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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여성 매니저들

“대박 터뜨릴 스타 척 보면 압니다”

개인 매니저들 수억대 수입… 술자리 마다 않고 주량 무한대

“대박 터뜨릴 스타 척 보면 압니다”

“대박 터뜨릴 스타 척 보면 압니다”
여성 매니저들이 스타 제조기의 세계에 뛰어들면서 여의도와 충무로를 종횡무진 활보하고 있다. 연예인 매니저라고 하면 으레 힘깨나 쓸 것 같은 남성들을 연상하게 마련. 하지만 최근 들어 스타와 돈을 한 손에 거머쥔 여성 매니저들이 남성 못지 않은 우먼파워를 한껏 과시하면서 연예 매니지먼트의 중심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여성 매니저들과 함께 일하는 톱 탤런트는 김혜수 전도연 최지우 황신혜 추상미 등. 아직까지 전체 매니저들 중 여성이 차지하는 수는 많은 편이 아니지만 그들과 손잡은 연예인들이 톱 탤런트인 만큼 여성 매니저들이 발휘하는 위력의 강도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여성 매니저의 트로이카라고 할 수 있는 박성혜(30) 김민숙(40) 전재순씨(32). 박성혜씨는 탤런트 김혜수와 전도연의 매니저로 기업형 매니지먼트를 두루 거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무엇보다 전도연이 영화 ‘접속’ ‘약속’ ‘해피엔드’ 여주인공을 따내면서 영화배우로의 변신에 성공한 데는 박씨의 수완을 빼놓을 수 없다.

김민숙씨는 매니저 경력 15년차로 영화배우 김승우 이미연 부부와 함께 탤런트 황신혜 김하늘의 매니저로 일한다. 그를 거쳐간 영화배우로는 심혜진 진희경이 있고, CF모델 윤정도 김씨가 발굴했다.

탤런트 박용우 류진 등 남성 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추는 전재순씨는 주로 신인을 새로 발굴해 톱 탤런트로 키우는 스타 제조기로, 무명의 배용준을 발굴해 스타 반열에 올려놓았다. 전씨는 비용 절감과 성격적인 측면에서 여성 연기자보다 남성 연기자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한다.



기업형 매니지먼트를 표방한 백기획(대표 백남수)에는 모두 15명의 매니저가 있는데 이 가운데 3명이 여성. 김희정이사는 얼마 전까지 탤런트 김현주의 매니저로 일하다가 지금은 탤런트 이영애 이나영 등 백기획에 소속된 연예인들의 광고책임자로 자리를 옮겼다. 경력 2년차 조윤화씨(26)는 추상미의 매니저를, 지난해 12월 백기획 공채 1기로 선발된 추원영씨(24)는 신인 탤런트 송종호의 매니저를 맡고 있다. 이밖에도 탤런트 최지우의 매니저 배성은씨의 경우 태원 엔터테인먼트에서 공연기획매니저로 일하다가 지난해 태원 소속이었던 최지우와 함께 독립을 선언했다.

이들 여성 매니저가 하는 일은 남성 매니저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연기자의 스케줄 관리나 이미지 관리는 물론이고 방송국과 언론사 홍보 전반을 담당한다. 드라마나 영화촬영이 있을 때는 현장에서 밤샘 촬영을 하는 것도 예사다. 메인 매니저의 경우 늘 현장을 지키는 것은 아니고 운전과 현장관리를 맡아 하는 로드 매니저를 따로 둔다. 매니저가 현장에서 캔커피나 빵, 우유 등의 간식거리를 돌리는 것은 기본이고 스태프들에게 식사대접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예를 들어 16부작 미니시리즈에 자신이 관리하는 연기자가 주인공으로 출연했을 때, 관례상 40명 이상의 스태프들에게 평균 3회 이상 식사대접을 한다. 이때 소요되는 한 끼 밥값은 100만원을 웃돈다.

개인 매니저들이 이처럼 ‘거금’을 쓸 수 있는 것은 수입이 만만치 않기 때문. 정확하게 밝히기를 꺼리지만 톱 탤런트가 CF 한 편에 출연했을 경우 3억∼4억원 이상의 모델료를 받으므로 매니저에게 배분되는 수입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넘는다.

수입 배분 비율은 서로 계약하기 나름이라 각각 다르다. 배성은씨의 경우 드라마 출연료를 제외한 영화, CF모델료를 최지우와 8대 2의 비율로 나눈다. 최근 벤처기업의 CF모델료로 스톡옵션을 받았는데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 1000주를 서로 나눠 가졌다.

그러나 매니지먼트 회사에 소속된 매니저들은 수입이 훨씬 적다. 대부분 일정한 연봉에 인센티브를 받는 정도. 백기획의 경우 매니저들의 수입은 중소기업의 샐러리맨 월급 수준에 그친다.

매니저들의 재산 목록 1호는 연출가 영화감독 기자 등의 전화번호가 빼곡하게 적힌 전화번호부. 분실할 경우를 대비해 별도의 복사본을 만들어 두기도 한다. 10만원짜리 수표가 가득 든 지갑을 잃어버리는 것은 당황스럽지 않아도, 수첩을 잃어버리면 그 순간부터 업무가 마비되기 때문에 큰일이 난다. 전재순씨의 경우 지난 연말 방송관계자에게 보낸 연하장이 150장이었고, 배성은씨는 100여명에 달하는 방송국, 영화 관계자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일과 관계된 하루 평균 휴대폰 통화량은 50통 이상으로 휴대폰 전화요금은 한달에 20만∼30만원 선.

톱 탤런트 매니저들이 하루 평균 만나는 사람은 10명 이상인데 점심을 두세 번 먹을 때도 있고 수차례 차를 마셔야 하는 만큼 매니저들은 하루 종일 배가 불러 있는 상태다. 대부분의 여성 매니저들이 술자리를 마다하지 않고 주량도 무한대이긴 하지만 남성 매니저들이 업무상 드나드는 사우나실과 룸살롱 로비는 힘들다. 그래서 주로 ‘로비형’보다는 ‘대화형’이 많지만, 여성 매니저들 중에는 적극적인 로비를 하는 사람도 있다. 접대를 위해 술을 마시다 흥이 나면 즉석에서 여자를 불러오기도 한다는 것.

여성 매니저들이 체력이나 능력 면에서 결코 남성 매니저에게 뒤지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 매니저이기 때문에 겪는 해프닝이 몇 가지 있다. 남성 매니저와 일하는 여성 연기자들이 ‘몸도장을 찍는다’는 식의 구설수에 시달리는 반면, 여성 매니저들은 ‘몸으로 로비한다’ ‘사생활이 문란한 여자’ 등으로 오해받을 때가 많다.

한 여성 매니저는 “일 때문에 모임에 나갔는데 성적인 농담이나 건네는 사람들 때문에 서글플 때가 많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매니저 생활을 오래 못 버티고 전업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여성매니저 K씨의 경우 “우리 연애할까?”라며 유혹하는 방송 관계자들에게 시달리기도 했는데 ‘몸을 던져’ 로비하는 경우 매니저로서의 생명력은 짧다고 한다. 방송국만큼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는 곳도 드물기 때문이다.

여성이 매니저 세계에 발을 붙이는 것도 힘들지만 성공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7년 넘게 매니저로 일해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H씨는 “성공한 여자를 대하는 남자들의 질투심이 더 무섭다”며 “저속한 농담은 한 귀로 흘리지만 면전에 대놓고 ‘너 시집이나 가지, 왜 이런 데서 굴러다니냐?’며 무안을 줄 때는 자괴감마저 느껴진다”고 한다.

자칫하면 밟히고 마는 험한 바닥인지라 여성 매니저일수록 일 처리를 주먹구구식으로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성공한 여성 매니저들 가운데는 철저하게 ‘두뇌’와 ‘발’로 승부하는 전략가형이 많다. 다중 매체 시대에 연기자의 상품화를 모색하기 위해 충분한 자료조사와 시장조사를 거치고, 인터넷을 누비며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짜낸다.

체계적인 연예인 관리를 하는 데는 과거의 경험도 큰 도움이 된다. 전재순씨는 매니저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 전에 영화 캐스팅 디렉터로 일해 ‘뜬다’ ‘망한다’의 직감이 그 누구보다 뛰어나고, 연기자의 ‘잠재된 끼’를 발굴해 내는 눈이 발달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기획에 입사한 지 1개월 남짓 된 수습 매니저 추원영씨는 전직 여군 출신으로 군대에서 ‘스타’들의 비서로 일하다가 지난 12월 전역했다. 다른 초보 매니저들이 90도 각도로 인사해도 방송국 PD와 눈길조차 마주치기 힘든 반면, 아직 햇병아리인 추씨에게 오히려 PD들이 “충성”을 외치며 경례를 올려붙인다.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군대시절을 화제로 삼는 남자들 세계에서 추씨는 전직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여성 매니저들의 활동 범위가 비단 연기자 매니저에만 한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가수 매니저들의 모임으로 모두 200여개에 달하는 음반사와 매니지먼트가 가입돼 있는데 이 가운데 여성 매니저로 위명희 이정희씨가 있다.

위씨는 가수 듀스 개인 코디네이터로 방송계에 입문했다가 혼성그룹 투투와 가수 양파의 매니저로 일했다. 최근 위씨는 중학생들로 구성된 여성 3인조 그룹 ‘민트’를 결성해 1집 앨범을 내놓았다. 이씨는 테크노 가수 채정안의 매니저로 채정안이 탤런트로 데뷔할 때부터 함께 일해 왔다.

자신이 발굴한 무명 연예인이 ‘어느날 갑자기’ 스타로 도약하면 상당한 돈을 거머쥘 수 있는 여성 매니저들. 몸과 마음이 힘들긴 하지만 패기만만한 젊은 여성들에겐 이만큼 매력적인 일도 드물다. 학력과 성별 구분 없이 능력만 있다면 성공할 수 있는 매니저의 세계에 도전하는 여성들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능력으로 승부하는 진짜 프로죠”

박식하고 말 잘해야 유리… 용기 끈기 있어야


연기자들과 계약서 없이 일하고 있다는데….

“연기자와 매니저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계약서가 아니라 ‘신뢰’라고 생각한다. 김혜수 전도연과 는 서로 일 궁합이 잘 맞을 뿐만 아니라 사생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친한 자매 사이 같다.”

기업형 매니지먼트에서 많은 경력을 쌓았다고 들었다.

“대학 졸업후 논노 마케팅 기획실에서 일하다가 회사가 망하는 바람에 국내 최초의 기업형 매니지먼트 회사인 ‘스타서치’에 공채 2기로 입사했다. 하지만 얼마 못가서 문을 닫았다. 이후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IS 201’, ‘삼부파이낸스 엔터테인먼트’ 팀장으로 일했지만 가는 곳마다 회사가 망해 지금은 혼자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본인이 다니던 회사를 다 망하게 만들었나.

“세 군데 회사가 기업형 매니지먼트였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연예계에는 기업형 매니지먼트가 먹혀들지 않는 것 같다. 구조적인 모순이 있다. 스타서치만 해도 매니저의 엘리트주의를 표방하며 남자는 모두 연세대, 여자는 모두 이화여대 출신만 채용했다. 일류대 출신들은 매니저의 밑바닥 일부터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능력이 중요한 것이지 학벌이 무슨 소용인가.”

매니저 수입은.

“자세하게 밝힐 수 없다. 못벌면 1년에 수천만원, 잘 벌면 수억원을 벌어들인다. 지난해 드라마 ‘국희’ 이후 김혜수가 4편의 CF를 찍었는데 한 해에 CF 4편 정도 하면 매니저의 연봉이 수억원에 이른다.”

영화 ‘해피엔드’에서 전도연의 베드신은 매니저가 내린 결정이었나.

“최종적으로 전도연이 결정을 내렸고 열연했지만 아직까지도 상처가 크다. 작품을 위해 과감한 노출연기를 시도했는데 우리 사회나 언론이 아직까지 수용을 못하는 것 같다. 나는 배우들이 연기자로서뿐만 아니라 ‘인간’으로 잘 살길 바란다. 이 일로 전도연의 앞날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봐 매니저로서 ‘상황 판단’을 잘못한 것 같아 후회된다.”

여성 매니저 지망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매니저 일이 재미있어 보여 시작하는 사람은 많지만 6개월을 못버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단 용기와 끈기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음악 미술 영화 등 사회 각 분야에 대해 알아야 대인관계에서 내용있는 얘기를 나누며 친분을 다질 수 있다. 사람관계가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관리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주간동아 2000.02.03 220호 (p6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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