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새순을 올리고 있는 산마늘. 4월이 제철이다.
근래 단군신화의 그 산을 산마늘이라 주장하는 이들이 생겼다. 산마늘이 유행하면서 나온 말이다. 뒤에 ‘-마늘’이 턱하니 붙어 있고 우리 땅에서 자생하는 식물이니 단군신화의 그 식물이라 주장할 만하다. 그러나 삼국유사에는 한글로 ‘마늘’이라 쓰여 있는 것이 아니며, 산마늘이 일상에서 흔히 먹었던 식물도 아니니 단군신화의 그 음식이라 주장하는 것은 억지스러움이 있다.
요즘 산마늘장아찌를 내는 고깃집이 많다. 마늘 향이 흐릿하게 나고 약간 새콤달콤하게 절인 것이라 고기구이와 잘 어울린다. 산마늘 넓이도 고기를 싸기에 딱 맞아 무엇이든 쌈 싸먹기 좋아하는 한국인에게는 그만이다. 고깃집에서 산마늘장아찌 붐이 일면서 물량이 크게 달린다. 산마늘 최대 자생지 울릉도에서는 산마늘장아찌를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사정이 이러니 남획의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산마늘은 씨앗 발아 후 4년 정도 돼야 잎사귀가 먹을 수 있는 정도가 된다. 그때면 잎이 두 장 나오고, 이 중 한 장을 따 먹는다. 두 장을 다 따면 죽는다. 욕심을 부리면 자생 산마늘이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요즘 산마늘장아찌는 잎사귀가 지나치게 크다. 양을 늘리려는 것일 수도 있다. 웃자란 산마늘은 맛이 좋지 않다. 향이 약하고 억세 ‘이걸 왜 먹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산마늘은 웃자라면 독성이 있다는 말이 있으니 안전한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최근엔 중국산 산마늘이 수입된다. 몇 년 전부터 외식업체 사이에 산마늘 확보경쟁이 붙었는데 누군가 재빠르게 중국으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장사란 그런 거다. 유행이 일어날 때 물건을 싸게 다량 확보하는 사람이 돈을 벌게 돼 있고, 그 논리에 따라 중국산 산마늘장아찌가 널리 퍼지는 것이다. 원산지 표시 대상도 아니니 식당에서도 싼값에 쓸 수 있어 이득이다.
일본에서도 산마늘을 먹는다. 잎을 먹는 우리와는 달리 어린 싹이 올라올 때 줄기째 캐서 요리한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일본 산마늘 줄기의 굵기는 적어도 4~5년생은 돼 보인다. 자연산이 아니라 재배한 것이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먹는 것이다.
경기 양평엔 산마늘 농장이 있다. 서울에서 강원도 가는 6번 국도에 ‘산마늘밥’ 간판이 걸려 있는데, 그 식당 뒤 공간이 산마늘 농장이다. 이 농장에서 산마늘을 재배한 지는 15년이 넘는다. 울릉도에서 모종을 가져와 조금씩 넓힌 것이다. 산마늘은 땅속줄기로도 번식을 하는데 한 포기, 한 포기 정성껏 분을 갈라 심어 이제는 농장 안이 온통 산마늘이다. 산마늘은 자생종이라 병충해가 거의 없어 재배 환경만 적절히 조성해주면 잘 자란다. 몇 년을 꾸준히 관리하면 해마다 풍성한 수확을 할 수 있는 독특한 채소다.
봄이 돼 여기저기서 산나물이 나온다. 대부분 재배를 한 것이다. 산에 자생하는 것은 남획으로 그 양이 점점 줄어 현지에 가도 구하기 힘들다. 나 하나 욕심 조금 부리면 어때 하는 것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올봄 울릉도 산마늘 사정이 어떤지 궁금해서 정보를 찾아보다 ‘울릉도’ 이름을 건 업체가 중국산을 취급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어렵게 찾아간 울릉도에서 자칫 중국산 산마늘을 먹고 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