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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속설과 과학

공포 느끼면 간에 찬바람 분다

간에 熱이 꽉 차 간덩이 부으면 ‘만성 성인병’…火氣가 넘치면 ‘심보가 고약’

공포 느끼면 간에 찬바람 분다

공포 느끼면 간에 찬바람 분다
흔히 “옛말 그른 데 없다”고 한다. 우리가 자주 쓰는 말 속에 담긴 한의학적 의미를 찾아가다 보면 “정말 그렇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서양에서는 명사마다 남성형과 여성형이 있듯이 우리말에서는 인간의 오장육부를 관장하는 오행(五行)의 기운을 중시한다. 기쁨, 분노, 공포 등 감정까지도 오행의 기운과 연관되어 있다. 예를 들어 ‘간담이 서늘하다’ ‘울화가 치밀다’를 단순히 감정표현이라고만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인간의 인체작용과 깊은 관련이 있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서 의미를 곱씹어 볼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표현들을 통해 한의학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뿌리깊게 들어와 있는지 알 수 있다.

목(木)의 기운을 받는 장기

●간담이 서늘하다

인체의 오장육부(五臟六腑) 중에서 심리적인 자극에 가장 예민한 장부는 간과 그와 형제가 되는 담이다. 모든 오장육부는 각각 목 화 토 금 수의 오행이 관장하는데 그 중 ‘오장’의 하나인 간장과 ‘육부’의 하나인 담부는 오행 중 목기(木氣)가 관장하는 장부다.



목기라 함은 봄철의 새싹과 같이 바깥으로 뻗고자 하는 생리를 갖고 있다. 그런데 사람이 느끼는 공심(恐心), 즉 두려워하는 마음은 수(水)에 속한다. 수(水)의 기운은 봄에 비유되는 목(木)의 기운과 달리 겨울철 한기(寒氣)와 같은 기운이다. 다시 말하면 봄의 새싹이 뻗는 것을 막는 기운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뻗고자 하는 목기(木氣)를 갖고 있는 간담에 이를 막는 수기(水氣)인 공심(恐心)이 작용할 때, 간은 영향을 받아 서늘한 기운을 느끼는 것이다. 공포영화를 보면서 “간담이 서늘하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과학적인지 알 수 있다.

●담력이 세다

앞서 말한 대로 각 오장육부는 오행이 각각 관장하는데 오장과 육부는 또다시 각각 음기(陰氣)과 양기(陽氣)로 나뉠 수 있다. 오장은 음(陰)이요, 육부는 양(陽)이다. 즉 간담(肝膽)이 오행 중 목(木)에 배속된다면 그 중에서 오장인 간은 음목(陰木)이고 육부인 담은 양목(陽木)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목기는 봄의 새싹처럼 뻗고자 하는 기운이라고 했는데, 음목과 양목 중 어느 쪽이 더 겉으로 강하게 나타날까. 당연히 양목일 것이다. 즉 양목의 기운을 받는 담부의 기운이 센 사람이라면 뻗고자 하는 기운이 강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밀고 나가는 추진력을 잃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간덩이가 붓다.

‘간덩이가 부었다’고 하면 흔히 무모하리만큼 용감한 것을 가리킨다. 그런데 시쳇말로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던가. 사람이 무식하리만치 용감해지는 것은 아마 욕심이 사리판단력을 가리기 때문일 것이다.

욕심의 심리는 금기(金氣)의 영향을 받는다. 금의 기운이란 밖에서 안으로 취하려고만 하는 방향성을 갖고 있고 동시에 안에서 나가는 것을 막는다. 즉 욕심이 많아 금의 기운이 충만해지면 밖으로 뻗고자 하는 목의 기운을 막을 수 없게 된다.

그러다 보니 목(木)이 관장하는 간의 기운은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기운이 안으로만 모아져 열(熱)이 차게 되는 것이다. 임상적으로도 주(酒) 색(色) 재(財) 권(權)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들은 간열(肝熱)이 항진되어 중풍, 고혈압과 같은 만성적인 성인병이 되는 경우가 많다.

단, 여기서 ‘간덩이가 부었다’는 것은 형태학적으로 간이 커졌다는 표현이 아니고, 기능적으로 간 기능이 막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심보가 고약하다

심보 혹은 마음보라고 하면 주로 마음 씀씀이가 좋지 않음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데, 심포(心包)라는 한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심포는 심장을 싸고 있는 막을 말한다. 그러므로 심포는 심장에 사기(邪氣)가 침입하기 전에 먼저 그 기운을 받게 된다.

그런데 심장과 심보는 화(火)의 기운에 영향을 받는다. 심장에 사기(邪氣)가 든다는 것도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스트레스로 흉곽의 화기(火氣)가 막히면서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는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해서 주위상황에 맞게 행동하지 못하게 되고 사람들과의 교류도 잘되지 않아 고집만 부리게 된다.

수궐음심포경(手厥陰心包經)이란 가슴에서부터 가운뎃손가락인 중지로 흐르는 경락으로 심포의 기운을 수송하는데, 심포에 화기(火氣)가 쌓여 막히면 이 경락을 따라 기운이 흐른다. 흔히 심보가 고약해져 상대방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할 때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서양의 제스처가 있는데 이것도 이 경락 때문이 아닐까 한다.

●울화가 치밀다

감정이 매우 상했지만 이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참으면 울화가 치밀게 된다. 상한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고 억누르면 감정에서 발생된 화기(火氣)가 열(熱)과 함께 체내에 쌓이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열이 더해진다.

이렇게 쌓인 체내의 열은 더운 공기가 자연적으로 상승하는 것과 같이 신체 상부로 떠오르면서 치밀어 오르는 느낌으로 상기되는 것이다. 그래서 ‘치민다’고 표현한다.

●담이 결리다

운동이 부족하거나 너무 무리하게 일한 뒤 담이 결리어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서 담이라 함은 담(痰), 즉 신체내 비정상적인 진액(수분) 성분을 말한다. 담(痰)은 병들 역(病) 부수 안에 불화(火)가 두 개 겹쳐 있는 글자에서 알 수 있듯 체내의 수분이 열 작용에 의해 졸아붙은 것이다. 순환해야 하는 수분이 염증에 의한 발열 때문이든 근육의 과도한 활동에 의한 열 때문이든 일단 졸아붙으면 한 곳에 정체한다. 이렇게 순환이 막히면 곧 통증을 느낀다. 이런 통증을 우리는 ‘담이 결리다’고 말한다.

수(水)의 기운을 받는 장기

●등줄기가 오싹하다

두려움(恐心)에 놀라게 되면 등줄기가 싸늘하게 식어 내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는 머리부터 등줄기를 타고 발끝까지 내려오는 경락인 족태양방광경(足太陽膀胱經)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경락은 ‘방광경’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신장과 방광부의 경락인데 신장과 방광부는 수(水) 기운의 영향을 받는다. 또한 앞에서도 언급한바 있지만 수기(水氣)는 겨울의 기운, 즉 찬 기운이다. 결국 방광부의 경락인 족태양방광경은 수의 찬 기운, 즉 음한지기(陰寒之氣)를 수송하는 통로가 되는 것이다.

앞서 공심(恐心) 또한 수(水)에 배속된다고 했다. 그러므로 갑작스럽게 공심(恐心)이 발동되는 환경에서는 방광부의 경락을 따라 차갑고 오싹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다.



주간동아 240호 (p7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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