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대통령 집무실 및 공관으로 거론되는 정부서울청사와 총리공관(원 표시). 서울 종로구에 있는 총리공관 전경.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정부서울청사 전경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네이버지도 캡처, 동아DB,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당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공약집 초안에 담긴 내용이다. 윤 당선인의 10대 공약 중 하나가 ‘청와대 해체’다.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으로 첫 삽을 뜨겠다는 구상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차별화를 드러낸 부분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당시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말하며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를 발족했으나 2년 후 경호 및 비용 문제 등 현실적 어려움을 이유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무산시켰다. 문 대통령뿐 아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필두로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도 저마다 탈(脫)권위를 내세우며 집무실 이전을 약속했으나 전부 무산됐다. 30년간 반복된 ‘탈청와대’ 약속에 마침표가 찍힐까.
“청와대 부지 국민에게 돌려드릴 것”
윤 당선인은 1월 27일 “새로운 대통령실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구축될 것이다. 기존 청와대 부지는 국민에게 돌려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무에 조금 방해되더라도 대통령 집무실에서 국민이 시위하고 항의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국정운영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윤 당선인이 새로운 대통령실에서 임기를 시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해당 방안에 대한 논의를 구체화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3월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이철희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을 접견해 이를 재확인 했다.집무실 이전과 동시에 청와대 조직 축소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민정수석실, 제2부속실을 전부 폐지할 예정이다. 청와대 인력 또한 30%가량 감축한다. 그 대신 분야별 민관합동위원회를 통해 국정을 꾸리겠다는 방침이다. 정책 집행 등에 대한 실질적 권한은 총리와 장관이 가진다.
대통령이 평상시 거주하는 관저 후보지로는 청와대 인근 삼청동의 총리공관이 거론된다. 윤 당선인 측은 공간 마련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새 대통령 집무실을 정부서울청사로 계획한 배경에도 이 같은 고려가 담겼다. 같은 이유로 대통령 관저 후보지로 총리공관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 이외에도 삼청동에 자리한 안전가옥 사용 가능성도 있다. 기존 청와대 부지는 전문가와 국민 여론 수렴을 통해 활용 방안을 정할 방침이다. 역사관이나 시민공원 등으로 쓰이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청와대 우측에 위치한 총리공관은 정부서울청사와 1.5㎞가량 떨어져 있다. 도보로 이동 시 20여 분이 소요되고, 차량을 탈 경우 5분 내외로 이동이 가능하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1조에 따라 대통령 관저와 국무총리 공관 주변 100m까지 옥외집회나 시위가 금지된다. 이미 규제를 받고 있는 지역인 만큼, 윤 당선인이 새 관저를 국무총리 공관으로 결정할 경우 시민들이 받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았던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도 2019년 1월 4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종합청사(정부서울청사)나 외교부청사로 대통령 관저가 나가는 것은 어떤 면에서 불가능하다”며 “대통령이 머무르는 곳으로부터 100m 이내에는 집회와 접근이 금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새로운 총리공관 부지 마련 문제가 남는다.
청와대 이전에서 핵심은 경호 문제다. 당초 문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을 철회한 배경에도 경호 문제가 있었다. 유 전 문화재청장은 앞선 자리에서 “대통령 임무를 수행하다 보니 경호와 의전이 복잡하고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며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청사 이전 보류를 발표했다. 유 전 청장은 “(대통령) 동선을 만드는 데 엄청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모든 것을 감안하면 광화문 인근에서 새로운 곳을 찾아 집무실, 관저 등을 전체적으로 재구성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유세 때인 3월 8일 부산 연제구 온천천시민공원을 찾아 손을 흔들고 있다. [동아DB]
전문가들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광화문의 지리적 특성상 대통령 집무실을 마련하기에 우려된다는 것이다. 박준석 용인대 경호학과 교수는 “시민에게 다가가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도는 좋다”면서도 “광화문 일대는 관광·문화 중심지로 비상 상황 발생 시 주변 지역이 통제될 텐데, 오히려 이 때문에 시민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이버·폭탄·생화학 테러 등 다양한 비상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만큼 시민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서울청사가 다양한 비상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의 경우 ‘3선 경호’가 가동된다. 대통령경호처와 군·경찰이 청와대 일대를 세 겹으로 둘러싸 경호하는 방식이다. 이들 기관은 상호 연합해 대테러 모의 훈련 등을 하며 청와대를 철통 방어한다. 청와대 주변을 둘러싼 북악산 등도 천연 요새로 기능한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등 수도권 주요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북악산에 패트리엇 포대가 배치되기도 했다.
광화문은 도심에 위치해 기존 3선 경호를 운영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당장 690여 명에 달하는 대통령경호처 인력과 2300여 명이 넘는 군·경찰 배치 문제에 직면한다. 유동 인구가 많고 고층 건물로 둘러싸여 있는 만큼 인력 가동 방식이 전면 수정돼야 한다. 정부서울청사 창문을 모두 방탄유리로 교체하는 등 설비 작업 문제는 덤이다. 전직 청와대 경호·경비 관계자 역시 “문 대통령 취임 당시에도 지금과 유사한 이야기가 있었다. 대통령경호처에서 검토한 사안으로 안다”고 말했다.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도 공약 무산 이유 중 하나로 “경호 쪽에서 난색을 표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文 정권 반면교사 삼을 듯
윤 당선인 측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지하벙커나 헬기장 등 청와대 내부의 기존 작전·보안 설비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대통령 집무실 전격 이전을 추진하다 좌초된 현 정권의 전례를 반면교사 삼겠다는 것이다.경호 패러다임 전환 역시 해결책 중 하나로 제시된다. 윤 당선인 측은 기존 경호 시스템이 분리·차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한다. 인공지능(AI) 기술, 정보 수집 등을 적극 활용해 비상 상황에 선제 대응하는 방식으로 경호 체제를 개편하면 효과적으로 경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윤 당선인이 임기 시작을 광화문에서 하겠다고 구체화한 만큼, 공약을 이행할 의지가 크다고 내다본다. 대통령경호처 관계자는 집무실 이전에 대해 “현재로선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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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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