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0

2000.06.29

공연 퍼레이드로 ‘여름 내내 돌잔치’

  • 입력2006-01-31 1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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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퍼레이드로 ‘여름 내내 돌잔치’
    바탕골예술관 박의순대표(62)가 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했다. 양평국도를 달리다 트럭에 받혀 양쪽 갈비뼈가 부러지는 대형사고였다.

    “술집뿐인 대학로가 무슨 예술의 공간이냐, 대학로는 끝났다”는 말을 남기고 15년 정든 동숭동을 뒤로한 채 훌쩍 양평으로 떠난 그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러브호텔과 별장 짓느라 양평을 오가는 대형 트럭에 변을 당한 것이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없어요. 양평에 이미 허가를 받아 지어지기만 기다리는 러브호텔이 500개도 넘는다는데, 미술관 짓는다니까 허가해준 전례가 없어 곤란하다니 답답한 노릇이죠. 하긴 8년 전 문화부에 복합문화공간을 짓겠다고 사업계획서를 냈을 때는 ‘예술사업은 개인이 하기 어렵다고 생각해 반려한다’고 했어요. 지금 미술관도 도자기공장으로 신청해서 겨우 허가가 났지요.”

    법과 제도 이야기만 나오면 흥분하는 박대표. 남한강을 내려다보는 탁 트인 공간에 복합예술공간을 지어보겠다며 나선 게 10년 전이었다. 하지만 극장과 미술관, 아트숍까지 갖춘 예술관을 완공하기까지 7년이 넘게 걸렸다. 그동안 쓴 돈이 40억원. 허가가 나지 않아 공사가 지지부진한 통에 18억원을 날려 버렸다. 그런데도 박대표는 이곳을 포기할 수 없었다. 러브호텔 틈바구니에서 그나마 바탕골이라도 양평을 지켜야 한다는 자존심 때문이었다.

    양평바탕골예술관이 7월1일자로 개관 1주년을 맞는다. 매달 5000만원의 운영비를 마련하는 일도 벅찬 박대표지만 주말이면 2000~3000명씩 가족들이 손잡고 찾아오는 모습을 보면서 오기로 버티고 있다. 어린이날에는 4000여 명이 찾아와 하루 종일 놀다 갔다. 1년 사이에 바탕골예술관은 양평의 문화중심지로 우뚝선 것이다.



    바탕골이 이처럼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것은 좋은 프로그램 덕분이다. 온가족이 음악 연극 등 공연을 보고 나서 어른들은 백남준갤러리에서 라이트형제, 토성인, 시계, 존 케이지, 샬럿 무어맨, 자동차 등 유명 작품들을 감상하고 어린이들은 도자기 스튜디오와 아트워크숍에서 직접 그리고 만들며 논다. 여름밤 바비큐 파티와 영화감상도 가족단위 입장객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7월1일부터 8월27일까지 계속되는 여름아트페스티벌은 더욱 알차다. 토요일 오후 3시, 일요일과 공휴일 오후 2시에 열리는 공연엔 음악극, 재즈연주, 무용, 바이올린-피아노-기타 앙상블의 연주 등 매회 다른 작품이 올려진다. 문의:0338-774-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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