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3

2023.03.31

새로운 시작을 위한 여행, 시드니에서 하루

[재이의 여행블루스] 오페라하우스, 하버 브리지, 시드니 타워가 있는 세계 3대 미항

  • 재이 여행작가

    입력2023-04-01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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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점점 뭐라도 가득 채우지 않으면 도태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든다. 비워내는 것이 결단코 뒤처지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비움이 주는 가치를 탐색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라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여행’이라고 답한다. 일상을 살다가도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르고 훌훌 떠나본 사람은 비움의 가치를 알 것이다.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풍경과 사람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는 내 모습, 이름 모를 카페에 앉아 메마른 마음에 나무 한 그루를 심듯 무심히 읽는 책 등을 통해 우리는 일상에서는 결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나와 만나게 된다. 오늘 떠나볼 매력적인 항구도시 호주 ‘시드니’가 바로 비워낸 만큼 새로움이 채워지는 대표적인 여행지다.

    1년 내내 문화행사 가득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히는 시드니항. [GettyImages]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히는 시드니항. [GettyImages]

    덴마크 건축가 예른 웃손이 디자인한 오페라하우스. [GettyImages]

    덴마크 건축가 예른 웃손이 디자인한 오페라하우스. [GettyImages]



    “호주의 역사는 시드니 역사와 같다”라는 말이 있다. 시드니는 호주 최초 도시이자 호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다. 문화도시답게 시드니는 1월 ‘시드니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1년 내내 다양한 축제와 전시 등이 열린다. 세계 3대 미항인 ‘시드니항’을 중심으로 로맨틱한 분위기의 거리와 ‘오페라하우스’ ‘하버 브리지’ 같은 여러 건축물이 있는 시드니는 여행자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여행지임에 틀림없다. 온화하고 화창한 날씨와 깨끗한 공기, 아름다운 해변과 분주한 항구, 친절함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들, 수준 높은 커피 문화와 신선한 육해공 재료가 가득한 요리뿐 아니라, 도심 곳곳에 조성된 이름 모를 공원의 푸른 잔디밭에 드러누워 하늘만 쳐다봐도 좋았던 순간들. 시드니를 떠올리면 벌써부터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한국과 계절이 정반대다. 여름 성수기로 분류되는 12~2월보다 가을로 분류되는 3~5월에 비교적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다. 가을은 날씨가 대체로 선선하고 흐린 날보다 화창한 날이 많아 여행하기에는 오히려 최적이다. 지금 바로 떠나지 못하는 상황이어도 걱정할 필요 없다. 시드니는 1년 내내 온화한 기후로 언제 가도 좋으니까. 다행히 시드니로 향하는 하늘길은 코로나19 사태 전만큼 넓어졌다. 항공권 공급석이 늘어나면서 가격도 비교적 도전해볼 만한 수준이 됐다.

    시드니 여행은 동선을 고려한 코스별 명소를 소개하지 않을 작정이다. 지면에 나온 장소들을 순서대로 방문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발길 닿는 곳마다 랜드마크가 펼쳐지는 아름다운 도시가 바로 시드니이기에 머무는 일정과 숙소 위치, 그리고 체력과 컨디션 등을 고려해 여행 동선을 짜는 것이 좋다. 주요 명소가 가깝게 붙어 있는 편이고 버스와 페리, 도보로도 얼마든지 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마음에 들었다면 조급해하지 말고 충분히 체류하면서 그 순간을 즐기라는 의미다. 시드니에서만큼은 제발 유명 관광지 위주로 눈도장 찍듯이 급하게 여행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시드니 전경을 둘러볼 수 있는 시드니 타워. [재이 제공]

    시드니 전경을 둘러볼 수 있는 시드니 타워. [재이 제공]

    먼저 찾아갈 곳은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시드니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스폿들이다. 여유로운 시드니항과 하버 브리지의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시드니 천문대’, 항구의 아름다운 전망과 함께 환상적인 오페라하우스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파일론 전망대’, 탁 트인 시드니 전경을 360도로 둘러볼 수 있는 ‘시드니 타워’, 오페라하우스와 도심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미세스 매쿼리 체어’는 시드니 매력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최고 명당들이다. 어느 전망대에 올라서더라도 두 눈 가득 들어오는 압도적인 상징물을 볼 수 있다. 우선 시드니를 대표하는 두 건축물, 오페라하우스와 하버 브리지로 눈을 돌려보자.

    시드니 여행의 꽃, 오페라하우스

    200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오페라하우스는 20세기 가장 유명한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힌다. 약 16년간의 긴 공사 끝에 1973년 개관했다. 시드니항에 정박한 요트의 돛과 하얀 조개를 형상화했다고 알려졌지만, 덴마크 건축가 예른 웃손이 식사 도중 오렌지 껍질을 벗기다 디자인을 고안했다고 한다. 내부에는 27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오페라 극장 외에도 소극장과 드라마 극장, 아트 갤러리 등이 있다. 이곳에서 오페라 한 편을 꼭 감상하는 것이 시드니 여행의 백미 중 하나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한국인 해설사가 설명해주는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깊숙이 들어온 코발트 바다를 가운데 두고 오페라하우스 반대쪽으로는 시드니의 심장인 하버 브리지가 위용을 뽐낸다. 오페라하우스에서 출발해 만(灣)을 따라 이어진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세계에서 4번째로 긴 싱글 아치형 다리에 도착한다. 다리 전체 길이는 1149m이며, 멀리서 보면 옷걸이 모양을 하고 있어 ‘낡은 옷걸이’라는 애칭을 가졌다. 다리를 지탱하는 파이론 내부를 통해 1392개 계단을 따라가면 134m 높이의 다리 아치를 직접 오를 수 있다.

    1935년 개장한 시드니 명물 루나파크. [재이 제공]

    1935년 개장한 시드니 명물 루나파크. [재이 제공]

    나른한 오후에는 높은 빌딩과 숲이 공존하는 ‘하이드 파크’에서 잠시 쉬어가도 좋으며, 주말에는 ‘록스’에서 열리는 플리마켓 구경도 가보고, 멋과 맛이 넘치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즐비한 ‘바랑가루’에서 여유를 부리거나 옛 추억이 되살아나는 놀이공원 ‘루나파크’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다. ‘시드니 동물원’에 들러 캥거루와 교감을 나누고, ‘세인트 메리 대성당’ 미사에 참여해보는 것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거리 예술가의 공연을 볼 수 있는 서큘러 키. [재이 제공]

    거리 예술가의 공연을 볼 수 있는 서큘러 키. [재이 제공]

    이제 시드니 핫 플레이스가 몰려 있는 ‘서큘러 키’로 향하자. 언제나 여행객으로 북적이는 곳으로, 거리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공연을 볼 수 있다. 그 유명한 호주식 커피를 맛봐야 하는 곳도 여기다. 시드니에는 맛있기로 소문난 로컬 커피숍이 워낙 많다. 골목 구석구석에 숨은 진짜배기 커피집을 찾는 방법은 단순하다. 현지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면 실패 확률이 낮다. 호주에선 에스프레소를 ‘쇼트블랙’, 에스프레소에 물을 탄 아메리카노는 ‘롱블랙’이라고 하며, 우유가 들어간 커피들은 ‘플랫화이트’ ‘베이비치노’ ‘피콜로 라테’ 등 호주식 이름으로 사용하니 헷갈린다면 주문 전 설명을 듣는 게 좋다. 커피는 호주식 그릴 샌드위치 ‘재플’과 함께 먹으면 한 끼 식사로도 제격이다. 커피보다 시원한 생맥주가 생각난다면 영국 에일 맥주를 뛰어넘는 가볍고 상쾌한 호주식 에일 맥주를 마셔보자. 에일답지 않게 담백하고 깨끗한 느낌이 무척이나 상쾌하다. 안주로는 깨끗한 바다가 유명한 만큼 신선한 생선요리를 주문해보자.

    밤이 아름다운 달링 하버

    이제 재충전이 됐다면 서큘러 키에서 페리를 타고 해마다 2500만 명 넘는 여행객이 찾는 ‘달링 하버’로 가자. 사랑스럽고 달콤한 이름만큼이나 묘한 매력을 지닌 곳인데, 낡은 부두였던 곳을 호주 건국 200년에 맞춰 1988년 재단장해 오픈했다. U자형 수변(水邊)을 따라 컨벤션센터, 하버사이드쇼핑센터, 국립해양박물관, 시드니수족관, 고급 레스토랑과 카페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어 시드니에서 가장 낭만적인 장소로 꼽힌다. 낮보다는 밤이 더 아름다운 곳이니 부두를 따라 늘어선 레스토랑에서 여유롭게 저녁식사를 즐겨보자. 근사한 야경을 눈에 담다 보면 어느새 마음에 ‘새로움’이 가득해질 테니.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 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관련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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