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까지 건강하게 사세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르신 생신 때 만수무강(萬壽無疆)하시라는 의미에서 자주 하던 인사말이다. 하지만 요즘엔 이런 말 잘못했다가 버릇없는 놈이라며 되레 욕먹을지 모른다. 100세 넘게 사는 사람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100세 이상 고령자는 1836명이나 된다. 2005년 조사 당시 961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인간은 과연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문헌상으로 가장 오래 산 것으로 기록된 사람은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므두셀라다. 노아의 할아버지인 그는 969년을 산 것으로 ‘창세기’에 기록돼 있다. 하지만 검증이 가능한 공식 출생기록만 가지고 따졌을 때 가장 오래 산 사람은 1997년 122세로 생을 마감한 프랑스의 잔 칼망이다. 학계에서는 포유동물은 대부분 성장 기간의 6배 이상을 살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인간 수명의 한계로 120세를 내세운다. 사람이 보통 20세까지 자란다고 하면 수명의 한계는 120세 안팎이니 잔 칼망의 실제 기록과도 그리 어긋나지 않아 보인다. 과연 그럴까.
2001년 초에는 인간의 최대수명이 얼마나 될지를 두고 판돈 5억 달러를 건 내기가 벌어졌다. 미국 텍사스대 노화연구팀은 “인간 수명의 한계는 150세가 될 것”이라 주장했다. 연구팀은 “10~20년 내 획기적인 생의학 발전이 일어나 수명이 급속히 늘어날 것”이라고 믿었다. 반면 일리노이대 연구진은 “노화 속도는 크게 바꿀 수 없다”고 보고 인간 수명의 한계로 130세를 주장했다. 두 연구팀을 이끄는 교수는 각자 신용기금에 150달러씩을 예치한 다음 죽을 때까지 매년 10달러씩 적립하기로 했다. 또한 자신들이 사망한 이후에도 각자의 친척으로 하여금 150년 동안 계속 같은 금액을 적립하도록 했다. 2150년 두 사람의 적립금을 합하면 5억 달러 정도 된다. 승부는 기다려봐야 알겠지만 인간 수명이 100세를 넘길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이견이 없는 셈이다.
인생 100세 시대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것과 완전히 다른 삶의 방식을 요구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1년 신년사에서 “우리나라는 삶의 방식과 유형에서 질적 변화를 의미하는 인생 100세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모든 국가 정책의 틀도 이에 맞춰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 사회가 100세 시대 진입을 목전에 뒀음에도 모든 사회 시스템이 80세 시대를 전제로 운영됨을 지적한 것이다. 물론 평균수명 80세에 맞게 짠 은퇴 계획도 100세 시대에 맞게 싹 바꿔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평균수명 80세에 맞춘 인생 시간표를 100세에 맞게 돌려놔야 한다. 첫째, 일에 대한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100세까지 산다고 할 때, 서른에 취직해 예순에 퇴직하면 일하는 기간은 30년인 데 반해 은퇴 후 기간은 40년이나 된다. 40년간 놀고먹기에 충분한 돈을 30년 동안 모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평균수명이 70~80세일 때 ‘공부-취업-은퇴’라는 삶의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100세 시대는 ‘공부-취업-공부-재취업…’ 같은 순환형 라이프스타일을 요구한다.
둘째, 부모와 자식 관계도 재정립해야 한다. 우리가 잘 아는 고구려 장수왕은 413년 즉위한 다음 491년 아흔아홉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78년간 재위했다. 장수왕에게 조다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장수하는 바람에 왕위에는 올라보지도 못한 채 죽었다. 이처럼 부모가 오래 살면 살수록 자식은 부모 덕 보기가 더 쉽지 않다. 최근 주택연금 가입 건수가 늘어나는 것도 이와 관련 있다. 과거에는 자식에게 집 한 채는 물려줘야 한다는 것이 부모 생각이었으나, 지금은 살고 있는 집마저 노후생활비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부모 역시 자녀 봉양만 바랄 수 없게 됐다. 100세 시대에는 부모와 자식이 함께 늙어가기 때문이다.
셋째, 돈도 돈이지만 시간 관리가 문제다. 은퇴 후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기나긴 시간을 누구와 무엇을 하며 보낼지 생각해봐야 한다. 통계청이 2009년 배우자가 있는 부부를 대상으로 가장 하고 싶은 여가활동을 물었더니, 60대 이상 응답자의 44%가 여행이라 답했다. 하지만 실제로 주말에 어떻게 여가를 보내느냐는 물음에 여행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6.9%에 불과했고, TV시청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66%를 차지했다. 여가도 제대로 즐기려면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세계 최장수 인물로 기록된 잔 칼망 할머니도 여든다섯 살에 처음으로 펜싱을 배웠다. 그 나이에 펜싱을 배워 무엇하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는 펜싱을 배운 다음에도 37년을 더 살았다.
넷째, 의료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사키 히데타다 일본 도후쿠대 교수는 “장수는 의료비를 절감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건강보험 자료를 바탕으로 70대에 사망한 사람과 90대에 사망한 사람의 의료비 지출을 비교한 결과, 70대에 사망한 사람보다 90대에 사망한 사람의 의료비가 훨씬 적게 드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70대에는 병으로 죽는 사람이 많지만 90세 이상 장수한 사람은 대부분 큰 병을 앓지 않고 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의료비 준비가 필요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모든 사람이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우리나라 100세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 중 74.0%가 질병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주요 질병으로는 치매가 33.9%로 가장 많았고, 관절염과 고혈압이 뒤를 이었다. 고령자를 돌보는 사람은 자녀와 배우자가 56.5%로 가장 많았지만, 유료수발자의 도움을 받는 사람도 32.1%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섯째, 장례 문화도 크게 바뀌어야 한다. 3년 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다. 당시 할머니 연세는 아흔아홉. 장례를 치르며 우리나라 장례문화에도 많은 변화가 있겠구나 생각했다. 먼저 워낙 고령에 돌아가신 까닭에 할머니 친구 중 조문 오신 분은 없었다. 현역에서 은퇴한 지 오래된 아버님 친구 분도 많이 오시지 않았다. 그렇다고 요즘 조부상, 조모상에 조문 오라고 청하는 손자도 별로 없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고령화가 진척되면 장례도 가족 중심으로 단출하게 치러야 할 것이다. 묘지도 자녀들 집과 멀어서는 곤란하다. 늙은 자녀가 부모님 묘를 한 번이라도 더 찾아뵈려면 한 발짝이라도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할 것이다.
*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으로 일반인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은퇴교육과 퇴직연금 투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르신 생신 때 만수무강(萬壽無疆)하시라는 의미에서 자주 하던 인사말이다. 하지만 요즘엔 이런 말 잘못했다가 버릇없는 놈이라며 되레 욕먹을지 모른다. 100세 넘게 사는 사람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100세 이상 고령자는 1836명이나 된다. 2005년 조사 당시 961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인간은 과연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문헌상으로 가장 오래 산 것으로 기록된 사람은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므두셀라다. 노아의 할아버지인 그는 969년을 산 것으로 ‘창세기’에 기록돼 있다. 하지만 검증이 가능한 공식 출생기록만 가지고 따졌을 때 가장 오래 산 사람은 1997년 122세로 생을 마감한 프랑스의 잔 칼망이다. 학계에서는 포유동물은 대부분 성장 기간의 6배 이상을 살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인간 수명의 한계로 120세를 내세운다. 사람이 보통 20세까지 자란다고 하면 수명의 한계는 120세 안팎이니 잔 칼망의 실제 기록과도 그리 어긋나지 않아 보인다. 과연 그럴까.
2001년 초에는 인간의 최대수명이 얼마나 될지를 두고 판돈 5억 달러를 건 내기가 벌어졌다. 미국 텍사스대 노화연구팀은 “인간 수명의 한계는 150세가 될 것”이라 주장했다. 연구팀은 “10~20년 내 획기적인 생의학 발전이 일어나 수명이 급속히 늘어날 것”이라고 믿었다. 반면 일리노이대 연구진은 “노화 속도는 크게 바꿀 수 없다”고 보고 인간 수명의 한계로 130세를 주장했다. 두 연구팀을 이끄는 교수는 각자 신용기금에 150달러씩을 예치한 다음 죽을 때까지 매년 10달러씩 적립하기로 했다. 또한 자신들이 사망한 이후에도 각자의 친척으로 하여금 150년 동안 계속 같은 금액을 적립하도록 했다. 2150년 두 사람의 적립금을 합하면 5억 달러 정도 된다. 승부는 기다려봐야 알겠지만 인간 수명이 100세를 넘길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이견이 없는 셈이다.
인생 100세 시대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것과 완전히 다른 삶의 방식을 요구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1년 신년사에서 “우리나라는 삶의 방식과 유형에서 질적 변화를 의미하는 인생 100세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모든 국가 정책의 틀도 이에 맞춰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 사회가 100세 시대 진입을 목전에 뒀음에도 모든 사회 시스템이 80세 시대를 전제로 운영됨을 지적한 것이다. 물론 평균수명 80세에 맞게 짠 은퇴 계획도 100세 시대에 맞게 싹 바꿔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평균수명 80세에 맞춘 인생 시간표를 100세에 맞게 돌려놔야 한다. 첫째, 일에 대한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100세까지 산다고 할 때, 서른에 취직해 예순에 퇴직하면 일하는 기간은 30년인 데 반해 은퇴 후 기간은 40년이나 된다. 40년간 놀고먹기에 충분한 돈을 30년 동안 모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평균수명이 70~80세일 때 ‘공부-취업-은퇴’라는 삶의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100세 시대는 ‘공부-취업-공부-재취업…’ 같은 순환형 라이프스타일을 요구한다.
둘째, 부모와 자식 관계도 재정립해야 한다. 우리가 잘 아는 고구려 장수왕은 413년 즉위한 다음 491년 아흔아홉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78년간 재위했다. 장수왕에게 조다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장수하는 바람에 왕위에는 올라보지도 못한 채 죽었다. 이처럼 부모가 오래 살면 살수록 자식은 부모 덕 보기가 더 쉽지 않다. 최근 주택연금 가입 건수가 늘어나는 것도 이와 관련 있다. 과거에는 자식에게 집 한 채는 물려줘야 한다는 것이 부모 생각이었으나, 지금은 살고 있는 집마저 노후생활비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부모 역시 자녀 봉양만 바랄 수 없게 됐다. 100세 시대에는 부모와 자식이 함께 늙어가기 때문이다.
셋째, 돈도 돈이지만 시간 관리가 문제다. 은퇴 후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기나긴 시간을 누구와 무엇을 하며 보낼지 생각해봐야 한다. 통계청이 2009년 배우자가 있는 부부를 대상으로 가장 하고 싶은 여가활동을 물었더니, 60대 이상 응답자의 44%가 여행이라 답했다. 하지만 실제로 주말에 어떻게 여가를 보내느냐는 물음에 여행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6.9%에 불과했고, TV시청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66%를 차지했다. 여가도 제대로 즐기려면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세계 최장수 인물로 기록된 잔 칼망 할머니도 여든다섯 살에 처음으로 펜싱을 배웠다. 그 나이에 펜싱을 배워 무엇하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는 펜싱을 배운 다음에도 37년을 더 살았다.
넷째, 의료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사키 히데타다 일본 도후쿠대 교수는 “장수는 의료비를 절감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건강보험 자료를 바탕으로 70대에 사망한 사람과 90대에 사망한 사람의 의료비 지출을 비교한 결과, 70대에 사망한 사람보다 90대에 사망한 사람의 의료비가 훨씬 적게 드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70대에는 병으로 죽는 사람이 많지만 90세 이상 장수한 사람은 대부분 큰 병을 앓지 않고 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의료비 준비가 필요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모든 사람이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우리나라 100세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 중 74.0%가 질병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주요 질병으로는 치매가 33.9%로 가장 많았고, 관절염과 고혈압이 뒤를 이었다. 고령자를 돌보는 사람은 자녀와 배우자가 56.5%로 가장 많았지만, 유료수발자의 도움을 받는 사람도 32.1%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섯째, 장례 문화도 크게 바뀌어야 한다. 3년 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다. 당시 할머니 연세는 아흔아홉. 장례를 치르며 우리나라 장례문화에도 많은 변화가 있겠구나 생각했다. 먼저 워낙 고령에 돌아가신 까닭에 할머니 친구 중 조문 오신 분은 없었다. 현역에서 은퇴한 지 오래된 아버님 친구 분도 많이 오시지 않았다. 그렇다고 요즘 조부상, 조모상에 조문 오라고 청하는 손자도 별로 없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고령화가 진척되면 장례도 가족 중심으로 단출하게 치러야 할 것이다. 묘지도 자녀들 집과 멀어서는 곤란하다. 늙은 자녀가 부모님 묘를 한 번이라도 더 찾아뵈려면 한 발짝이라도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할 것이다.
*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으로 일반인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은퇴교육과 퇴직연금 투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