정체를 되짚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우선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역사적 시각이 필요한데,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의 ‘새로운 세기와의 대화’(이끌리오, 2000)를 권한다. 그는 ‘미래를 일정한 범위 내에서 예측하는 것이 필요하며, 예측의 능력 역시 우리가 지닌 지식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전쟁, 미국 헤게모니의 한계, 국가적 권력과 비국가적 힘의 관계 변화 등에 대한 탁월한 시각을 얻을 수 있다.

    또 하나는 캐나다의 경영컨설턴트이며 저작자인 돈 탭스콧(Don Tapscott)의 ‘디지털 경제를 배우자’(물푸레, 1999)를 생략할 수 없다. 이 책은 안 보면 손해다. 디지털이라는 말에 신물이 난 사람도 이 한 권은 보아야 한다. 그는 기술 자체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네트워크 기술이 우리의 일상 사업 정치 사회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말한다. 즉 우리가 네트워크를 통해 어떻게 정보 지식 사람 창조성을 연결하여 성공할 수 있는지를 아주 쉽고 재미있게 쓰고 있다. 많은 디지털 경제 관련 서적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이 책을 꼽는다.

    미래의 추세를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사람이 읽어야 할 또 한 권의 책이 있다. 브레인리저브(Brainreserve)사의 대표인 페이스 팝콘(Paith Popcorn)의 ‘클릭! 미래속으로’(21세기북스, 1999)가 그것이다. 팝콘은 ‘미국의 맥박’을 짚고 있는 ‘마케팅의 노스트라다무스’로 알려진 사람이다. 그녀는 21세기의 주요 트렌드 17개를 들고 있다. 특히 지구의 운명에 대한 걱정, 오염의 공포를 2대 트렌드로 보고 있다. 건강`-`장수와 행복찾기, 젊어지기, 환상찾기 등도 각각 하나의 트렌드로 인식된다. 개인주의를 반영하는 개성찾기, 반항적 쾌락 등도 각기 하나의 주요 추세다. 특히 현실세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코쿠닝, 여성적 사고 등에 대한 지적이 돋보인다.

    역시 21세기는 인간의 세기다. 사람이 자산이고 경쟁력이며, 사람이 곧 목적이다. 뒹굴뒹굴하며 읽기 쉽고,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 있다. 서울대 허성도 교수가 편저한 ‘공자도 모르는 게 있고 장자도 후회할 때가 있다’(사람과 책, 2000)라는 책이다. 중국 고전으로부터 발췌한 글들에 자신의 주석을 달았다. 평생 보아온 책들의 구절이 ‘마음에 가득해져’ 흘러나온 주석들이라 발문에 못지않게 은근하다. 2권으로 되어 있지만 두세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다. 그러나 후에 몇 번이고 다시 읽을 수 있어 좋다.

    캘리포니아 정신분석학과 교수인 알랜 치넨(Allan B. Chinen)의 ‘인생으로의 두번째 여행’(황금가지, 1999)은 중년을 위한 필독서다. 이나미 선생의 번역 또한 돋보인다. 이 책 역시 슬슬 옛날이야기를 읽듯 읽기 시작하면 된다. 그러나 이 속엔 숨겨진 일상의 진실이 있다. 중년이 된 여자와 남자의 반전에 대한 이해와 내면적 성찰을 통해 자신의 인생에 마법의 힘을 돌려줄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내용과 번역 모두 뛰어난 고전이 하나 더 있다. 20세기 최고의 신화 해설자로 알려진 조셉 캠벨(Joseph Campbell)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민음사, 1999)이 그것이다. 이윤기 선생이 번역했다. 동서양의 신화 속에서 영웅의 원형을 찾아낸 신화 해설서. 신화나 상징을 이해할 때 중요한 점은 바로 신들의 세계가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의 잊힌 부분이라는 점이다. 영웅의 모험을 이해하기 위해 이 잊힌 부분의 탐험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영웅은 ‘시위에 독화살을 먹이고 초원을 돌아다니는 우리 조상의 모습이며, 네거리에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현대인의 모습’이다. 한번 사놓고 평생을 뒤적여보아야 할 재미있는 고전이다.

    휴식을 통해 자신을 잘 들여다보기 위해 볼 책이 또 있다. 기업에서 잘 사용하고 있는 MBTI 성격유형모델을 일반인에 맞게 해설해 놓은 책이 있다. 폴 & 바바라 티저 부부의 ‘사람의 성격을 읽는 법’(더난출판사, 1999)을 일독하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왜 나는 그(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는지를 알게 된다. 두 번 읽으면 당신은 인간의 차이점에 대하여 관대해질 수 있을 것이다.

    동양과 서양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푸른숲, 1999)은 중국 인민대학 교수 장파의 작품이다. 두꺼운 책이고 좀 비싸지만 사다놓고 천천히 읽을 만한 책이다. 동서 문화의 차이에서 기인한 미의식의 차이를 보여주는 좋은 책이다. 많은 인용문이 적절하게 배치돼 읽는 맛이 각별하다. 21세기는 부강한 나라가 좋은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나라’가 부러운 시대다. 그런 뜻에서 동서양의 미의식 차이를 비교 문화적으로 접근해 보는 것은 바람직한 지적 활동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이런 정도의 책을 한 권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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