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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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저축 3인방’ 들어두셨나요?

국민연금, 퇴직연금, 연금저축 … 노후 대비 일찌감치 ‘밥그릇 줄이기’ 전략 필요

  • 이상건 미래에셋자산운용 투자교육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

    입력2011-04-25 09: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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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저축 3인방’ 들어두셨나요?
    심리학자가 권하는 최고의 다이어트 방법은 무엇일까. 규칙적인 운동? 아니면 개인 트레이너를 두고 체계적으로 받는 웨이트 트레이닝? 아니다. 밥그릇 크기를 줄이는 것이다. 식사 때 작은 그릇을 쓰면 포만감은 그대로인 채 음식 섭취량만 준다. 큰 그릇으로 식사하면서 양을 줄이기는 참 어렵다. 실제 이 아이디어를 받아들인 다이어트 밥그릇도 이미 시중에 나왔다.

    노후에 대비한 투자를 늘리려 이런 심리학 아이디어를 이용한 사례가 있다. 심리학과 금융학을 결합한 ‘행동금융학자’들은 선택권(옵션) 설계를 통해 저축액을 늘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냈다. 1990년대 중반 행동금융학 창시자인 리차드 탈러 교수와 슐로모 베르나치 교수는 미국 근로자에게 퇴직연금 활용법을 제시했다. 그 내용은 간단하다. “연봉 인상분을 퇴직연금 계좌에 자동이체로 불입하라”는 것이다.

    이 ‘간단한’ 아이디어를 실제 적용하자 ‘간단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 자동이체를 선택한 근로자 중 절반의 평균 저축액이 2년 만에 소득의 3.5%에서 11.5%로 증가했다. 이 실험을 통해 “노후에 대비해 저축액을 늘리려면 ‘허리띠 졸라매기’ 같은 엄청난(?) 결심을 하는 것보다 ‘옵션 설계를 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옵션 설계 잘하는 것이 효과적

    옵션 설계가 중요한 이유는 인간이 노후 문제에 그리 합리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노후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노후가 걱정되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그렇다’고 대답하면서도 ‘노후준비를 하고 있느냐’고 물어보면 ‘그렇지 못하다’고 고개를 숙인다. 행동금융학에서는 은퇴 준비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를 ‘근시안적 소비법칙(Myopic Consumption Rule)’으로 분석한다. 이는 소비할 때 먼 훗날 일보다 눈앞의 일을 중시하는 것을 뜻한다. 은퇴를 앞둔 사람 역시 자녀교육비와 대출금 상환비 마련은 지금 당장의 일이지만, 노후 준비는 지금이 아닌 나중의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머릿속으로는 노후준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교육비와 대출금 상환비에 우선순위를 둔다.



    사람들의 이런 성향을 감안한 옵션 설계가 필요한데, 은퇴 준비를 위한 옵션의 특징은 △강제성이 있어야 하고 △자동이체를 해야 하며 △소득 증가에 따라 불입액이 늘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노후 관련 상품 중 이런 성격이 있는 것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연금저축(펀드)뿐이다. 이들을 합쳐 ‘강제저축 3인방’이라 한다.

    3층 연금의 첫걸음은 바로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미성년자, 전업주부, 18~26세 학생, 기초생활수급자를 제외하고는 강제 가입해야 한다. 최근에는 국민연금 강제 가입 대상이 아닌 40~50대 가정주부의 임의 가입이 늘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 후 10년(120개월) 이상이면 매달 일정액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50세 가정주부가 지금 임의 가입을 해 10년간 8만9100원을 낸다면 60세가 되는 시점부터 매달 16만2000원을 사망할 때까지 받는다. 장수하면 할수록 이익이다.

    퇴직연금은 매달 급여에서 자동으로 퇴직연금 계좌로 이체된다. 연봉이 오르면, 인상분에 비례해 불입액도 커진다. 강제성, 자동이체, 그리고 소득 증가에 비례한 저축액 증가라는 강제저축의 요건을 모두 갖췄다. 연금상품 중 퇴직연금만큼 강제저축에 맞는 훌륭한 옵션을 가진 상품도 없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적지 않은 근로자가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 대출금을 상환하거나 자녀교육비로 충당한다. 하지만 이는 바람직한 결정이 아니다. 퇴직연금은 직장에서 은퇴했지만 연금생활을 하기 전인 ‘마(魔)의 55~65세 기간’을 이겨낼 안전장치기 때문이다.

    연금저축(펀드) 역시 훌륭한 강제저축 방법이다. 올해부터 연금저축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가 300만 원에서 400만 원으로 늘어나 더욱 반갑다. 이 상품에 가입해 소득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최소 10년간 계좌를 유지해야 한다. 그 전에 해지하면 그동안 받은 소득공제분을 모두 토해내야 한다. 여간 급한 일이 아니라면 해지할 수 없게 만든 조건이다. 이 상품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하루 빨리 가입하고, 이미 가입했다면 소득공제 한도 불입액을 늘릴 것을 권한다.

    55~65세를 이겨내는 안전장치

    ‘강제저축 3인방’ 들어두셨나요?
    이 상품을 이용할 때도 행동금융학자들의 아이디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젊어서는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주식 비중을 높이고, 나이 들어서는 안전한 채권에 투자하는 ‘라이프사이클형 펀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를 통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자동으로 자산배분을 해나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이 밖에 10년 이상 장기성 보험 역시 일종의 강제저축으로 볼 수 있으며, 현재 가입 가능한 금융상품 중 유일하게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종합소득세 산정 때 분리과세가 되기 때문에 거액 자산가들은 절세 수단으로 이 보험을 적극 활용한다. 자산이 어느 정도 있는 50대 중후반이라면 55세 시점에 즉시연금형으로 가입해 10년간 생활비로 쓰고, 65세부터 국민연금을 받게 되므로 연금 액수를 줄여나가는 것도 이용해볼 만한 방법이다.

    장기성 보험 중 ‘55~65세 기간’ 대비 상품으로 적합한 것이 바로 연금보험이다. 연금보험도 보험이기 때문에 중간에 해지하면 손실이 크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이런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옵션 구실을 한다. 투자자로선 손실을 보지 않으려면 끝까지 계약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유지하면 발생한 수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다는 점과 중도 해지 때 손실이 크다는 점에서 강제저축 상품으로 좋다.

    연금펀드와 연금보험은 해외 펀드형으로 가입하면 절세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 해외 펀드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는 이자소득세와 동일한 15.4%의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들 상품을 이용하면 해외 펀드로 수익이 나더라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 직장인은 대체로 55세에 정년퇴직을 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65세가 돼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55세를 기준으로 최소 10년치 생활비를 확보해놓아야 행복한 은퇴생활이 가능하다. 막상 닥쳐서 돈을 준비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강제저축 3인방을 이용해 ‘밥그릇 줄이기 전략’으로 꾸준히 저축하고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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