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스캔들’의 주인공 신정아가 돌아왔다. ‘4001’(사월의책)이라는 자서전을 손에 들고. 그의 책은 출간하자마자 또 한 번 세상을 뒤흔들 기세다. 출간 직후 초판이 동났고, 인터넷은 온통 ‘신정아’ 세 글자로 도배됐다. 변양균 전 대통령 정책실장과의 관계를 내밀하게 묘사하고 유명 인사들과의 추문을 실명을 들어 설명하는 등 그 내용이 상당히 자극적인 탓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과대망상적 거짓말에 불과하다.” “사실 검증을 거친다면 사료로도 가치가 있을 만하다.”
책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책 판매를 위한 ‘노이즈 마케팅’에 불과한 거짓말”이라고 매도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상황이 구체적이라 그럴듯해 보인다”라고 말한다. 정서적 반응도 두 가지로 나뉜다. “‘똥아저씨’(변양균 실장)라고 말하는 둥 도덕적 관념을 상실했다”는 반응이 나오는 동시에, “개념 없는 인사들의 추문을 폭로해 속시원하다”라는 의견도 있다. 책에 악의적으로 거론된 인사들의 반응은 어떨까. ‘주간동아’가 그들 또는 그들을 대변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왜 사람을 들쑤시냐” >>>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가족
‘낯 뜨거운 말이지만, 나는 늘 똥아저씨 가정이 잘 지켜지기를 바랐다. 한번은 똥아저씨에게 너무나 이기적인 인간이라고 욕을 한 적도 있었다. 왜 나와 헤어져주지 않느냐면서. 결국 나는 나대로, 가정은 가정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그런 이기적인 심보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그러자 똥아저씨는 내가 결혼을 하고 유부녀가 되어서 자기와 같은 조건에서 만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나는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었다.’(신정아 씨의 책 210~211쪽)
3장 ‘내 미운 사랑’에서 30여 쪽에 걸쳐 변 전 실장과의 관계를 상세히 적고 있다. 변 전 실장의 반응을 들으려고 3월 23일 밤 경기 과천시 자택을 찾았다. 아내로 보이는 중년 여성과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나눈 대화 내용이다.
“(변 실장님 집에 계시느냐) 누구냐. 무슨 일로 왔냐. (만나뵈러 왔다) 왜 찾느냐. 지금 시간이 몇 시냐. 예의 없이 이 늦은 시간에 웬 행패냐. (책 나온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 조용히 잘 살고 있는 사람을 왜 또 찾아와 들쑤시느냐. (내용이 잘못됐다면 해명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해명은 또 무슨 해명이냐. 우리가 그걸 왜 해야 되냐….”
“언급할 가치조차 없어” >>>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
‘배후설에 대해 밝히려니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작은 인연에 대해 언급할 수밖에 없다. 외할머니 소개로 노 대통령이 갑자기 나를 보자고 하신 것이다. … 노 대통령을 뵌 후부터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나 기자회견을 하실 때마다 가끔씩 내게 코멘트를 들어보려고 하셨다.… 또 한번은 연락이 와서는 ‘웨스트 윙’을 구해보라는 말씀을 하셨다. … 노 대통령이 그렇게 내게 관심을 쏟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접적인 도움을 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146~149)
이와 관련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신정아가 주장한 이야기는 처음 듣는데, 상식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
“황당한 수준이다. 청와대 시스템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런 주장을 할 수 없다. 기자회견 앞두고 자문을 한다는 건 도저히 불가능한 이야기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에도 마찬가지다. 공식 대응하면 논란을 키우는 역할만 할 것 같아서 하지 않고 있다. 내가 알기로 노 전 대통령과 신정아는 전혀 모르는 사이다. 내용 자체가 언급할 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다.”
한편 양정철 전 대통령비서실 홍보기획비서관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노 대통령께서는 신정아 씨를 만나거나 통화한 적이 없습니다. 본인이 실명을 밝히지 않은 외할머니와 노 대통령의 인연도 처음 듣는 얘기입니다. … 모두 청와대 내부를 너무 모르는 사람의 자작극 같은 얘기입니다. 노 대통령의 미국 드라마 ‘웨스트 윙’ 애청이나, 학력위조 파문 당시의 노 대통령 반응은 이미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된 것이어서 누구든 할 수 있는 얘기입니다.’
“명백한 거짓말이자 왜곡” >>>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측근
‘우선 정 총장이 나를 만나자는 때는 늘 밤 10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 정 총장은 안주 겸 식사를 시켜놓고서, 필요한 자문을 하는 동안 처음에는 슬쩍슬쩍 내 어깨를 치거나 팔을 건드렸다. …정 총장은 다음번에 팔레스 호텔에서 만났을 때는 아예 대놓고 내가 좋다고 했다. 앞으로 자주 만나고 싶다고 했고, 심지어 사랑하고 싶은 여자라는 이야기까지 했다.’(100~104)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책 출간의 가장 큰 피해자다. 책에서 정 위원장은 서울대 박물관 관장직과 교수직을 미끼로 신씨를 추행한 파렴치한으로 묘사돼 있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의 측근인 김창영 전 국무총리실 공보실장은 “신정아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뭔가 의도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의 설명.
“2007년 신정아 재판 과정에서 한 번 나왔던 이야기다. 정운찬 위원장이 서울대 총장 시절(2002년 7월~2006년 7월) 신정아에게 서울대 교수직을 제안했다는 이야기는 전혀 사실 무근이다. 서울대 교수직은 총장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해당 과 교수들의 추천을 받아 인사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정 위원장이 총장 시절 애제자인 장하준 교수를 서울대 교수로 영입하려고 했는데, 교수들이 반대해 성사되지 않은 적도 있다. 그런데 당시 신정아는 교수도 아니었고, 조그만 미술관에서 근무하는 33세의 큐레이터에 불과했는데 (서울대 교수) 자격이 되겠는가. 신정아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말이자 왜곡이다. 뭔가 의도가 있는 것 같다. 나라도 나서서 정면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자칫 노이즈 마케팅, 스캔들 마케팅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지 않을까 해서다. 아직 책도 못 봤는데, 책 한 권 팔아줄 이유가 없다.”
“허위사실 법적 대응 검토” >>> 전직 조선일보 기자 C
‘C기자는 계속 나를 끌어당기며 블루스를 추자고 했다. C기자는 춤을 추는 게 아니라 아예 더듬기로 한 모양이었다. 허리를 잡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지만 손이 다른 곳으로 오자 나는 도저히 구역질을 참을 수 없어서 화장실로 피해버렸다. … C기자는 택시가 출발하자마자 달려들어 나를 껴안으면서 운전기사가 있건 없건 윗옷 단추를 풀려고 난리를 피웠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93~94)
신씨가 자신에게 성추행에 가까운 짓을 했다고 쓴 전 기자는 현직 국회의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변호사한테 자문했다. 현재로서는 답변이 자유롭지 못한 점 양해해달라. C라고 거론됐는데 그와 관련해 답변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답변을 하면 C기자가 나라는 것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지 않는가. 차라리 실명으로 거론했다면 사실관계를 설명할 수 있겠다”라고 말했다.
C의원 측의 공식 답변은 “(만약 C기자가 C의원을 거론한 것이라면 그것은) 악의적인 거짓말이다. 신정아와 출판사 및 허위사실을 보도한 언론매체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전화받는 것도 불편하다” >>>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
‘(정운찬이 서울대 미술관장으로 김영나를 탐탁지 않게 생각해 대신 정형민 교수를 추천했는데) 결국 그 일 때문에 나는 김영나 교수의 미움을 사서, 내 학위 문제가 불거졌을 때 김영나 교수가 앞장서서 예일대의 내 지도교수에게 메일을 보내고 언론사 여기저기에 전화를 돌리는 등 큰 곤경에 처하게 됐다.’(104)
책에서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 서울대 서양화과 윤동천 교수, 서울대 미술사학과 장진성 교수, 장윤 스님 등은 예일대에 e메일을 보내는 등 신씨를 음해한 것으로 묘사됐다. 이와 관련해 윤동천 교수는 “책을 보지도 않았지만, 연루되고 싶지 않다”라고 답했고, 장진성 교수와 장윤 스님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음은 김영나 관장의 해명.
“언론사나 예일대에 e메일 보낸 적 없다. 다만 박사학위를 받은 사실은 의심스럽다고 생각했다. 나는 미국에서 학위를 받아 사정을 알잖나. 3년 정도 그곳에서 공부해야 하는데, 한국에서 학위를 받았다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갔다. 그의 거짓말에 내가 왜 사실 여부를 밝혀야 하는지 모르겠다. 코멘트할 가치도 없고, 전화받는 것도 불편하다.”
“책 안 봐서 할 말 없다” >>> 전·현직 기자
‘신세미 기자는 나를 허영과 사치에 물든 여자처럼 기사를 써놓았다. 기사에 ‘명품족’ ‘과소비’라는 표현을 보고 나는 실소를 참을 수 없었다. … 기분이 우울해지면 명품 브랜드 세일하는 곳에 가서 한꺼번에 옷을 이십여 벌이나 사와서 재연이와 내가 뜯어말린 적도 여러 번이었다. … 나와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양성희 기자는 기사를 쓰지 말거나 회사의 지시라 해도 버텼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사의 어조를 보니 스스로 내켜서 쓴 것이 분명했다.’ (76~77)
이밖에 신씨가 서운함을 토로한 전·현직 기자는 전화기를 꺼두거나 노코멘트했다. 정재연 전 조선일보 기자는 “책을 안 봐서 할 말이 없다. 신씨와 친하게 지낸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문화일보 신세미 기자를 언급한 부분에 대한 질문에는) “그런 이야기까지 썼느냐”며 놀라는 반응이었다.
“왜 그런 책 냈는지 몰라” >>> 신정아 가족
신씨는 책에서 외할머니가 몰래 어머니를 낳았고 노 전 대통령을 이 할머니의 소개로 만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씨의 가족은 “외할머니에 대해선 들어본 적이 없다. 모른다”라고 밝혔다. 또한 “신씨는 감옥에서 출옥한 후 단 한 번도 얼굴을 보이지 않고 연락도 없었다. 왜 그런 책을 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책도 보지 못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신씨의 가족에게 각 언론의 확인전화가 쇄도하는 것에 대해 “아는 바도 없고 더 이상 할 말도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