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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가로막는 ‘마지막 1마일’

디지털 가로막는 ‘마지막 1마일’

디지털 가로막는 ‘마지막 1마일’
인터넷이 상용화된 지 올해로 10년, 그리고 미국 케이블 TV회사인 TCI사의 존 말론 회장이 이른 시일내 TV 인터넷 위성방송 전화 등 모든 미디어가 단일 디지털 포맷으로 통일될 것이라는, 이른바 ‘디지털 수렴화’(digital convergence)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 이미 8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그 꿈은 아직 요원한 듯이 보인다.

최근까지도 집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느려터진 56K 아날로그 모뎀을 사용하고 값비싼 별도의 케이블 서비스에 구시대의 유물에 가까운 전화를 쓰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수렴화가 늦어지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한마디로 ‘마지막 마일’(the last mile)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거의 모든 기업체에는 랜(LAN)이 설치되어 있어 인터넷 접속에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반면에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낡은 구리 전화선을 통한 모뎀으로 접속해야 하기 때문에 그 이전 단계에서 아무리 굵은 파이프라인이 깔린다 하더라도 데이터의 최종적인 전송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송속도뿐만 아니라 이런 상태에선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서비스는 꿈도 꾸지 못한다.

TV만큼이나 선명한 화질로 비디오를 볼 수 있으려면 최소한 2∼5Mbps(Mbps란 1초당 100만 바이트의 데이터가 전송되는 속도를 의미) 정도의 속도가 보장돼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극소수에 불과한 ADSL이나 케이블 모뎀과 같은 초고속 통신망을 갖고 있는 집에서조차 1Mbps의 전송 속도는커녕 그 절반의 속도를 내는 경우도 드문 상태다.



이런 조건 하에서 디지털 수렴화를 논하는 것은 여전히 시기상조가 아닐 수 없다.

이 ‘마지막 마일’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는 까닭은 너무나 명백하다. 모든 가정에까지 광통신망을 설치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천문학적인 액수이기 때문이다.

단시일 내에 투자회수를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어떤 개별기업이라도 수조원을 들여 첨단 통신망을 설치하기 위해 투자하려 들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책은 없는 것일까. 우선 단일 기술 플랫폼으로 모든 통합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나치게 의욕적인 생각을 버려야 한다.

보다 실용적인 접근법을 선택한다면 기존에 사용 가능한 모든 기술을 동원해서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서비스 제공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방안도 있다.

예를 들어 케이블 서비스가 들어가지 않는 농촌이나 산간지대에서는 방송용 위성이 광대역 서비스를 적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대규모 아파트단지에서는 소위 WLL(Wireless Local Loop)기술을 활용한 무선통신 장비로 고속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그밖에도 랜(LAN)에 근거한 소규모 지역 서비스는 적은 비용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한다.

설치비용을 최소화하고 모든 사람들이 집에서 TV 프로그램과 인터넷, 전화, 서비스 등을 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어떤 종류의 기술이라도 지역의 특성과 편의에 따라 얼마든지 채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기존에 나와 있는 복수의 기술을 ‘조각보’식으로 연결해서 혼합 또는 병행 사용하게 되면 새로운 기술을 갖춘 통신시설이 나올 때마다 땅을 파헤쳐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시민생활에 불편을 주는 일도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다. 항상 최첨단의 유행만을 좇는 집착에서 벗어나 무엇이 우리의 생활을 보다 편리하게 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마지막 1마일을 돌파하는 방법이 없지만은 않다.



주간동아 240호 (p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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