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안후이성 황산시 황산구의 신안강(新安江) 주변으로 대형버스가 줄을 잇는다. 툰시(屯溪) 옛거리를 구경하려고 온 단체 관광객이 탄 차량이다. 이 길은 송나라 때 형성된, 10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상점가다. 툰시 옛거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곳. 이곳 건물은 1층에는 상가가 입주하고, 2층에는 사람이 사는 형태다. 강줄기 셋이 하나로 만나는 지점에 작은 부두가 있다. 길은 이 부두를 중심으로 발달해 흥망성쇠를 겪어왔다. 거리는 1.5km. 바닥의 돌은 깔린 지 800년이 넘었다고 한다. 돌은 오랫동안 사람이 밟아 번들번들 윤기가 흐른다. 매끄러운 돌을 밟으면서 걷는 느낌이 색다르다.
여기 상점 중 45%가 조상 대대로 내려온 곳이다. 벼루가 지역 특산물인데, 거북 아홉 마리가 세밀하게 조각됐다. 가격을 슬쩍 물어보니 4만 위안이란다. 한국 돈으로 700만 원에 달하니 눈으로 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벼루를 내려놓고 향을 몇 벌 샀다. 숙소에 돌아와 주인한테 물어보니 황산 특산품은 벼루와 먹, 붓, 한약재란다. 향 대신 붓을 살 걸 그랬다.
* 카투니스트 고경일(상명대 만화디지털콘텐츠학부 교수)은 한국과 일본에서 활동하는 학구파 작가. 일본 교토세이카대 만화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풍자만화를 전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