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재활용을 체험하는 플라스틱 달고나 만들기(왼쪽). 플라스틱 병뚜껑을 녹여 S자 고리로 만들었다. [지호영 기자]
제로 웨이스트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알맹상점’(알맹상점@망원)을 모를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지난해 6월 쓰레기 없는 소비를 지향하며 서울 망원동에 문을 연 무포장 가게이기 때문이다. 고금숙, 양래교, 이주은 3명의 공동대표가 망할 각오로 시작한 이 가게는 대성공을 거뒀다.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 마음을 사로잡은 덕분이다. 알맹상점은 1년 동안 ‘재활용해 되살린 쓰레기 2041㎏, 방문 고객 3만여 명, 이후 생긴 제로 웨이스트 가게 90여 곳’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알맹이도 오고 껍데기도 오라’
최근 문 연 알맹상점 리스테이션. 알맹상점@서울역에서는 일회용컵을 사용하지 않는다. 재활용으로 새 생명을 얻은 소품들(위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지호영 기자, 이한경 기자]
매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오른쪽에 마련된 자원회수센터가 눈에 들어온다. 고객이 직접 가져온 플라스틱 병뚜껑, 양파망, 우유팩, 테트라팩(두유팩 등), 커피가루를 종류별로 수거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회수한 쓰레기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다시 생명력을 지닌 물건으로 재탄생할까.
“플라스틱 병뚜껑은 바로 옆에서 진행되는 플라스틱 달고나 만들기 체험을 통해 가방이나 소품을 걸 수 있는 고리로 변신해요. 양파망은 ‘쓸킷’이라는 업체에 전달돼 파우치로 재탄생합니다. 우유팩은 그대로 동주민센터에 가져가 두루마리 휴지로 바꿔온 뒤 쓰레기를 가져오신 분들에게 리워드 상품으로 제공하고 있어요. 우유팩과 달리 은박지가 섞인 테트라팩은 전문 수거업체에 전달돼 키친타월로 만들어지고요. 커피가루는 화분이나 연필로 재탄생합니다.”
고나연 매니저의 설명이다. 플라스틱 달고나 만들기 체험은 알맹상점 리스테이션에서 보여주는 자원회수 방식 중 하나다. 이 실험을 기획한 이는 고금숙 대표다.
“알맹상점에서 플라스틱 수거 작업을 하다 보니 사람들에게 물건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통은 버려지는 일회용 플라스틱이지만 그것이 내 손을 거쳐 하나의 제품으로 만들어지면 소중하게 느껴지잖아요. 아울러 어떻게 기존과 다른 제품으로 탄생하는지도 보여주고 싶었고요.”
플라스틱 재활용과 재사용
플라스틱 달고나 만들기 체험은 ‘깨끗한 플라스틱 수거함에 넣기 → 분쇄하기 → 녹이기 → 틀에 붓고 기다리기 → 플라스틱 달고나 완성’ 순으로 10분 남짓 진행된다. 현재는 모양이 다른 고리 2종만 제작이 가능하지만 앞으로 치약짜개, 휴대용 빗, 실에 꿰어 목걸이나 팔찌로 만들 수 있는 비즈도 추가될 예정이라고 한다. 8월 말 이후에는 커피가루를 화분으로 만드는 체험도 계획하고 있다.또 다른 자원회수 방법은 컵 보증금제 실시다. 좌석이 거의 없는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가 일회용품 없이 운용될 수 있는지 실험에 나선 것이다. 손님이 선불로 지불한 컵 보증금 2000원은 컵 반납 시 돌려주고, 회수된 컵은 다회용기 렌털 서비스업체 트래쉬버스터즈가 6단계 전문 세척 시스템을 통해 위생을 책임진다.
리스테이션은 자원회수를 주목적으로 하는 만큼 판매되는 무포장 제품의 종류는 많지 않다. 고 대표에 따르면 “알맹상점에서 잘 팔리는 것 위주로 선별했다”고 한다. 베스트셀러 상품인 천연 수세미를 비롯해 고체 비누, 고체 치약, 대나무 칫솔, 실리콘 빨대, 나무 수저 세트 등이 판매되고 있다.
매장 운영 시간은 오후 3~10시, 월요일에는 쉰다.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를 내건 알맹상점과 달리 ‘알맹이도 오고 껍데기도 오라’를 내건 두 번째 실험은 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처음 정한 이름은 ‘껍데기 상점’이었어요”
고금숙 알맹상점 공동대표. [지호영 기자]
“리스테이션이 자리한 건물의 관리자가 한화역사㈜다. 환경운동연합과 태양광 사업을 같이하는 한화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공간 제공을 제안했다. 하지만 환경운동연합이 이미 진행하는 일로도 벅찬 상태라 같은 환경 활동가인 내게 그 공간에 들어와 재미있는 것을 해보면 좋겠다며 양보해줬다.”
서울역 위 옥상정원이 무척 멋지다.
“나도 같은 생각을 했다. 찾아오기는 힘들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그 공간에서 비건이나 제로 웨이스트와 관련된 다양한 행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원동이 알맹이 중심이라면, 서울역은 껍데기 중심 같다.
“맞다. 처음에 정한 가칭이 ‘껍데기상점’이었다. 기존 알맹상점과 달리 껍데기도 대접받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우리가 회수한 쓰레기로 탄생한 제품들을 판매하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를 구상 중인데 2~3개월 더 운영해보고 방향을 정하려 한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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