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10일 새벽 당선이 확실시되자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당시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에서 벗어나는 민심을 담지 못했다. 그사이 조국 수사 책임자인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별안간 대선 주자로 급부상했다. 2020년 민주당이 민주화 이후 국회 최대 의석을 차지하면서 국민의힘은 더더욱 새로운 카드가 필요했다. 한편 민주당은 의석 비중 이상으로 여론의 집중 질타를 받았다.
보름달 같던 민주당이 하현달처럼 기울던 시간은 ‘윤석열 검찰총장 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대결이 펼쳐진 시기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에 질린 시민 사이에서 윤 당선인은 ‘정권에 맞서는 공정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이 과정이 사실상의 야당 전당대회였다. 윤 후보 이전에 정권교체 가능성을 보여준 정치인은 없었다. 이것이 결정적이었다.
“한 명 심판한다면 이재명”
물론 윤 당선인이 정치에 데뷔한 후 그의 공정 이미지는 적잖은 손상을 입었다. 그와 가족에 관련된 문제는 조 전 장관 일가 문제와 포개지는 부분이 많다. 윤 당선인의 반박이나 해명도 말끔하지 못하거나 또 다른 논란을 초래하곤 했다. 다만 상대가 이재명 후보였다는 것이 행운이다. 이 후보 관련 의혹의 대표 격인 ‘대장동 특혜’의 줄거리는 사실 간단하다. “소수 지분을 넣은 사기업이 천문학적 이익을 챙겨갔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지층 일부조차 이 후보의 도덕적 우위나 정책적 능력을 자신하지 못했다. 두 후보 모두 그르다고 생각한 대중이 “한 명을 심판한다면 이재명”이라고 판단하게 된 결정적 요인이다.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의 승리 원인 중 내재적 요소는 무엇일까. 첫째, 홍보 캠페인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이기는 모습을 보여줬고 윤 당선인은 그 ‘주연배우’였다. 둘째, 개인적으로는 라이벌 후보와 달리 ‘대인관계’ 스캔들이 나타나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 셋째, 무능, 식견 부족 이미지는 “윤석열이 이준석, 안철수, 홍준표 등 세력을 담아내는 틀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상을 줘 극복한 측면이 있다.
여기까지는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이 ‘상대방’에게 이긴 원인이다. 이제는 자신과 승부에서 승리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에서 강성 지지층 위주의 선거운동을 했다. 1987년 이래 처음으로 2연속 집권에 실패한 민주당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집권 기간에 ‘개혁 보수’를 건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