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임금피크제를 전제한 정년 연장을 꺼렸어요. 공무원처럼 조건 없는 일괄 연장을 원했죠.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좀 바뀌었어요. 정부 ‘압력’으로 임금피크제마저 물 건너갈 거라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임금피크형 정년연장제(이하 정년연장제)를 반기는 사람이 많아진 거죠. 개인적으로도 매력을 느낍니다. 58세는 한창 일할 나이인 데다 학자금 지원 등 복지제도도 그대로 누릴 수 있으니까요.”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는 지난해 7월 정년연장제를 도입하기로 노사 간 합의했다. 그 과정에서 서로 처지가 달라 많은 진통이 있었다. 전국전력노동조합(이하 전력노조) 최용혁 대외협력국장은 1월 정년연장제 실시 이후 한전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임금피크제는 퇴직 전 몇 년간 임금을 점진적으로 줄이면서 정년을 늘리는 일종의 일자리 나누기 제도. 고령화가 가속화하자 2007년 정부가 고령자고용촉진법을 제정해 이를 근거로 일부 지원해주면서 도입을 권고하기 시작했다.
초기 ‘불만’에서 이제는 ‘낫다’ 분위기 반전
하지만 현재 정년연장제를 도입한 기업은 전체의 5%. 제도를 일괄 적용한 금융권을 제외하면 한전, 포스코, 현대중공업, 유한양행 등 일부 기업에서 도입했다. “조건 없는 일괄 정년연장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노동계와 “중·고령층 정년 연장은 청년실업률을 높인다”는 경영계가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정년연장제의 연착륙은 불가능해 보인다. 정부가 제시한 유인책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근로자들은 정년연장제 도입 초기에 불만이 많았다. 임금피크제 없이 일괄 정년 연장을 보장받은 공무원과 비교하면 형평성을 잃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분위기가 반전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불만을 제기하지만, 임금피크제와 연동해서라도 정년연장제를 도입하는 편이 낫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그렇다면 제도를 도입한 기업 근로자들의 만족도는 어떨까.
“정년연장제를 도입한 기관 상당수는 허울뿐입니다. 정년 연장자를 모집한다면서 사실상 희망퇴직을 권고하고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등 부당한 처사가 비일비재하죠. 직원은 일정 연령이 되면 여유로운 근로환경을 원하고, 경영자는 그걸 못마땅하게 보는 등 서로 간 불만이 쌓인 탓입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유주선 부위원장은 정년연장제가 안착하지 못한 상태라면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거액 퇴직금을 받고 퇴직할 것이냐, 연봉을 조금씩 줄여가면서 2, 3년 더 근무할 것이냐’라는 선택의 기로에서 근로자 대부분은 후자를 선택한다. 그럼에도 제도가 정착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 직종에 따라 일부 기업은 비교적 빨리 자리 잡지만, 부작용이 속출해 조기 폐지를 결정한 곳도 있다.
먼저 현장 업무가 많은 제조업이나 지방 근무를 해야 하는 기업은 만족도가 높다. 임금피크형 정년연장제를 선택하는 순간 직원은 기존 직위를 박탈당하고 새로운 보직을 배정받는다. 한전,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현장이 많은 기업은 숙련된 기술을 활용할 영역이 많아 정년연장제 적용 당사자들의 불만이 적다. 지방 근무는 청년이 기피하는 ‘틈새 보직’이다. 다음은 지난해 한 민간은행에서 퇴직한 사람의 설명.
퇴직자 삶 관리하는 기업도 증가
“정년연장제를 도입해도 뒷방신세이긴 마찬가지다. 기존 보직을 박탈한 뒤 있으나 마나 한 자리에 앉히기 때문에 의욕이 떨어져 생산성까지 해친다. 조직 전체로서도 득이 될 게 없다. 예를 들어, 후배가 지점장으로 있는 지점에 일반직으로 발령받으면 분위기가 묘해지면서 주변 동료들도 불편해진다.”
단순한 정년 연장을 넘어 퇴직자들의 삶 전반을 관리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지난해 제약업계 최초로 정년연장제를 도입한 유한양행은 정년을 앞둔 직원에게 생애설계 및 노후설계를 위한 컨설팅과 교육을 실시한다.
기업에서 노령인구를 꺼리는 이유는 3가지 정도다. 첫째 생산성이 떨어지고, 둘째 조직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으며, 셋째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대안으로 정년연장제를 도입하고, 청년층과 고령층이 상생할 수 있는 직무를 나누며, 고령층에게 신기술 훈련을 강화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정년연장제를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1994년 60세로 정년을 늘린 데 이어 2004년 65세 고용을 의무화한 일본의 예를 들어 정부의 결단을 촉구한다. 하지만 반대 측에서는 기업 생산성 저하를 우려하면서 신중한 결정을 강조한다. 삼성경제연구소 태원유 수석연구원은 “정년연장제는 기업 내부에 역동적인 시스템을 갖춘 뒤 도입해야 한다. 일본 기업들은 정년연장제를 도입한 이후 활력이 다소 떨어졌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는 지난해 7월 정년연장제를 도입하기로 노사 간 합의했다. 그 과정에서 서로 처지가 달라 많은 진통이 있었다. 전국전력노동조합(이하 전력노조) 최용혁 대외협력국장은 1월 정년연장제 실시 이후 한전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임금피크제는 퇴직 전 몇 년간 임금을 점진적으로 줄이면서 정년을 늘리는 일종의 일자리 나누기 제도. 고령화가 가속화하자 2007년 정부가 고령자고용촉진법을 제정해 이를 근거로 일부 지원해주면서 도입을 권고하기 시작했다.
초기 ‘불만’에서 이제는 ‘낫다’ 분위기 반전
하지만 현재 정년연장제를 도입한 기업은 전체의 5%. 제도를 일괄 적용한 금융권을 제외하면 한전, 포스코, 현대중공업, 유한양행 등 일부 기업에서 도입했다. “조건 없는 일괄 정년연장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노동계와 “중·고령층 정년 연장은 청년실업률을 높인다”는 경영계가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정년연장제의 연착륙은 불가능해 보인다. 정부가 제시한 유인책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근로자들은 정년연장제 도입 초기에 불만이 많았다. 임금피크제 없이 일괄 정년 연장을 보장받은 공무원과 비교하면 형평성을 잃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분위기가 반전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불만을 제기하지만, 임금피크제와 연동해서라도 정년연장제를 도입하는 편이 낫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그렇다면 제도를 도입한 기업 근로자들의 만족도는 어떨까.
“정년연장제를 도입한 기관 상당수는 허울뿐입니다. 정년 연장자를 모집한다면서 사실상 희망퇴직을 권고하고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등 부당한 처사가 비일비재하죠. 직원은 일정 연령이 되면 여유로운 근로환경을 원하고, 경영자는 그걸 못마땅하게 보는 등 서로 간 불만이 쌓인 탓입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유주선 부위원장은 정년연장제가 안착하지 못한 상태라면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거액 퇴직금을 받고 퇴직할 것이냐, 연봉을 조금씩 줄여가면서 2, 3년 더 근무할 것이냐’라는 선택의 기로에서 근로자 대부분은 후자를 선택한다. 그럼에도 제도가 정착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 직종에 따라 일부 기업은 비교적 빨리 자리 잡지만, 부작용이 속출해 조기 폐지를 결정한 곳도 있다.
먼저 현장 업무가 많은 제조업이나 지방 근무를 해야 하는 기업은 만족도가 높다. 임금피크형 정년연장제를 선택하는 순간 직원은 기존 직위를 박탈당하고 새로운 보직을 배정받는다. 한전,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현장이 많은 기업은 숙련된 기술을 활용할 영역이 많아 정년연장제 적용 당사자들의 불만이 적다. 지방 근무는 청년이 기피하는 ‘틈새 보직’이다. 다음은 지난해 한 민간은행에서 퇴직한 사람의 설명.
정년연장제를 도입한 한국전력, 현대중공업, 포스코(오른쪽부터).
“정년연장제를 도입해도 뒷방신세이긴 마찬가지다. 기존 보직을 박탈한 뒤 있으나 마나 한 자리에 앉히기 때문에 의욕이 떨어져 생산성까지 해친다. 조직 전체로서도 득이 될 게 없다. 예를 들어, 후배가 지점장으로 있는 지점에 일반직으로 발령받으면 분위기가 묘해지면서 주변 동료들도 불편해진다.”
단순한 정년 연장을 넘어 퇴직자들의 삶 전반을 관리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지난해 제약업계 최초로 정년연장제를 도입한 유한양행은 정년을 앞둔 직원에게 생애설계 및 노후설계를 위한 컨설팅과 교육을 실시한다.
기업에서 노령인구를 꺼리는 이유는 3가지 정도다. 첫째 생산성이 떨어지고, 둘째 조직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으며, 셋째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대안으로 정년연장제를 도입하고, 청년층과 고령층이 상생할 수 있는 직무를 나누며, 고령층에게 신기술 훈련을 강화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정년연장제를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1994년 60세로 정년을 늘린 데 이어 2004년 65세 고용을 의무화한 일본의 예를 들어 정부의 결단을 촉구한다. 하지만 반대 측에서는 기업 생산성 저하를 우려하면서 신중한 결정을 강조한다. 삼성경제연구소 태원유 수석연구원은 “정년연장제는 기업 내부에 역동적인 시스템을 갖춘 뒤 도입해야 한다. 일본 기업들은 정년연장제를 도입한 이후 활력이 다소 떨어졌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