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노모의 사례는 전형적인 초기 치매 증상이다. 노모는 아들의 이름이나 가족관계, 과거 살았던 곳 등 오래된 일은 기억했지만, 1년 전 이사한 집주소나 바뀐 전화번호는 기억하지 못했다. 게다가 걱정한 가족에게 미안해하기보다는 심하게 화를 냈다. 초기 치매 증상인 기억장애와 함께 기분과 성격의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치매, 불편 느끼면 상당 부분 진행 중
최근 서울 강남에서 초기 치매 치료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한의원이 있다. 변한의원(대치동)이 바로 그곳. 100여 년 전, 고종황제의 어의를 지낸 변석홍 선생으로부터 시작해 5대째 한의(韓醫)의 맥을 잇는 변한의원 변기원 원장은 한의학적 관점에서 뇌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한의사로 유명하다.
“한방의 기본 원리인 오장육부의 균형을 맞춰도 퍼즐의 한가운데가 텅 빈 것처럼 뭔가 정확히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것에 대한 의문은 뇌를 연구하면서 풀렸습니다. 오장육부, 즉 퍼즐의 중심에는 뇌가 있고 이 뇌가 신체의 모든 면을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조절하는 것이었습니다.”
최근 변 원장의 한의학적 뇌 치료는 뇌질환 중에도 초기 치매 치료에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치매는 당사자들은 “갑자기 시작됐다”고 느낄 수 있지만 대부분은 아주 서서히 진행된다. 따라서 본인이나 주변 사람이 자각할 정도가 되면 이미 상당히 진행됐을 확률이 높다. 많은 사람이 초기 치매 증상을 나이가 들면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변화로 오인하는 것도 문제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치매는 중증으로 진행되면 치료가 매우 어려워진다. 변 원장은 치매가 시작됐을 때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일상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는 수준까지 치료가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변한의원의 뇌질환 치료는 영양, 산소, 자극 세 가지 요소가 충분히 공급될 때 뇌가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초기 치매를 치료할 때 이 원리에 준해 환자의 체질과 증상에 따른 환자 맞춤형 치료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필수다. 변한의원의 치매 진단은 단순히 맥을 짚고 문진을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치매 진행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기억력 판별검사, 인지능력 검사 등 전문화된 테스트와 뇌 불균형 검사, 시청각 통합 운동능력 검사 등을 진행한다. 이 모든 검사는 객관적으로 수치화돼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1 초기 치매 환자를 침으로 치료하고 있다. 2 뇌 불균형 치료(S.I) 중 청뇌탕 3 뇌 불균형 치료 중 명함운동 4 고압산소 치료 5 한방 뇌오름운동 통합치료(M.I) 6 시청각운동 통합치료(B.I)
이런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의 체질과 증상에 맞춰 한약과 뇌 불균형 치료, 운동 통합치료, 시청각 운동 통합 치료, 고압산소 치료 등 5가지 치료프로그램을 적절히 구성해 치료한다. 뇌 불균형 치료(Sensory Integration Therapy)는 후각, 촉각 같은 감각을 자극해 뇌의 불균형을 개선한다.
한방 뇌오름운동 통합치료(Mind Integration Therapy)는 스트레칭과 균형운동을 통해 12경맥의 순환과 균형을 돕는 치료법이다. 시청각 운동 통합치료(Brain Integration Therapy)는 시각과 청각 자극에 반응하는 운동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뇌의 전체적인 프로세스 속도를 개선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고압산소 치료를 통해 뇌세포 내에서 산소 이용도를 증가시켜 뇌의 기능을 개선한다. 이 고압산소 치료는 항산화 작용과 면역기능 강화, 장기능 강화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 원장은 “뇌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는 자극에 의해 뻗어나간다. 죽은 세포는 살리지 못하겠지만 활동을 멈춘 세포는 운동과 산소 공급을 통해 활성화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보통 초기 치매 치료프로그램은 주 1~2회,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이렇게 2~3개월 시행하면 눈에 띄는 변화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기억과 수리능력이 향상돼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하게 될 뿐 아니라, 기분도 좋아지고 감정의 기복이 적어 주위 사람과의 관계도 좋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한의원 측의 얘기다.
“먼저 치매는 치료가 안 된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초기 치매환자의 치료에 집중해왔습니다만 치매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적용 분야를 넓히고 있습니다. 적절한 자극으로 뇌의 불균형을 해소해주면 치매는 분명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간의 치매치료 경험에서 나온 변 원장의 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