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차이나 데일리]
中 유사시 한반도 무력 개입 가능
2019년 7월 동부전구의 왕하이 비행대대에 처음 배치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동부전구는 대만을 비롯해 일본과 영유권을 다투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포함한 동중국해 등을 관할한다.J-20은 중국이 미국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22와 F-35에 맞서기 위해 개발해온 기종이다. 7월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축하 비행까지 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보유한 전투기 중 최강인 J-20의 성능은 세계 최강 F-22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F-35에는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중 급유를 받지 않고도 작전 반경이 2000㎞에 달하기 때문에 한반도는 물론 일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또 최대 속도가 마하 2.5(시속 3060㎞)이고, 사거리 200㎞인 PL-15 중거리공대공미사일을 비롯한 각종 무기와 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장착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J-20을 북부전구에 배치한 의도는 북한에서 급변 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군과 한국군의 F-35에 맞서기 위해서다.
중국 인민해방군 북부전구 소속 J-20 전투기들이 초계비행하고 있다. [CGTN]
북한이 7월 11일 ‘조·중 우호조약’ 체결 60주년을 맞아 어느 때보다 중국과의 밀월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미국과 신냉전을 벌이는 중국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노동당 총비서)은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축하하는 화환과 함께 축전을 보내 북·중 친선을 새로운 전략적 높이로 발전시키자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중국에 대한 적대 세력들의 악랄한 비방 중상과 전면적인 압박은 단말마적 발악에 불과하다”면서 “조선노동당과 중국공산당은 제국주의를 반대하고 사회주의를 건설하는 오랜 투쟁 과정에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자랑스러운 친선의 역사를 수놓아온 진정한 동지이자 전우”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이런 축전은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신장·티베트 인권, 홍콩 국가보안법,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기원,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등을 놓고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절대적 지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의도는 코로나19 사태로 국경 봉쇄와 미국의 경제제재, 자연재해 등 3중고(苦)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중국과 ‘혈맹 강화’를 통해 최악의 위기를 돌파하려는 속셈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가중된 北 식량난
현재 북한은 최악의 식량난으로 ‘제2 고난의 행군’ 상황에 빠져 있다. 김 위원장은 6월 당 전원회의에서 “지난해 농업 부문에서 태풍 피해로 알곡 생산 계획이 미달해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나빠지고 있다”며 식량난에 봉착했음을 이례적으로 인정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최근 보고서를 보면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분은 85만8000t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FAO는 수입이나 원조로 공급이 해소되지 않으면 8월부터 10월 사이 북한 식량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그동안 중국과 교역을 통해 부족한 식량을 조달해왔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해관총서(세관)에 따르면 지난해 북·중 교역량은 2019년 대비 80.7% 감소한 5억3905만 달러(약 6126억8420만 원)에 불과했다. 이는 2000년 4억8800만 달러(약 5547억5840만 원) 이후 2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북한이 코로나19 유입을 막고자 고립된 경제체제를 운용하면서 최악의 식량난에 맞닥뜨린 셈이다. 대니얼 워츠 전미북한위원회 국장은 “국경 봉쇄로 북한 주민들이 장마당에서 식량도 살 수 없는 형편”이라며 “올해가 북한 주민에겐 상당한 고난의 해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특히 북한 경제는 이미 붕괴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로이 스탠가론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국장은 “지난해 북한 경제성장률은 -8.5~-10%로 떨어졌다”며 “북한 정부가 군량미를 풀어 경제위기 상황을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올해는 김정은 집권 이래 최악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라운 교수는 “김정은 집권 기간 국영경제가 축소되는 와중에도 그나마 활발하던 장마당 중심의 민간경제가 지난해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되면서 침체됐다”고 지적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단둥 인근에서 도강을 위한 부교 설치 훈련을 하고 있다. [중국군망]
中 북한 지원은 ‘제2 항미원조’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북한이 최악의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해줄 유일한 ‘구원투수’는 중국뿐이다. 김정은 정권이 조·중 우호조약 체결 60주년을 맞아 중국에 밀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북한은 식량을 비롯해 석유 등 에너지, 비료, 생필품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정은 정권은 코로나19 백신 지원을 바라고 있다. 김 위원장이 6월 29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해 방역 부문의 ‘중대 사건’ 발생을 거론하면서 당 간부들을 질책한 것도 중국 등 외부로부터 백신을 지원받기 위한 사전 작업일 수 있다. 국제사회가 주도하는 코백스(COVAX)를 통해 백신을 공급받을 경우 내부 실태를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중국의 백신 지원이 ‘안성맞춤’일 수 있다. 또 북한은 중국과 관계 강화를 바이든 정부를 압박하는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갖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바이든 정부 측에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제재 완화,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을 대화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중국 정부는 백신을 적극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국 에게 북한은 6·25전쟁 때처럼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지정학적·전략적 자산이다. 또 미국의 ‘대만 카드’에 맞붙을 놓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북한 카드’다. 중국 정부가 조·중 우호조약 체결 60주년을 계기로 대규모 대북 원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대북 정책 최우선 목표는 북한 비핵화보다 북한을 통해 미국과 한미 동맹을 견제하는 것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7월 3일 칭화대에서 열린 ‘제9회 세계평화포럼’에 참석해 “미국은 수십 년 동안 북한에 가해온 군사적 위협과 압력을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을 편들어왔지만 미국에 반성을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이 북한에 대해 경제적 지렛대를 확실하게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북한 경제는 이미 중국에 종속된 상태다. 중국은 북한과 교역에서 90%를 점유하고 있다. 북한 경제는 중국과 교역이 없으면 파탄이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내친 김에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통해 북한을 자국 경제권으로 흡수하겠다는 의도까지 보이고 있다. 북한을 활용해 미국과 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제2 항미원조’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