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18

2021.12.10

심상정·안철수 ‘3대 의제’ 합의, 단일화는 “글쎄요”

[이종훈의 政說] 코로나19 극복·결선투표제·미래 지향 대선 한목소리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입력2021-12-1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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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12월 6일 회동을 위해 각각 서울 여의도 한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동아DB]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왼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12월 6일 회동을 위해 각각 서울 여의도 한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동아DB]

    또 장이 섰다. 선거 때면 어김없이 열리는 ‘단일화장(場)’이다. 단일화장 단골 출전 선수가 빠질 수 없다. 중도를 표방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와 진보를 표방하는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다. 10년 이상 고정 출전이다. 2012년 대선 때 두 후보 모두 사실상 단일화에 응해 완주하지 못했다. 당시 심 후보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중도 사퇴했고, 안 후보는 단일화 협상 중 막판 사퇴했다. 2017년 대선 때는 단일화에 불응하고 완주했다. 이번에는 어떨까. 응답하라 2022! 그들이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제3지대가 움직인다

    뜻밖에 두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12월 6일 두 후보는 전격 회동을 가진 뒤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대선이 돼야 한다. 둘째, 양당체제에 경종을 울리는 대선이 돼야 한다. 두 후보는 결선투표제 도입에 뜻을 같이하며 다당제가 가능한 선거제도 개혁을 함께 해나갈 것이다. 셋째, 국민의 어려운 현실과 청년의 불안한 미래에 답하는 대선이 돼야 한다.

    합의문까지 냈지만 두 후보 모두 단일화에는 선을 그었다. 안 후보는 회동 직후 단일화 논의가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다. 심 후보는 회동 다음 날인 12월 7일 “안 후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서로 노선에 차이가 있고 지지 기반도 차이가 있는데, 대선후보들이 그런 것을 무시하고 막 나가는 것도 국민이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화 논의를 할 요량이 아니라면, 두 후보는 왜 만났을까. 이해관계 접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제3지대에 드디어 기회가 왔다고 분석했다. 두 거대 정당 대선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이례적으로 낮은 선거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모두 각종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단기간에 말끔하게 해소될 의혹도 아니다. 두 후보와 달리 깨끗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공감을 이끌어낸다면 제3지대 후보에게도 의외의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누구라도 할 법하다.

    둘째, 제3지대를 키워야 향후 기회를 지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대선과 달리 이번 대선은 두 거대 정당 중심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선거 구도가 양당 정치로 회귀한 까닭이다. 안 후보의 새로운 정치 실험 실패도 중대 변수로 작용했다. 다시 불씨를 살려내지 못할 경우 두 거대 정당의 열성 지지자들이 이끄는 대로 단일화에 응하지 않는다면 역적으로 몰리는 국면에 처할 수밖에 없다. 두 후보로서는 2012년 대선 악몽이 재연되는 상황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검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법대로 처리”를 외치면서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또는 한 명을 기소한다면 기회의 문은 더 넓어진다. 이 경우 제3지대 후보가 단일화 협상 주도권을 갖게 되면서 단일화를 당하는 처지가 아닌, 단일화를 이끄는 지위에 오를 수도 있다. 심 후보는 이미 밑자락을 깔고 나섰다. 정의당 대선후보 경선 직후인 10월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심 후보는 “이번 대선은 심상정으로 단일화를 해야 승리할 수 있는 선거라고 생각한다”며 “거대 양당 중 늘 차악의 선택이 강요돼왔으며 그 차악 선택이 차악의 정치를 낳았고 우리 사회를 과거에 묶어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도 다르지 않다. 그는 11월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단 하나, 내가 정권교체 주역이 되겠다는 것”이라며 “제1야당 후보가 된 분이 양보해준다면 압도적인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2012년 대선과 달라진 점은 안 후보가 보수정당 대선후보와 단일화를 우선 고려 중이라는 것이다.


    李·尹에게 沈·安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입장에서 두 후보는 어떤 존재일까. 반드시 단일화를 해야 할 대상일까. 가능성은 반반이다.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선거 막판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일 경우 당연히 단일화 가능성은 높아진다. 반면 둘 중 누군가가 오차범위 밖에서 압승하는 구도로 흘러간다면 앞서나가는 후보는 단일화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패색이 짙은 후보는 단일화라도 성사시키려 애쓸 테지만 말이다.

    선거 때면 관심 대상으로 부상하는 약방의 감초 단일화는 대세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결과를 놓고 보면 지금까지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 듯하다. 2012년 대선 당시 심상정 후보에 이어 안철수 후보까지 사퇴하는 방식으로 힘을 실어줬지만 문재인 후보는 패배했다. 2017년 대선 때는 두 후보 모두 완주하는 바람에 진보 표심이 분열했고 중도 표심마저 확보하지 못했지만, 문재인 후보가 승리했다.

    몇 가지 변수를 고려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012년 대선 당시 안 후보는 사퇴 방식으로 양보했지만, 선거운동에는 동참하지 않고 해외로 떠나버림으로써 단일화 효과를 반감시켰다. 2017년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바람이 거셀 때였고 중도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 있었다. 보수 진영도 바른정당 창당과 유승민 후보 출마 등으로 표심이 갈린 상태였다.

    두 후보는 이번 회동에서 결선투표제 도입에 합의했다. 여기에도 노림수가 있다. 41.08% 지지율로 집권에 성공한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를 더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헌법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지만 대통령 선거제 변화를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중론이다. 당장 20대 대선에서 선거제 변경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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