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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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 티켓 파워 그 이유 그대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0-12-13 11: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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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승우 티켓 파워 그 이유 그대로
    키 173㎝의 조승우는 누구보다 거대했다. 병에 걸린 아버지를 위해 이성과 감성을 분리하는 약 개발에 도전하는 젊은 의사 ‘지킬’의 열정, 본능을 제어하지 못한 채 악으로만 가득 찬 ‘하이드’의 분노가 그 몸 안에 동시에, 고스란히 스며 있었다. 특히 지킬과 하이드가 함께 나타나 격렬히 갈등하던 ‘confrontation(대립)’은 한 사람이 연기하는 것이라고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그 몰입이 빛났다. 짙은 녹색 조명 아래 갈등하던 그가 마침내 노래를 마치고 굵은 주먹을 떨어뜨리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감동을 뛰어넘은 경탄이었다.

    11월 30일 개막한 ‘지킬 앤 하이드’는 작품 자체보다 ‘조지 킬’ 조승우의 귀환이 더욱 화제가 됐다. 1차 티켓 오픈 당시 조승우의 13회 출연분(1만5600여 장)은 15분 만에 매진됐고, 조승우가 매회 1800만 원의 출연료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출연료 거품 논란’도 일었다. 조승우는 폭발적인 연기를 통해 이러한 신드롬이 단순히 스타의 컴백에 호들갑을 떠는 소수 팬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오랜만에 ‘제대로 된 배우’를 만날 수 있다는 관객들의 기대임을 명확히 증명했다.

    사실 조승우와 ‘지킬 앤 하이드’는 함께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승우는 2004년 ‘지킬 앤 하이드’ 초연 당시 호평을 받은 이후 ‘맨 오브 라만차’ ‘헤드윅’ 등 대형 뮤지컬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극 ‘지킬 앤 하이드’는 1997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1500여 회 공연을 했지만, 다른 대형 뮤지컬들에 비하면 전형적인 ‘흥행 뮤지컬’이라고 할 수 없다. 유독 한국에서만 ‘국민 뮤지컬’이 된 것은 ‘조지 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조승우는 조용한 제대 이후 첫 작품으로 ‘지킬 앤 하이드’를 택했고, 말년 휴가 때 틈틈이 연습에 참석할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

    이 작품의 가장 치명적이고 결정적인 약점은 스토리가 엉성하다는 것이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원작에 거리의 여인 루시, 끝없는 사랑과 믿음을 주는 엠마와의 러브스토리를 끼워 넣은 드라마는 너무 엉성해 ‘왜?’라는 질문에 적합한 답을 주지 못한다. 보수적인 이사회와의 갈등, 거리의 여자에게 친절을 베푸는 순박한 의사 청년 등의 설정은 지루하고 개연성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이 뮤지컬이 각광받는 것은 음악과 연기를 통해 한계를 극복하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루시 역을 맡아온 김선영이 조그만 침대에 앉아 ‘A new life’를 부를 때는 ‘소리만으로 무대가 가득 찬다’는 말을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 11월 30일~2011년 3월 31일, 샤롯데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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