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가 조만간 사의를 표명한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사실인가요?”
“사의 표명이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정운찬 총리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기 하루 전날인 6월 29일, 김창영 공보실장은 사의표명 가능성을 전면 부인했다.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세종시 수정법안’이 부결된 직후 연결된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였다.
6월 30일 오전 정 총리가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은 김 실장이 초안을 작성해 정 총리가 최종 손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화문에서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하지 못한 데 대해서도 이번 안을 설계했던 책임자로서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을 둘러싸고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사의표명 여부 논란이 일었는데, 김 실장의 발언대로라면 사의표명이 아닌 셈이다.
담화문 내용 중에도 정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기 어렵게 하는 대목들이 등장한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 할지라도, 국민 과반수의 지지를 등에 업고도 현실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면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확인했다. 과연 우리 역사와 미래의 후손은 어제의 국회 결정을 어떻게 평가할지 걱정된다. 정략적 이해관계가 국익에 우선했던 대표적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정치권에 강한 비판을 쏟아낸 대목이 대표적이다.
특히 “국회 표결이 끝난 지금, 이제는 국무총리로서 이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안타깝지만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며 국회 결정에 따라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의 취지대로 세종시를 좋은 도시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대목에서는 총리로서의 강한 미련이 읽힌다.
“전적으로 책임지겠다” 사퇴 논란
일각에서는 인사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이어서 정 총리가 사의를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았을 뿐, 이 대통령이 귀국하는 대로 사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정 총리가 책임지고 물러나기로 이미 마음을 굳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의 행보를 보면 자발적으로 그만둘 사람의 ‘초식’은 아닌 것 같다”는 게 중론이다. “정말 그만둘 사람이라면 깔끔하게 사의를 밝히고 이 대통령이 귀국하는 대로 사표를 제출하는 게 상례인데 그러지 않는다는 건 뭔가 다른 생각이 있다”는 것이다.
6·2지방선거 참패와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해당 상임위인 국토해양위에서 부결됐을 때 정 총리가 직·간접적으로 사의를 전하자 이 대통령이 이를 만류하면서 이미 정리됐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정 총리의 책임소재와 관련해 “세종시 대안을 만들자고 한 것은 대통령이고, 총리는 지시를 받고 하는 것이니 총리에게 책임이 있는 게 아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현재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은 다양한 인적 쇄신안을 준비하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과 내각이 모두 포함되는, 최소한 중폭 이상의 쇄신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도 그 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정 총리를 대신할 만한 인물을 찾기 어렵고, 세종시 수정안 부결에 밀려 정 총리를 교체할 경우 결국 ‘정 총리=세종시 총리’라는 등식을 인정하는 셈이어서 그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총리 교체에 부정적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통령의 결심에 따라 정 총리가 교체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현재로서는 유임 쪽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주목되는 것은 정 총리의 정치적 위상이다. 세종시 수정안 부결이 정 총리의 정치적 위상에 치명상을 입힌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해 9월 취임 직후 한 기자간담회에서 정 총리는 세종시와 관련해 “가장 좋은 방안을 강구해서 제 명예를 걸겠다”고 다짐했다. 정 총리는 그 후에도 비슷한 발언을 되풀이하며 세종시 수정안 통과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이철희 부소장은 “정 총리가 세종시 수정안이라는 정치적 어젠다를 자신의 정치 행보와 하나로 묶은 것부터가 패착이었다”고 지적하면서 “결국 정 총리의 정치적 위상도 세종시 수정안 부결과 함께 몰락한 것으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개월간 정 총리가 보여준 정치적 자질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평가도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실언이 잦았다. 올해 1월 지병으로 타계한 민주당 고(故) 이용삼 의원의 빈소를 찾은 정 총리는 고인에 대한 기본 정보도 파악하지 못한 채 의례적인 인사를 건네다 호된 빈축을 샀다. 4선 의원을 초선으로 잘못 알고, 평생 독신으로 산 고인의 자녀 걱정을 하더니 동생을 형으로 오인해 망신살이 뻗쳤던 것.
또 비슷한 시기 “행정부처가 이전하면 나라가 거덜 난다”고 발언하거나 세종시 원안 촉구 단체를 향해 ‘사기꾼’이라고 지칭해 물의를 빚었다. 5월에는 “잘못된 약속도 지키려는 여자가 있는데 누군지 아세요”라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정 총리는 한나라당 안팎에 정치적 기반을 쌓는 데도 실패했다. 당내 기반도 없고, 대중적 기반도 없고, 지역적 기반도 없다.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이다가 고향인 충청지역에서 ‘고향을 팔아먹은 배신자’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여당 안팎에 비빌 언덕 없어
한나라당 내 친박(친박근혜)계는 정 총리에게 야당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2월 민주당 등 야당이 총리해임 건의안 국회 상정을 추진했을 때 친박계 의원들은 “정 총리가 스스로 사퇴하지 않으면 찬성하겠다”고까지 했다. 이번 정 총리의 담화문 발표 소식을 접한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인 이정현 의원은 “국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양심껏 알아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정 총리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친이(친이명박)계가 정 총리를 차기 대안으로 보는 것 같지도 않다. 친이 직계 정두언 의원은 “설령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수 있더라도 이 상황에서 정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총리라도 그렇게 할 것이다. 그게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선비의 자세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정 총리와 연대 가능성이 열려 있던 친이계 쇄신파와의 관계도 얼마 전 청와대 독대파동을 계기로 사실상 단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친이계 쇄신파와 뜻을 같이하기로 한 정 총리가 대통령과 독대해 인사 쇄신을 강력하게 요구하기로 해놓고 정작 만나지도 못한 채 물러나면서 쇄신파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만약 정 총리가 약속을 지키고 이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면 최소한 친이계 쇄신파를 안을 수 있었고, 당내 정치적 위상도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것은 그만큼 함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젠 당 안팎 어디에도 정 총리가 비빌 언덕이 없는 것 같다.”
이 관계자는 정 총리의 정치적 위상에 대해 “다음 총선에 출마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이제 향후 대권에서 유의미한 변수가 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사의 표명이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정운찬 총리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기 하루 전날인 6월 29일, 김창영 공보실장은 사의표명 가능성을 전면 부인했다.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세종시 수정법안’이 부결된 직후 연결된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였다.
6월 30일 오전 정 총리가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은 김 실장이 초안을 작성해 정 총리가 최종 손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화문에서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하지 못한 데 대해서도 이번 안을 설계했던 책임자로서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을 둘러싸고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사의표명 여부 논란이 일었는데, 김 실장의 발언대로라면 사의표명이 아닌 셈이다.
담화문 내용 중에도 정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기 어렵게 하는 대목들이 등장한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 할지라도, 국민 과반수의 지지를 등에 업고도 현실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면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확인했다. 과연 우리 역사와 미래의 후손은 어제의 국회 결정을 어떻게 평가할지 걱정된다. 정략적 이해관계가 국익에 우선했던 대표적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정치권에 강한 비판을 쏟아낸 대목이 대표적이다.
특히 “국회 표결이 끝난 지금, 이제는 국무총리로서 이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안타깝지만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며 국회 결정에 따라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의 취지대로 세종시를 좋은 도시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대목에서는 총리로서의 강한 미련이 읽힌다.
“전적으로 책임지겠다” 사퇴 논란
일각에서는 인사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이어서 정 총리가 사의를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았을 뿐, 이 대통령이 귀국하는 대로 사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정 총리가 책임지고 물러나기로 이미 마음을 굳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의 행보를 보면 자발적으로 그만둘 사람의 ‘초식’은 아닌 것 같다”는 게 중론이다. “정말 그만둘 사람이라면 깔끔하게 사의를 밝히고 이 대통령이 귀국하는 대로 사표를 제출하는 게 상례인데 그러지 않는다는 건 뭔가 다른 생각이 있다”는 것이다.
6·2지방선거 참패와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해당 상임위인 국토해양위에서 부결됐을 때 정 총리가 직·간접적으로 사의를 전하자 이 대통령이 이를 만류하면서 이미 정리됐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정 총리의 책임소재와 관련해 “세종시 대안을 만들자고 한 것은 대통령이고, 총리는 지시를 받고 하는 것이니 총리에게 책임이 있는 게 아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현재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은 다양한 인적 쇄신안을 준비하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과 내각이 모두 포함되는, 최소한 중폭 이상의 쇄신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도 그 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정 총리를 대신할 만한 인물을 찾기 어렵고, 세종시 수정안 부결에 밀려 정 총리를 교체할 경우 결국 ‘정 총리=세종시 총리’라는 등식을 인정하는 셈이어서 그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총리 교체에 부정적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통령의 결심에 따라 정 총리가 교체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현재로서는 유임 쪽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6월 29일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의원들의 표결 결과가 국회 본회의장 현황판에 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이철희 부소장은 “정 총리가 세종시 수정안이라는 정치적 어젠다를 자신의 정치 행보와 하나로 묶은 것부터가 패착이었다”고 지적하면서 “결국 정 총리의 정치적 위상도 세종시 수정안 부결과 함께 몰락한 것으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개월간 정 총리가 보여준 정치적 자질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평가도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실언이 잦았다. 올해 1월 지병으로 타계한 민주당 고(故) 이용삼 의원의 빈소를 찾은 정 총리는 고인에 대한 기본 정보도 파악하지 못한 채 의례적인 인사를 건네다 호된 빈축을 샀다. 4선 의원을 초선으로 잘못 알고, 평생 독신으로 산 고인의 자녀 걱정을 하더니 동생을 형으로 오인해 망신살이 뻗쳤던 것.
또 비슷한 시기 “행정부처가 이전하면 나라가 거덜 난다”고 발언하거나 세종시 원안 촉구 단체를 향해 ‘사기꾼’이라고 지칭해 물의를 빚었다. 5월에는 “잘못된 약속도 지키려는 여자가 있는데 누군지 아세요”라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정 총리는 한나라당 안팎에 정치적 기반을 쌓는 데도 실패했다. 당내 기반도 없고, 대중적 기반도 없고, 지역적 기반도 없다.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이다가 고향인 충청지역에서 ‘고향을 팔아먹은 배신자’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여당 안팎에 비빌 언덕 없어
한나라당 내 친박(친박근혜)계는 정 총리에게 야당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2월 민주당 등 야당이 총리해임 건의안 국회 상정을 추진했을 때 친박계 의원들은 “정 총리가 스스로 사퇴하지 않으면 찬성하겠다”고까지 했다. 이번 정 총리의 담화문 발표 소식을 접한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인 이정현 의원은 “국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양심껏 알아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정 총리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친이(친이명박)계가 정 총리를 차기 대안으로 보는 것 같지도 않다. 친이 직계 정두언 의원은 “설령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수 있더라도 이 상황에서 정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총리라도 그렇게 할 것이다. 그게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선비의 자세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정 총리와 연대 가능성이 열려 있던 친이계 쇄신파와의 관계도 얼마 전 청와대 독대파동을 계기로 사실상 단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친이계 쇄신파와 뜻을 같이하기로 한 정 총리가 대통령과 독대해 인사 쇄신을 강력하게 요구하기로 해놓고 정작 만나지도 못한 채 물러나면서 쇄신파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만약 정 총리가 약속을 지키고 이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면 최소한 친이계 쇄신파를 안을 수 있었고, 당내 정치적 위상도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것은 그만큼 함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젠 당 안팎 어디에도 정 총리가 비빌 언덕이 없는 것 같다.”
이 관계자는 정 총리의 정치적 위상에 대해 “다음 총선에 출마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이제 향후 대권에서 유의미한 변수가 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