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검사를 해도 이상 없다는 난임 커플. 앙증맞은 아기는 언제쯤 내려올까.
결혼 7년째 난임인 장진영(34) 씨. 병원에서 혈액검사, 호르몬검사, 자궁난관 조영술, 자궁내막 조직검사, 정액검사 등 난임 기본검사를 받았지만 “기다려보라” “둘 다 문제 없다”는 이야기뿐. 인공수정도 두 차례나 시도했으나 실패. 점점 나이는 들어가는데 불안한 마음만 커져 시험관아기 시술을 고려하고 있다. 장씨처럼 ‘원인 모르는 난임’을 겪는 커플은 어떻게 해야 할까?
노령 예비엄마 정밀검사와 인공수정 병행을
난임(難姙)이란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1년간 했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임신이 불가능하다는 의미의 ‘불임(不姙)’보다 임신이 어려울 뿐이라는 ‘난임’이 더 적확한 표현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부 8쌍 중 1쌍이 난임이다. 난임의 원인은 정자 활동장애, 무정자증, 정자 기형 등 남성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 혹은 여성이 배란장애, 난관폐쇄·복강 내 유착증 등 나팔관 이상, 자궁내막 유착증·자궁내 종물 등 자궁 이상, 자궁경부 점액 이상, 만성질환을 가진 경우다. 발기부전, 불화 등으로 부부간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지 못할 때도 난임이 된다. 난임의 원인이 여성에게 있는 경우는 40~55%이고, 남성에게 있는 경우도 25~40%나 된다. 그리고 전체 난임 커플 중 10~20%는 기본검사 결과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진단을 받는다.
하지만 “원인이 없다”고 해서 마냥 임신을 기다려선 안 된다. 35세 이상 노령 예비 엄마의 경우 더욱 그렇다. 서울 미즈메디병원 이희선 전문의는 “원인 없는 난임은 없다. 어떻게 해서든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검사에는 난자의 질이나 수정 여부, 수정됐을 때 배아 상태, 착상 여부를 알아보는 사항이 없다. 그렇기에 원인 없는 난임 판정을 받은 커플은 복강경검사, 자궁 내시경검사 등 더 정밀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복강경검사를 통해 여성의 나팔관이 꼬여 있거나 자궁내막증이 있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고, 내시경검사를 통해 초음파에서는 잡아내지 못한 자궁내막의 염증·용종 또는 자궁내막 유착 등을 찾을 수 있다. 부천 서울여성병원 불임센터 김낙근 소장은 “난임 원인이 없다고 진단받았으나 실제 임신을 방해하는 심각한 질병이 있다면, 치료 시기까지 놓쳐 아예 임신을 못하게 될 수 있다”며 난임의 원인을 찾기 위한 정밀검사의 필요성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인공수정 ‘정밀검사’ 효과
지체할 시간이 없는 노령 부부의 경우 정밀검사와 인공수정을 병행하는 것도 좋다. 인공수정이란 남편의 정자를 농축한 뒤 배란기에 아내의 자궁 속에 주입하는 방법이다. 인공수정은 크게 자연 배란일에 맞춰 정자를 넣어주는 자연주기 인공수정과 여러 개의 난자를 배란시킨 다음 정자를 넣는 과배란 인공수정으로 나뉜다. 원인 불명의 난임은 한 달 내 ‘부부관계’를 통해 임신할 가능성이 5%도 안 되지만 인공수정을 하면 15~20%로 끌어올릴 수 있다. 보통 4회 정도 시술하는데 50%의 커플이 임신에 성공한다. 또한 인공수정은 자연적인 임신 과정을 따라가면서 질 좋은 정자를 주입하기 때문에 시험관아기 시술보다 몸에 부담도 적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자와 난자를 관찰하고 착상 과정을 검사하기 때문에 일종의 ‘정밀검사’ 효과도 있다.
시험관아기 시술 전에 한의원을 찾아 검사받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난임 진단을 받자마자 시험관아기 시술에 도전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난임 치료의 기본은 본인이 자연 임신할 수 있는 능력을 찾아주는 것이기 때문. 1회당 300만 원 안팎 드는 비용도 문제다. 게다가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면서 일상적인 ‘부부관계’를 하지 않고 자연 임신을 아예 포기하는 바람에 부부 사이만 멀어지고, 임신율 또한 더 낮아지는 역효과도 우려된다. 의사들은 입을 모아 “난임 부부들이 지나치게 시험관아기 시술에 기댄다”고 지적한다. 광주 씨엘병원 최범채 박사는 “시험관아기 시술자 중 아내에게 나팔관이 없거나 남편이 무정자증인 경우 등 ‘임신 가능성 0%’인 커플은 3분의 1도 안 된다. 나머지는 기다리고 노력하면 아기를 가질 수 있는 커플”이라고 말했다.
원인 없는 난임을 치료하기 위해 한의학의 도움을 받는 사람도 많다. 서울 행복의샘한의원 이재성 박사는 “난임 환자는 몸이 지나치게 차고 기와 혈이 안 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기가 억눌려 있으면 몸 안에 혈이 잘 안 흐르고 혈액순환이 안 돼 건강하지 않은 몸이 된다는 것. 이 박사는 “건강한 몸에 건강한 자궁이 있다”며 난임 치료 전에 먼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찾으라고 당부했다.
“난임 커플이여, 대인배가 돼라!”
난임으로 한의원을 찾는 환자 중 다수가 이미 인공수정, 시험관아기 시술 등 양약에서 모든 방법을 할 만큼 했으나 실패한 경우다. 과배란, 잦은 호르몬 주사 투여 등으로 몸이 자연의 리듬을 거슬러 생체 상태가 정상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런 환자들에게 한약을 처방해 몸을 보하고 다시 보조생식술을 시도할 체력을 만들어주는 것도 한의학의 역할이다. 그런데 양약과 한약을 병행해도 괜찮은지 걱정하는 환자가 많다. 이에 이 박사는 “좋은 약제로 몸을 강화시키는 것이므로 병용 투약해도 상관없다”고 안심시켰다.
난임 커플은 초조한 마음에 주변 사람들의 권유, 인터넷의 정보 등에 무작정 매달리거나 보조생식술 결과 등에 일희일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범채 박사는 “난임 커플은 대인배가 돼야 한다”며 “자신의 신념과 주치의의 권유에 따라 원칙적인 치료를 해야 임신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희선 전문의 역시 “지금까지 경험에 비춰볼 때, 2년 정도 꾸준히 진료한 환자는 대부분 난임의 원인을 알게 되고, 임신까지 성공한다. 주치의를 믿고 따르면 된다”고 말했다. 이재성 박사 역시 “배란일의 ‘부부관계’를 ‘숙제’라고 생각하는 등 지나치게 난임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무리 좋은 한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다”며 “아이가 오는 데 최적의 몸과 마음을 만들어야 합니다. 최고의 방법은 즐거운 마음으로 자연스러운 ‘부부관계’를 계속 하는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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