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리벡 이전에는 만성골수성 백혈병 환자의 평균수명이 길어봐야 3~5년이었죠. 하지만 글리벡을 사용하면서 환자들의 평균 기대수명이 25년까지 획기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글리벡이 국내에 들어오면서부터 그는 이 분야의 연구를 주도했다. 세계 최초로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의 글리벡 처방 기준을 세우는 한편, 가톨릭대 분자유전학연구소에서 최근까지 36명의 아시아 의사, 과학자에게 선진 백혈병 진단 및 치료 기술을 전수했다.
그런 그가 요즘에는 차세대 표적항암제 개발에 중추적인 구실을 담당하고 있다. 글리벡 개발 제약사인 노바티스의 차세대 백혈병 치료제 ‘타시그나’의 임상연구에 발 벗고 나선 것. 글리벡과 타시그나를 직접 비교한 제3상 임상연구는 세계 최초이자 대규모 글로벌 임상연구였다. 그는 이 연구에 서울성모병원 환자 30명을 등록시켰는데, 이는 단일 의료기관 참여 규모 중 세계 최대다. 환자 등록 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그가 임상시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거.
“임상연구는 제가 새로운 치료 옵션에 대한 심도 있고 앞선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지만, 이보다 더 보람된 것은 환자들에게 혁신적인 신약으로 더 빨리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사실이죠. 특히 이번에 임상을 진행한 타시그나는 글리벡을 넘어서는 강력한 치료효과로 만성골수성 백혈병의 새로운 표준치료제로 사용될 전망입니다.”
한편 김 교수의 타시그나 임상연구 결과는 학계 최고 권위지인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논문으로 게재돼 주목받았는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를 바탕으로 타시그나에 만성골수성 백혈병 1차 치료제로 승인을 내줬다. 그는 이 논문에 제2 저자로 이름을 올리며 세계적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