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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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물 업로드 한 번에 전과자 딱지

경찰 조사 앞둔 고2 이모 군 딱한 사연 … 본인은 대인 기피, 집안은 풍비박산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0-07-05 11: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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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란물 업로드 한 번에 전과자 딱지
    “가출한 아들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집니다. 차라리 제가 전과자가 되고 말지….”

    인터뷰는 자주 끊겼다. 아들 얘기를 하면 어김없이 고이는 눈물. 서울 강남구에서 작은 분식집을 운영한다는 이모(51) 씨는 6월 초 서울 충정로 ‘주간동아’를 찾았다. 고교 2학년 아들(17)이 졸지에 전과자가 된다는 생각에 며칠을 뒤척이다 하소연이라도 해야겠다며 찾아온 이씨. 그의 퀭한 눈두덩은 그간의 마음고생을 조용히 알려주고 있었다.

    사연은 이랬다. 지난 5월 중순 경기 용인경찰서에서 이씨의 아들 앞으로 참고인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이씨는 무슨 일인가 싶어 급히 경찰서를 찾았다. 아들의 죄명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이하 정보통신망법)’. 아들은 5월 초 연예인 얼굴 사진이 나체 모델과 합성된 음란물을 한 P2P(peer to peer·인터넷에서 개인과 개인이 직접 연결돼 파일을 공유하는 것) 사이트에 올렸고, 이는 곧 경찰 사이버팀의 수사에 걸려들었다. 사이버팀은 연예인 소속사에 이 내용을 알렸고, 소속사는 이군의 처벌을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아들은 쌍둥이 동생(17)의 아이디로 학습자료를 다운받았는데, 동생에게서 ‘캐시’를 썼다고 타박받는 게 겁이 나 미리 다운받은 영화와 문제의 음란물을 업로드시켰다고 한다. 캐시는 P2P 사이트 등에서 사용하는 일종의 사이버머니로 자료를 다운받으면 일정 캐시가 지출되고, 업로드하면 누리꾼들이 다운받는 횟수에 따라 캐시가 쌓인다. 물론 현금으로 캐시를 충전할 수도 있다.

    ‘캐시’ 썼다는 타박 겁나 P2P에 올려



    “경찰서에서 조사받으러 오라니까 아들은 사색이 됐고, 그 충격에 며칠 뒤 집을 나갔습니다. 다섯 살 때 아내와 이혼하고 지금까지 아들 크는 거 보며 살아왔는데…. 졸지에 아들이 전과자가 됩니다. 앞날이 창창한 아이에게 ‘빨간 줄’이라니.”

    며칠 뒤 통화에서 이씨는 반에서 5등 안에 들 정도로 공부도 곧잘 한 아들이 가출 4일 뒤 집에 돌아왔지만 여전히 우울·불안증으로 인한 대인기피 증세를 보인다고 했다. 이씨는 학교에 가기 싫다는 아들을 설득하는 것도 아침마다 큰일이라며 낙담했다.

    이에 대해 용인서 사건 담당자는 “(이씨가) 아들의 불안 증세 때문에 당장 참고인 조사를 받을 수 없다는 뜻을 전해왔다. 이번 건은 기획수사를 통해 확인했고, 피해자(연예인)가 처벌을 원해서 이군이 조사에 응하면 사실관계 확인 후 검찰로 송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이씨가 하소연해도 아들은 전과자의 ‘빨간 줄’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민만기 변호사의 설명이다.

    “초범인 데다 미성년자여서 벌금형보다는 기소유예(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음) 처분이 나올 것 같다. 기소유예 처분을 받더라도 공무원 임용 등에서 아무런 문제는 없지만, 범죄경력 조회에는 나오기 때문에 평생 부담이 될 수 있다. 청소년이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다는 것도 스트레스다. 죄는 명백하지만, 청소년 피의자를 양산하기보다 최초 적발 시 한 번 정도는 학교에서 훈계를 하는 조치가 필요할 듯하다.”

    이유야 어떻든 음란물을 업로드한 것은 분명 이군의 잘못이다. 하지만 평범한 고교생이 하루아침에 전과자가 되는 데 허술한 인터넷의 음란물 관리도 한몫을 했다.

    먼저 해당 사이트 업체의 방조다. 이 업체는 사이트에 가입하려면 주민등록번호 등을 입력하게 해놓았으므로 원칙적으로는 미성년자 회원이 음란물 올리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기자가 업체 쪽 담당자에게 이 사건의 내용을 설명한 뒤 “어떻게 미성년자 회원이 음란물을 올릴 수 있었느냐”고 묻자 업체 관계자는 즉답을 피하더니 2시간 뒤 다시 전화 인터뷰에서 ‘실수’를 인정했다.

    음란물 업로드 한 번에 전과자 딱지

    이모 씨는 “‘미성년자 전과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원래 미성년자는 음란물을 업로드, 다운로드할 수 없다. 그러나 (기자의 말을 듣고) 개발팀에 확인했더니 실수로 업로드 금지기능이 풀려 있었다. 당장 미성년자가 성인물을 업로드할 수 없게 조치를 취했다.”

    업체 관계자는 7명의 직원이 매일 모니터링을 하고, 금칙어를 설정해 미성년자의 성인물 접근을 막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한다며 이번 일이 다소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업로드를 제한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면 누리꾼들은 다른 P2P 사이트로 옮겨가는 게 이 바닥 생리다. 원칙대로 삭제하면 돈벌이가 안 돼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결국 이군이 음란물을 올리려 했을 때 1차로 인터넷 업체의 업로드 금지기능이 작동했다면, 또 설사 업로드했다고 해도 7명의 모니터링 담당 직원이 발견해 빨리 삭제했다면 이군에게 전과자 딱지가 붙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군의 게시물은 경찰조사 통보를 받은 뒤 이군이 직접 삭제했다.

    두 번째 방조자는 정부다. 정부는 2008년 7월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포털과 P2P 업체에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 시 처벌 규정을 신설하겠다. 명예훼손 관련 조치를 하지 않으면 처벌규정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할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 법률안’은 2008년 11월 정부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됐다. 개정안에는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는 불법 정보의 유통 방지를 위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정보에 대해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한다’고 모니터링 의무를 명시했다. 모니터링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모니터링 기준이 모호하고 민간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지금까지 상임위(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회에서 논의를 하지 않으니 답답하다. 이군 같은 사례가 다시 나오지 않으려면 음란물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6월 중순에는 포털과 P2P 업체를 상대로 음란물 관리시스템 사업에 참여해달라고 설명회를 열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만든 음란물 검색 시스템은 3만 개의 음란물 특징을 DB로 구축했는데, 사업자가 열어보지 않아도 자동으로 음란물임을 인식하고 거르는 시스템이다. 우리가 임의로 사이트에 들어가 삭제할 수 없어 업체들의 참여가 필수적인데 이들이 적극적이지 않다. 음란물 콘텐츠가 있어야 사업이 잘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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