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점검

마트 1회용 비닐 사용 금지? 문제는 롤비닐!

일부 코너 여전, 소비자는 불편, 환경부도 “어쩔 수 없다”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9-01-18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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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마트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대체로 생선, 정육, 채소 코너에만 롤비닐이 비치돼 있었다. 쉽게 찾을 수 없다 보니 롤비닐이 보이면 대여섯 장씩 뜯어 가는 이가 적잖았다. [지호영 기자]

    대형마트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대체로 생선, 정육, 채소 코너에만 롤비닐이 비치돼 있었다. 쉽게 찾을 수 없다 보니 롤비닐이 보이면 대여섯 장씩 뜯어 가는 이가 적잖았다. [지호영 기자]

    1월 1일부터 전국 대형마트 등에서 1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됐다. 비닐봉투 사용 규제를 위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시행된 데 따른 조치다. 비닐봉투 무상제공 금지 대상 업종인 대규모 점포 2000여 곳과 165㎡ 이상 슈퍼마켓 1만1000여 곳이 규제 대상이다. 또 그동안 사용 규제 대상 업종에 포함되지 않던 제과점 1만8000여 곳도 비닐봉투 무상제공이 전면 금지됐다. 앞으로 대규모 점포와 제과점 등은 1회용 비닐봉투 대체품으로 재사용 종량제봉투, 장바구니, 종이봉투 등을 사용해야 한다(표 참조). 

    환경부는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라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안내문을 발송하고, 홍보포스터를 배포하는 등 3월까지 집중 현장계도에 나섰다. 이에 앞서 주요 대형마트는 2010년부터 환경부와 자발적 협약을 맺어 비닐봉투 대신 재사용 종량제봉투, 빈 상자, 장바구니 등으로 대체하는 노력을 해왔다. 중대형 슈퍼마켓 등도 자사 비닐봉투 대신 재사용 종량제봉투 등으로 대체한 지 오래다. 

    문제는 마트 내부에서 무상으로 제공하는 롤비닐(속비닐)이다. 이 역시 지난해 4월 몇몇 대형마트의 경우 환경부와 자발적 협약을 통해 롤비닐 사용량을 줄여왔다. 이에 따라 2017년 하반기 대비 2018년 하반기 롤비닐 사용량이 약 41%, 163t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마트, 홈플러스, 하나로마트, 메가마트 등 4개사 롤비닐 사용량은 2017년 11월 401t에서 2018년 11월 238t으로 감소했다.

    이미 자발적 협약으로 큰 변화 못 느껴

    1월 1일부터 대형마트의 비닐봉투 사용이 전면 금지된 가운데 마트 내 롤비닐 사용은 정육, 생선 등 수분이 있는 제품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지호영 기자]

    1월 1일부터 대형마트의 비닐봉투 사용이 전면 금지된 가운데 마트 내 롤비닐 사용은 정육, 생선 등 수분이 있는 제품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지호영 기자]

    그러나 여전히 마트 내 롤비닐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환경부에서 생선, 고기 등 수분이 있는 제품을 담는 데 쓰는 롤비닐은 예외적으로 허용했기 때문. 정부가 강력하게 규제하지 않고, 마트도 각각 재량껏 비치해두고 있는 것이다. 롤비닐 사용이 얼만큼 줄어들고 소비자들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자 1월 중순 국내 대형마트 3곳을 찾아가 봤다. 

    서울 용산구 서울지하철 용산역 내 위치한 이마트 입구 쪽에는 바나나, 오렌지, 자몽 등 과일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롤비닐이 없어 사람들이 선뜻 집어 담지 못하는 눈치였다. 한 중년 여성은 바나나를 집어 든 채 롤비닐을 찾으려고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직원에게 “바나나를 담을 롤비닐 좀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직원은 채소 코너에 마련된 롤비닐을 손짓으로 가리켰다. 



    버섯 등 개별로 카트에 담기 어려운 채소류 앞에는 롤비닐이 있었다. 반면 흙 묻은 감자와 고구마, 노란 파프리카가 무더기로 쌓인 매대 근처에는 롤비닐이 없었다.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비닐봉투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와 그 아래 작은 글씨로 ‘생선/정육/채소 등 물기가 있는 경우는 제외’라는 안내가 적힌 표지판만 놓여 있었다. 단순히 물기 여부를 기준으로 롤비닐 제공 식재료 대상을 나눈 결과였다. 

    흙 묻은 감자를 담으려고 이리저리 롤비닐을 찾던 한 여성은 결국 장바구니를 바닥에 내려둔 채 바로 옆 버섯 매대에서 롤비닐을 뜯어 와야 했다. 그는 “흙이 이렇게 묻어 있는데 그냥 장바구니에 담았다가는 다른 물건에 흙이 묻을 게 뻔하지 않나. 이대로 넣고 다니면 마트 바닥에 흙이 떨어질까 봐 걱정도 된다. 오렌지나 파프리카 매대에 롤비닐이 없는 건 그렇다 쳐도 이곳에서도 롤비닐을 치운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육 코너에는 롤비닐이 없고, 생선 코너에는 롤비닐이 있었다. 양쪽 모두 흰색 스티로폼 쟁반에 식재료를 담고 랩으로 단단하게 감싸 딱히 롤비닐이 필요하지 않아 보였다. 다만 물기가 더 많고 비린내가 새어 나올 우려가 있는 생선류 앞에는 롤비닐을 비치해놓아 고객 편의를 고려한 듯했다. 

    장을 보던 한 중년 남성은 마트 내 롤비닐 비치 수량이 적은 것에 대해 “정부에서 쓰레기를 줄이려고 내린 조치이니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득이하게 롤비닐에 담아야 하는 것들은 어쩔 수 없지만 가급적 롤비닐도 안 쓰는 편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롯데마트에서는 롤비닐을 찾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노란 파프리카 더미와 오렌지 더미 앞에 롤비닐이 없어 카트에 낱개로 담아야 했다. 채소 코너 쪽에도 롤비닐이 없었고, 버섯 매대 앞에만 롤비닐이 비치돼 있었다. 이 밖에 정육 코너에는 롤비닐이 없었고, 생선 코너에는 있었다.

    파프리카 앞에는 없고, 생선 옆에는 있고

    앞서 방문한 이마트에 비해 롤비닐 비치 수량이 현저히 적은데도 쇼핑에 불편을 느끼는 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중년 여성은 “롤비닐에 담지 않아도 이미 포장돼 나오는 채소와 과일류가 많기 때문에 특별히 찾지 않았다. 고기류도 랩으로 포장이 다 돼 있어 롤비닐이 따로 필요한지 모르겠다. 다만 수산물의 경우 직원들이 롤비닐에 담아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안내 표지판에 적정 제공 롤비닐 수량이 표기된 점이 눈길을 끌었다. 롯데마트는 ‘생선, 정육, 채소, 냉장보관 상품 구매 시에만 1장씩 무상제공되며 이외의 경우 사용 불가’라고 명시해놓았다. 환경부에서는 1장씩만 배포하라는 지침을 내린 바 없지만, 마트 측에서 고객에게 가급적 롤비닐을 최소한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었다.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마트는 규모가 커 롤비닐 비치 수량이 다른 마트에 비해 많은 편이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에는 파프리카, 오렌지 무더기 앞에 롤비닐이 없었지만 하나로마트에는 각각 롤비닐이 비치돼 있었다. 이외에 밤이나 나물류와 같이 낱개로 담을 수 없는 식재료는 직원들이 롤비닐로 소포장해 가격표를 붙이고 있었다. 특이하게도 이곳은 정육 코너에 롤비닐이 비치돼 있는 반면, 생선 코너에는 롤비닐이 없었다. 

    곳곳에서 롤비닐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매장 규모가 워낙 커 롤비닐이 보이면 소비자들이 줄을 서 대여섯 장씩 뜯어 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안내 표지판에 ‘1장씩만 사용해주세요’라고 적혀 있었으나 의미가 없었다. 특히 롤비닐이 없는 수산물 코너 옆에 있는 정육 코너의 롤비닐은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사람들이 몰려들어 가져갔다. 

    롤비닐을 카트에 대여섯 장씩 담아 가던 한 중년 여성은 “과거에 비해 롤비닐이 없는 코너가 늘어나 한 번씩 보일 때마다 쟁여놓고 장을 보는 편이다. 롤비닐이 없으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남으면 쓰레기통에 버리는 게 아니라 집에 가져가기 때문에 자원 낭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년 남성은 “래핑된 고기나 생선도 집에 가는 길에 간혹 터지곤 한다. 롤비닐에 담아야 안전하다. 이런 부분까지 규제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언짢아했다. 

    각 마트는 롤비닐 사용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이마트는 이미 자발적으로 롤비닐 사용량 줄이기에 나섰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줄일 예정이다. 김보배 홍보실 과장은 “지난해 4월 환경부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롤비닐 줄이기를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017년 대비 35%로 줄였고, 올해는 연말까지 2017년 기준 50%까지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장 내 고지를 통해 고객 동참도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김 과장은 “롤비닐이 필요한 제품은 벌크 상품인데,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나머지는 거의 박스 포장으로 나오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고객들이 습관적으로 롤비닐을 가져갔는데 지금은 인식 전환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3사, 롤비닐 감축 의지 피력

    롯데마트는 “롤비닐의 수량과 크기를 줄이는 노력을 지난해부터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조아현 홍보담당은 “매장 내 롤비닐을 최소한으로만 비치하고 크기도 대형에서 한 단계 작은 것으로 바꿨다. 그런데 사실 축산물과 수산물의 경우 롤비닐 없이 판매하기가 어렵다. 정부의 강제력 있는 지침이 내려오기 전까지는 일부 코너에 소량 비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나로마트는 계도 기간인 3월까지 각 지점을 대상으로 비닐봉투 유상제공 금지와 롤비닐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현영호 지원팀장은 “지점 수가 많고 지방 소도시 점포까지 모두 챙겨야 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시행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래도 3월 말까지 적극적으로 비닐봉투 사용 금지를 알리고, 소비자 저항이 크지 않은 선에서 롤비닐 공급도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분이 있는 제품의 롤비닐 사용까지 규제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현 팀장은 “물이 뚝뚝 떨어지는 생선을 그냥 판매할 수 없지 않나. 최소한의 사용까지 규제할 수는 없다. 또 겨울에는 그냥 판매할 수 있어도, 여름철 상온에서 수분이 나올 수 있는 식자재들이 있는데 그런 것까지 롤비닐 사용을 규제해야 하는지 애매하다. 무엇보다 소비자 의견을 고려해 롤비닐 사용 규제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환경부도 마트와 소비자를 대상으로 롤비닐 사용 자제를 권고하지만 이를 전면 금지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박정철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사무관은 “롤비닐은 대체품이 마땅치 않다. 만약 그것까지 전면 금지한다면 결국 스티로폼이나 플라스틱 트레이로 가야 하는데 도리어 그것들이 환경오염을 더 유발할 수 있다. 또 종이봉투로 대체할 경우 식자재의 수분 때문에 찢어지고 물이 새는 등 불편함이 생기기 마련이다. 어쩔 수 없이 규제에서 제외한 상태”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들 역시 롤비닐 대체품이 없고, 식자재의 특성에 따라 롤비닐 사용 규제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마트와 소비자, 제품 생산자 등 각계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정책국장은 “그동안 환경단체에서 롤비닐 대체품에 대해 논의해왔다. 플라스틱 바구니 등 대체품을 만들었으나 소비자가 굉장히 번거로워진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각 마트가 자발적 협약을 통해 최대 50%까지 사용량을 줄이는 등 노력해왔다. 또 제조사들도 재활용 가능한 용기와 포장지 생산에 동참하고 있고, 소비자들의 의식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최소한의 사용은 용인하되 각계각층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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