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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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진단 중요한 반려동물 호르몬 질환

[최인영의 멍냥대백과] 뚜렷한 증상 없어 신체 변화 알아채기 어려워

  • 최인영 러브펫동물병원장

    입력2025-04-01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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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반려동물에게도 ‘올바른 양육’이 필요하다. 건강관리부터 문제 행동 교정까지 반려동물을 잘 기르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은 무궁무진하다.

    • 반려동물행동의학 전문가인 최인영 수의사가 ‘멍냥이’ 양육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반려동물과 오랜 시간 건강하게 함께하기를 원하는 보호자가 늘면서 사람처럼 정기 건강검진을 받는 반려동물이 많아졌습니다. 통상 반려동물 건강검진은 혈액 검사, 방사선 촬영, 초음파 검사 등 필수 항목에 각 동물에게 필요한 추가 항목을 더해 구성합니다. 이때 추가 항목에 호르몬 검사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호르몬 질환은 대부분 뚜렷한 특이 증상을 보이지 않아 예민한 보호자가 아니라면 반려동물 신체 변화를 알아채기 어렵기에 그렇습니다.

    부신피질기능항진증의 주요 증상 중 하나는 복부 팽만이다. GettyImages

    부신피질기능항진증의 주요 증상 중 하나는 복부 팽만이다. GettyImages

    12세 이상 노견 부신피질기능항진증 多

    반려동물 호르몬 질환 중에는 ‘쿠싱증후군’으로 불리는 ‘부신피질기능항진증’이 있습니다. 사람에게도 같은 명칭의 질병이 있는데, 발병 원인은 동일합니다. 부신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이 과다하게 분비되거나 뇌하수체 및 부신에 종양이 생겨 여러 건강상 문제를 일으키는 거죠. 반려견의 경우 6세 이상 성견에게서 주로 나타나고 12세 이상은 발병률이 아주 높습니다.

    코르티솔이 필요 이상으로 분비되면 사람이나 반려동물 신체에서 소변이 농축되지 않고 묽은 상태로 계속 배출됩니다. 이에 따라 부신피질기능항진증이 있는 사람이나 반려동물은 다뇨·다음 증상을 보이게 됩니다. 또 호르몬 이상 탓에 식욕이 급격히 늘고, 단백질 이화작용이 증가해 근육이 감소하며, 간이 커져 복부가 부풀기도 합니다. 그 밖에 고혈압, 숨 가쁨 등도 자주 나타나는 증상이죠.

    다만 부신피질기능항진증을 앓는 반려동물이 모두 이런 증상을 보이는 건 아닙니다. 식욕 증가는 40~50%, 간 비대는 50~60%, 복부 팽만은 60~70%만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반려동물 부신피질기능항진증은 발병 사실을 눈치채기가 상당히 어려운 편입니다. 호르몬 검사로 체내 코르티솔이 과도한지 정확히 확인하는 게 중요한 이유죠. 그런데 이때도 반려동물이 동물병원에 내원한 데 따른 스트레스로 코르티솔이 과도하게 분비됐을 개연성이 있어 100% 완벽한 검사는 아닙니다.

    현재 반려동물 부신피질기능항진증을 가장 정확히 확인하는 방법은 ‘저용량 덱사메타손 억제 검사(LDDST)’를 하는 것입니다. 부신 기능을 억제하는 저용량 덱사메타손을 투여하고 8시간 후에도 계속 억제돼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죠. 정상 반려동물은 투여 후 8시간까지 부신 기능이 억제돼 있는 반면, 부신피질기능항진증을 앓는 반려동물은 8시간이 채 되기 전에 억제가 풀립니다. 이때 부신피질기능항진증으로 진단되면 약물을 처방해 호르몬을 조절합니다.

    호르몬이 아닌 종양이 원인인 경우에는 상황이 조금 복잡해집니다. 사람은 종양 제거 수술을 받으면 되지만 반려동물은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죠. 또 뇌하수체 종양은 대부분 악성보다 양성 선종이고, 종양 제거술을 받더라도 이후 다른 호르몬 부족으로 추가 약물 투여가 불가피해 수술을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수의학계에서 수술 외에 방사선 등 여러 뇌종양 치료법이 시도되고 있는 만큼 조만간 더 나은 치료법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부신피질기능저하증은 호르몬을 적절히 투여해 치료해야 한다. 
GettyImages

    부신피질기능저하증은 호르몬을 적절히 투여해 치료해야 한다. GettyImages

    완치 어렵지만 약물 치료로 관리 가능

    부신피질기능항진증이 필요 이상의 코르티솔 분비에 기인한다면 ‘애디슨병’(부신피질기능저하증)은 그 반대 사례입니다. 코르티솔이 불충분한 경우 발생하죠. 상대적으로 발병률이 낮지만 연령대를 가리지 않는 게 특징입니다. 생후 2개월령 어린 강아지부터 노령견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발병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주요 증상은 기력 저하, 식욕 감소, 구토, 체중 감소, 저혈압 등인데요. 이 같은 증상 없이 돌연 쇼크로 응급 내원을 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부신피질기능항진증과 마찬가지로 사전에 호르몬 검사를 통해 발병 여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부신피질기능저하증은 전해질을 포함한 혈액 검사, 영상 검사, 부신피질 자극 검사 및 내인성 부신피질자극호르몬(ACTH) 농도 평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치료는 전해질 불균형 교정을 위한 수액 처치가 가장 중요하며, 이후 분류에 따라 적절히 호르몬을 투여해야 합니다. 그 밖에 저혈당 쇼크 등 속발적 증상의 조절이 필요할 수도 있죠. 현 수의학 수준에서는 부신피질기능저하증도 완치가 어렵습니다. 다만 발병 초기부터 정확히 진단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면 얼마든지 건강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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