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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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인터넷 지도’가 바뀐다

뉴 밀레니엄 전반부 흐름 바꿀 5가지 키워드… 리눅스 급속히 뜰 것

  • 입력2006-06-15 11: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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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인터넷 지도’가 바뀐다
    1969년 10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 캘리포니아주립대학(UCLA)의 연구자들은 역사적인 실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들은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도 비슷한 컴퓨터와 통신 노드(Node·접속점)를 설치했다. 전화선으로 양쪽 컴퓨터를 연결, 마치 한 시스템인 것처럼 움직이게 할 수 있는지 실험할 참이었다.

    양쪽 팀간의 접속점이 열렸다. UCLA의 연구자들은 천천히 메시지를 두드렸다. 로긴(login). 연결망을 가동시키기 위한 단어였다. 그러나 시스템은 곧 멈춰버리고 말았다.

    인터넷의 ‘창세기’는 이처럼 초라하고 덧없었다. 그러나 같은 달 말에 연구자들은 컴퓨터 연결망을 시연하는 데 성공, 미 국방성(펜타곤)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냈다. 전화선으로 연결되는 컴퓨터 연결망을 전국적으로 확대, 소련의 핵 공격에도 중요한 국가 정보를 보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당시 펜타곤 장성들의 복안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은 순식간에 이들의 손을 떠났다. ‘폭발’, 혹은 ‘무한증식’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심화-확장이었다. 우리 삶의 온갖 부면(部面)이, 단지 마우스를 몇 번 딸깍거리는 것만으로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다’는 표현이 진부하게 여겨질 만큼 인터넷은 20세기 말의 화두였다.

    21세기는 어떨까. 인터넷의 범위와 깊이가 더욱 넓어지고 깊어지리라는, 따라서 21세기의 핵심적 화두가 되리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다. 설령 인터넷이 다른 단어로 대치된다고 해도, 그것이 상징하는 ‘연결망’, 혹은 ‘네트워크’는 우리의 삶 전체에 속속들이 삼투할 것이다. 21세기 전반부를 장식할 다음의 다섯 가지 흐름도, 그 뿌리는 인터넷이다.



    지금보다 1000배 빠른 차세대 인터넷 기술이 본격 개발된다. 차세대 인터넷은 현재의 인터넷보다 1000배 빠른 테라(Tera·10의 12제곱)급 데이터 전송속도의 21세기형 인터넷. 정보통신부는 내년부터 2004년까지 3년에 걸쳐 모두 101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통부는 기술 개발의 1단계로 내년부터 2002년까지 △차세대 인터넷 프로토콜(IPv6) △차세대 라우터 등 네트워킹 관련기술 4개 과제와 △삼차원 원격 의료기술 △인터넷 보안기술(IPsec) △가상공간 내의 대용량 멀티미디어 정보가공-활용시스템 기술 등 응용서비스 관련 7개 기술과제를 비롯해 모두 11개 과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지금의 인터넷은 폭발적인 수요 증가를 미처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망(網) 혼잡, 서비스 지연, 주소 자원 고갈, 비싼 이용요금 등 적잖은 문제점도 불거지고 있다. 차세대 인터넷 개발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과 캐나다는 우리보다 훨씬 앞서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정부 주도의 ‘차세대 인터넷’ (NGI·Next Generation Internet) 프로젝트와 대학 주도의 ‘인터넷2’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중이다. NGI 프로젝트는 클린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1996년 10월부터 시작됐으며, 인터넷2 프로젝트는 미국내 130여 대학의 연합체(UCAID)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캐나다는 1989년 구축한 비영리 인터넷 기간망(基幹網)인 ‘CA쪱net’을 ‘CA쪱net2’(1997년), ‘CA쪱net3’(1999) 등으로 확장-발전시키며 전국을 광인터넷망화하고 있다.

    이러한 초고속 인터넷이 가져올 혜택은 명백하다. 가상현실, 원격 교육, 원격 진료, 다자간의 대화형 공동작업, 실시간 멀티미디어 데이터 전송 등이 실현되는 것. 그때쯤에는 툭툭 끊기는 화면, 칙칙대는 열악한 음질, 대용량 파일을 내려받는데 드는 시간과 짜증 등이 희미한 옛 기억으로나 남게 될 것이다.

    IBM의 수석 부사장인 존 톰슨은 “이제 세계는 바야흐로 ‘스며드는’(Pervasive) 컴퓨터 시대로 진입했다”고 강조한다. ‘스며드는’ 컴퓨터는 ‘인터넷 단말기’(Internet Appliance), 혹은 ‘정보 기기’ (Information Applicance)로 불리기도 한다. 미래학자들이 종종 얘기하는 ‘편재(偏在, Ubiquitous) 컴퓨팅’, 다시 말해 ‘언제 어디에서나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컴퓨터 환경’이 오고 있는 것이다.

    이 ‘스며드는’ 컴퓨터가 가능하게 된 바탕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점점 더 향상되는 ‘네트워크’ 환경과 ‘정보’다. 사상 유례없이 촘촘하게 연결된, 그리고 나날이 더 빨라지고 촘촘해지는 네트워크 환경에 의해 언제 어디에서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면서, 컴퓨터가 우리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네트워크 환경이 지금처럼 무르익기 전까지, 정보는 다분히 PC중심적이었다. 그러나 유무선(有無線) 네트워크가 확장되면서 다양한 정보 단말기들이 나타났다. 스리콤이 선보인 ‘팜 파일럿’(Palm Pilot)은 그 중에서 최대의 히트작. 전세계적으로 300만대 정도 팔려나간 팜 파일럿은, 처음에는 일정 및 주소관리 정도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전자우편 송수신에다 간단한 인터넷 접속기능까지 갖추었다. 그런가 하면 종래의 무선통신 기능에다 전자우편 등 인터넷 기능을 더한 신종 ‘포스트PC’들이 노키아 에릭슨 삼성전자 등에서 소개되고 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윌리엄 조이 부사장은 “값비싸고 불편하고 어려운 PC시대는 이미 끝났다”면서 “개인용 정보 단말기들로 넘쳐나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강력하고 빠른 네트워크 환경을 중심으로 다종다양한 컴퓨터 장치들이 자연스럽게 호환되고 공존하는 시대다.

    노키아나 에릭슨이 차세대 시스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컴퓨터 없이 접속하는 인터넷(Computerless Internet), ‘줄 없는 인터넷’(Wireless Internet)의 세계가 열리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IMT-2000’의 압도적 위상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무선 초고속 통신 시장의 미래는 온통 장밋빛이다. 흔히 ‘제3세대 통신’, 혹은 ‘꿈의 통신’이라고 부르는 IMT-2000은 2GHz(기가헤르츠)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 전세계 어디서든지 하나의 단말기로 음성통신은 물론 데이터 및 영상 통신까지 할 수 있는 이동통신 시스템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데이터 및 ‘영상’ 통신까지 할 수 있다는 대목. 송수신 속도가 무려 2Mbps에 이르러 멀티미디어 통신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속도라면 대략 한글로 된 A4 문서 약 60페이지를 1초에 받을 수 있다. 어디에서나 고속 인터넷 검색은 물론 본사 업무처리, 영상쇼핑 등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리눅스

    마이크로소프트에는 타격이, 리눅스에는 힘이 될 만한 뉴스가 최근 나왔다. 인텔이 (윈도 운영체제가 아닌) 리눅스 기반의 한 인터넷 접속 기기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 셀레론 프로세서를 쓰는 문제의 제품은 가정에서 PC 없이도 손쉽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해줄 전망이다. 이로써 ‘윈텔’ (마이크로소프트+인텔) 진영의 균열도 더욱 불가피한 흐름이 됐다.

    인텔은 윈도 대신 리눅스를 선택한 이유로 ‘오픈 소스’(Open source)를 들었다. 이는 운영체제의 모든 내부 코드(소스)를 공개(오픈)함으로써 누구나 마음대로 그 기능이나 속성을 바꿀 수 있게 한 것. 그만큼 유연할 뿐 아니라 개발비용도 훨씬 더 적게 든다. 1992년 핀란드의 대학생 리누스 토발즈에 의해 개발된 리눅스가, 지금처럼 윈도 운영체제의 대안으로 급속히 떠오를 수 있었던 힘도 바로 거기에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리눅스 사용자는 지난해 말까지 1000만명에 이르렀다. 1억명이 넘는 윈도 사용자 규모에 견주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기업에서 주로 쓰는 서버 운영체제 시장에서는 이미 17%에 이르고 2003년까지 24%로 높아지리라는 전망이다(전망 기관에 따라서는 2005년쯤에 윈도와 대등해질 것이라는 다소 ‘과격한’ 예측도 있다).

    리눅스에 힘을 주는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인터넷이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리눅스는 한낱 ‘찻잔 속의 태풍’ 정도로 그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면서,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머들의 손을 거치면서 비로소 오늘과 같은 리눅스로 진화-발전했기 때문이다. 리누스 토발즈의 말이다. “오픈소스는 성공의 열쇠다. 정보는 자유롭게, 무료로 교환되면서 더욱 풍부해진다. 아이디어와 정보의 ‘열린 교환’이야말로 리눅스의 최대 성공 전략이다.”

    ‘우물에서 물을 길어 마시던 시절에는 물길을 잘 알아 땅을 파는 사람이 최고의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우물(과 같은 구실을 하는 수도)이 실내로 들어오고, 수도꼭지가 양동이를 대신하면서 이들은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유능한 배관공이 그들을 대신했다’. 영국의 권위있는 경제신문 ‘파이낸셜 타임스’ 는 ASP가 몰고 올 변화상을 이렇게 비유했다. ASP는 ‘Application Service Provider’의 약자. ‘인터넷을 통해 응용 프로그램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업체’라는 뜻이다. 가장 단순한 개인 이용자 차원의 ASP 사례는 핫메일, 야후메일(mail.yahoo.com) 등 웹 기반의 공짜 이메일들. 그러나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거의 모든 종류의 패키지 소프트웨어가 인터넷을 통해 존속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HP의 경영책임자인 프랭크 바커는 미래의 컴퓨터 산업이 “오늘날의 전력산업과 비슷한 모습일 것” 이라고 예견한다. 인텔이나 HP, IBM 같은 기업은 발전소, ASP 업체들은 배전소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또한 일반 회사들도 자체 전력을 생산(자체 전산실을 운영)하기보다는 매달(혹은 매년) 일정 비용을 내고 이를 이용하는 형태로 가리라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최고의 벤처자본가로 꼽히는 비노드 코슬라도 “ASP야말로 소프트웨어 산업의 미래”라고 강조한다. “워드프로세서 같은 응용 프로그램들은 보통 500가지 이상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실제로 쓰는 기능은 기껏해야 대여섯 가지에 불과하다. 이를 인터넷용 소프트웨어로 제공할 경우 개별 이용자나 그룹의 요구에 맞춰 그들에게 꼭 필요한 기능만을 서비스할 수 있으므로 그만큼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인터넷의 고속화-광역화 붐을 타고 소프트웨어의 에이비스(Avis), 혹은 허츠(Hertz) 시대가 오고 있다.

    이밖에도 인터넷과 방송의 결합이 본격화돼 △‘웹캐스팅’(Webcasting)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되며 △B2B, 다시 말해 ‘기업간 전자상거래’(Business to business) 규모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릴린치가 예상한 2003년의 B2B 규모는 1조3000억달러(약 1560조원). 1998년의 430억달러와 비교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의 폭발적인 대중화가 이러한 전망을 이끄는 엔진임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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