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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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한숨 소리, 햄버거 웃음 소리

라면 사상 첫 1년 연속 판매량 감소 토종 브랜드 롯데리아는 매출 18% 늘어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0-12-13 09: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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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면 한숨 소리, 햄버거 웃음 소리
    국민 기호식품 라면이 사상 처음으로 1년 연속 판매량이 줄었다. 언젠가부터 주식(主食)에서 간식(間食)으로 밀려나더니 이젠 ‘국민 간식’이란 자리까지 위협받고 있는 것. 각 라면업체의 판매량, 매출, 영업이익, 주가는 지난해 4분기 이후 하방곡선을 긋고 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인한 사재기와 창고형 할인마트의 초저가 출혈 판매에도 라면의 판매와 매출 하향세는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국내 라면 시장의 규모는 총 1조9000억 원. 통계청에 따르면 올 3분기 라면 시장 규모는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금액 기준으로 10.6%, 물량 기준으로는 8.6% 이상 줄었다. 지난해 4분기 1256t이던 라면 시장 규모(출하량 기준)는 올해 3분기 1099억t으로 감소했고, 매출액은 라면 판매가 가장 호황이었던 2006년과 비교하면 11.8%나 줄었다. 2009년 2분기와 3분기 각각 12.8%, 6.6% 성장한(전년 대비) 라면 시장은 내수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던 2009년 4분기 마이너스 성장(-0.03%)을 기록한 후 줄곧 내리막을 달리고 있다.

    불황기에 잘 팔리고 호황기에 수요 상승폭이 줄어드는 저가 대용식(代用食)의 특징도 깨졌다. 라면 판매량이 급감한 지난 1년 세월은 금융위기를 탈출해 호황기로 돌아선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런 상황에서 라면 수요 급감을 엄청난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제 1963년 삼양식품이 일본의 인스턴트 라면을 도입한 이래 이처럼 1년이 넘게 라면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심 3분기 영업이익 41.7% 하락

    업계 1위인 농심의 상황은 심각하다. 올 2분기 라면 판매량이 전년 대비 3.2% 줄어든 데 이어 3분기에는 8.8%로 감소폭이 더욱 커졌다. 라면 판매액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농심의 3분기 영업이익(145억 원)의 41.7% 감소 소식은 ‘어닝 쇼크(earning shork)’에 가까웠다. 삼양식품은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8.20% 감소한 데 이어 영업이익은 55.2%가 줄었다.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올 1월 12일 26만4500원까지 올랐던 농심의 주가는 3분기 실적 발표가 있은 후 19만5000원까지 떨어졌다. 올해 코스피 지수가 14%가량 오른 점을 감안하면 지수 대비해서는 34%가량 떨어진 셈. 연평도 사건 이후 라면 사재기 등으로 잠깐 20만 원을 상회했던 주가는 12월 초에 들어서면서 19만 원 선에서 춤을 추고 있다. 4월 16일 장중 2만1600원까지 올라갔던 삼양식품도 최근에는 1만6000원대 중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

    인스턴트식품의 제왕으로 군림하던 라면의 수요가 이처럼 감소하는 이유는 뭘까. 사실 라면의 수요 감소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라면이 밥 대신 먹는 저가 대용식이 아닌 먹고 싶을 때 먹으면 되는 간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인 데다, 그마저도 대체할 수 있는 간식거리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전문기업인 트렌드 모니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942명)의 78.2%는 ‘라면은 밥과 상관없이 먹는 기호식품’이라고 답했다. “라면 먹고 뛰어.” 1986년 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3관왕에 오른 임춘애 선수의 이야기는 신화가 된 지 오래. 이런 상황에서 삼각김밥 등 1000원짜리 김밥의 범람, 공장형 도시락의 확산에 웰빙(참살이)을 강조한 햄버거, 피자, 치킨 같은 음식까지 가세해 라면의 입지를 깎아내리고 있다.

    실제 토종 햄버거 브랜드인 롯데리아는 전년 대비 올해 누적 매출 성장률이 18%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이처럼 매출이 급증한 것에 대해 “우리의 토종 먹을거리인 불고기와 국내산 새우, 한우를 이용한 마케팅이 빛을 봤다.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를 충실히 반영한 게 큰 도움이 됐다. 이외에 카페형 매장을 확대하고, 커피와 디저트의 메뉴를 강화한 것도 한 이유가 됐다”고 설명한다.

    꺼질 줄 모르고 계속되는 웰빙 열풍도 라면 수요에 찬물을 끼얹는 요인 중 하나다. 대부분의 라면 수프에서 합성 조미료인 MSG(글루타민산나트륨)를 뺐지만 일반인들은 여전히 라면을 ‘짜고 맵고 살찌는(밀가루) 음식’으로 인식하는 데다 라면을 대체할 웰빙형 간식이 쏟아지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인식이 심화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라면 판매량 감소에 대해 “3분기는 추석연휴 9일간 휴무에 따른 영업일수의 부족으로 판매량이 감소했다. 올 전체로 봐서는 감소량이 미미해 곧 회복될 것”이라며 애써 시장에서 입은 상흔을 달래려 했지만, 매출액의 급감에 대해선 “올 2월에 주력 면류의 가격 인하 때문에 벌어진 어쩔 수 없는 결과”라며 억울해했다. 실제 농심은 정부의 생활필수품 가격 안정 대책에 부응해 올 2월 신라면 등 판매량이 많은 라면의 가격을 종류별로 2.7%에서 7.1%까지 인하한 바 있다. 그래서 2010년 3분기까지 누적 면류의 매출이 2009년 같은 기간까지에 비해 3.87% 늘었다는 게 농심의 설명이다.

    라면업계의 매출 부진은 라면 가격 인하와 함께 불어온 원·부자재 값 인상도 한몫했다. 채소, 팜유, 포장재 가격이 일제히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팜유 수입가격이 3.7% 상승한 데 비해 밀가루 가격이 14%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원·부자재 값 인상이 매출에 입힌 타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선 라면업계의 이런 어려움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각 증권사는 농심의 3분기 실적 발표 후 라면업체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수정하고 매매 예상 최고가도 하향 조정했다. 각 증권사는 이에 “이런 상태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 같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연평도 사건과 할인매장 간 출혈 저가 경쟁으로 몇 주일간 반짝한 라면 사재기 현상에 대해선 “미래 수요를 당겨놓은 것일 뿐 전체 매출엔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라면의 굴욕’ 앞으로 계속될 듯

    농심 등 라면업계는 내년에 라면 가격을 ‘정상화’하고 웰빙 라면인 건면시장(주로 쌀국수)을 활성화하는 한편, 해외사업을 강화해 이 난국을 타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우선 라면 가격 인상은 업계의 바람일 뿐 실제 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라면을 비롯한 48개 품목 가격에 대한 집중 관리에 나선 상황에서 업계가 원자재 값의 추가 상승이 없음에도 가격을 올리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중론이다.

    미래에셋증권의 김성훈 연구원은 “농심은 매출액의 60%를 라면이 담당하기 때문에 단기 매출 회복은 어려울 것이다. 원가상승 압박에도 제품가격을 인상하기가 어려워 마진 하락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 해외시장 개척도 현재까지 가시화된 것이 없어 영업실적 개선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트레이드증권의 조기영 선임연구원은 “건면 중에서 웰빙 제품이 늘긴 했지만 이들 신제품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에 불과해 매출에 대한 기여도가 의미 있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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