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가슴으로 할까, 머리로 할까. 당연히 가슴으로 하는 사랑이 더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연인을 보면서 두근두근 설렘의 감정을 느끼는 실체는 사실 가슴이 아니라 머릿속 뇌다. 이상형의 상대를 만났을 때 온통 정신이 나가고 멍한 생각에 빠지는 그 순간에도 뇌는 끊임없이 인식의 저편에서 사랑의 감정을 불러온다. 뇌 과학자들은 사람이 느끼는 ‘희로애락’의 감정이 뇌의 작용에 의한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눈부신 결과물이 쏟아지는 뇌 과학 분야에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신뢰할 만한 성과들도 함께 내놓고 있다.
‘뇌가 마음이고, 마음이 곧 뇌’
사실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매우 복잡하다. 불안, 두려움, 행복, 불행, 사랑, 쾌락 등 때와 장소와 대상에 따라 다르다. 우리는 오랫동안 뇌가 이성에, 가슴(마음)이 감정에 관여한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최근 뇌 과학의 비약적 발전으로 ‘뇌가 마음이고, 마음이 곧 뇌’라는 사실이 하나둘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감정 또한 1차적 느낌이 아니라, 뇌의 작동으로 걸러져 나온 2차적이면서도 간접적인 결과라고 봐야 한다.
사람의 뇌는 크게 신피질과 변연계, 뇌간으로 구성돼 있다. 신피질은 고차적인 지각과 이성을, 뇌간은 호흡·혈압·체온 같은 생리기능을, 변연계는 감정을 담당한다. 변연계는 뇌의 여러 신경조직이 기능적으로 연결된 둥그런 원형 회로로, ‘감정의 뇌’라고도 불린다. 변연계가 감정을 주관한다는 사실은 쥐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변연계가 손상된 쥐는 두려움이나 공포를 느끼지 못한다. 이 같은 결과는 원숭이는 물론, 사람에게도 나타난다.
뇌에서의 정보 전달은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로 이뤄진다. 신경세포는 다음 신경세포로 전기적 흥분을 전달한다. 이 전기신호는 세포막을 따라 ‘축삭’이라 불리는 길게 뻗은 돌기를 향해 빠른 속도로 진행하다가, 축삭의 말단에 이르면 그곳에 저장돼 있던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유도한다. 과학자들은 뇌에서 분비되는 200개 가까운 신경전달물질이 감정에 관여한다고 보고 있다.
한 예로, 겨울에 마음이 우울해지는 이유도 뇌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 때문이다. 겨울철 잠을 촉진하는 멜라토닌의 분비 시간이 길어지면, 계절정서장애를 겪는 사람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우울증이 나타난다. 뇌 과학자들은 실제로 멜라토닌 분비량의 증가를 우울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최근 뇌 과학은 신경전달물질과 감정의 미스터리한 관계를 하나둘 밝혀내고 있다. 사람이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는 ‘섬엽(insula)’과 전측대상피질, 미상핵과 피각의 활동이 증가하는 반면, 공포를 느낄 때는 편도체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뇌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비슷한 감정이라도 장소, 시간, 대상에 따라 작용하는 뇌 부위가 달라진다는 점도 최근 뇌 과학이 이뤄낸 또 하나의 성과. 예를 들어 스포츠팬이 느끼는 승리의 기쁨을 관장하는 영역은 대뇌 한가운데 측좌핵으로, 성행위나 마약 복용, 흡연을 통해 기쁨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대뇌 아래 변연계와 다르다.
뇌와 감정 사이의 관계가 하나둘 규명되면서 감정이 단지 사람만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포유동물과 조류의 뇌에도 변연계가 발달해 있으며, 이 때문에 이들 역시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 실제로 놀이 중인 쥐의 뇌에서는 즐겁거나 행복할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나왔다. 또한 짝을 잃고 우울증에 걸린 침팬지나 주인을 보고 반갑게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를 보면 동물들도 뭔가를 느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감정은 사람의 생존에 필요한 뇌의 본능작용이나 다름없다. 공포심은 위기를 회피하는 데 필수 요소이며, 가정이나 집단생활에서 느끼는 기쁨과 질투는 조직 또는 사회를 유지하기도 하고 때론 무너뜨리기도 한다.
한 꺼풀씩 벗겨지는 감정의 비밀
그렇다면 과연 사람은 뇌를 이용해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을까. 1990년대 미국에서 출시된 우울증 치료제 ‘프로작’은 대표적인 정신질환 치료제다. 이 약물은 시냅스에서 이용하는 세로토닌의 양을 증가시켜 우울 증상을 호전시킨다. 약물에 의해 증가한 세로토닌 덕분에 기분이 좋아지는, 이른바 ‘조작된 감정’인 셈. 정신병리학에서는 지금도 약물로 감정조절 분비물질을 제어하는 방법으로 치료를 한다.
최근 부작용이 있는 약물 대신 음식이나 행동요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실제로 화가 났을 때 달콤한 초콜릿이나 사탕을 먹거나 명상으로 마음을 조절한다는 사람을 주변에서 자주 보게 된다. 초콜릿 맛을 느낄 때와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의 뇌 반응은 거의 동일하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에서는 페닐에틸아민, 엔도르핀,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도파민 등이 분비되는데 이들 물질은 주로 자신감과 안정적인 기분, 육체적 쾌감을 가져다준다. 미국 럿거스대 과학자들은 초콜릿을 먹을 때 뇌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사랑할 때 분비되는 물질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전통 불교의 좌선이나 인도 수행법인 위빠사나 수련법 같은 명상요법도 감정 조절에 효과가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아일린 루더스 박사팀은 오랫동안 명상을 해온 사람의 우뇌 안와전두피질을 이루는 회백질(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회백색 부분) 부위가 일반인보다 발달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안와전두피질은 오른쪽 눈 바로 뒤에 있는 뇌 영역이며, 감정 변화가 생기거나 식욕이 생길 때 활성화된다. 이 부위에 이상이 오면 강박충동장애나 자폐증이 생겨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다. 연구진은 20년 이상 명상을 한 사람들이 감정 조절을 잘하는 이유가 수련을 통해 회백질 부위가 발달했기 때문일 것으로 보고 있다.
뇌 과학이 발전하면서 미스터리한 감정의 비밀이 한 꺼풀씩 벗겨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것이 더 많다. ‘무의식’ ‘자아개념’ 같은 신비로운 뇌의 활동이 어떤 부위의 작용으로 생기는 것인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또 일부 학자는 복잡한 감정을 규명하기 위해선 뇌 연구결과에 대한 지나친 맹신이나 뇌 지상주의적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전적인 뇌신경과학을 맹신해서도, 그렇다고 고전적인 인지심리학으로 회귀해서도 안 된다는 것. 뇌와 마음, 몸을 물리적 별개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있다. 얼마 전 감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펩타이드 물질의 수용체가 뇌세포뿐 아니라, 면역계와 온몸의 장기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뇌와 몸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사람의 감정을 구성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고 보면 ‘사랑은 가슴이나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한다’는 말이 일리 있는 듯하다.
‘뇌가 마음이고, 마음이 곧 뇌’
사실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매우 복잡하다. 불안, 두려움, 행복, 불행, 사랑, 쾌락 등 때와 장소와 대상에 따라 다르다. 우리는 오랫동안 뇌가 이성에, 가슴(마음)이 감정에 관여한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최근 뇌 과학의 비약적 발전으로 ‘뇌가 마음이고, 마음이 곧 뇌’라는 사실이 하나둘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감정 또한 1차적 느낌이 아니라, 뇌의 작동으로 걸러져 나온 2차적이면서도 간접적인 결과라고 봐야 한다.
사람의 뇌는 크게 신피질과 변연계, 뇌간으로 구성돼 있다. 신피질은 고차적인 지각과 이성을, 뇌간은 호흡·혈압·체온 같은 생리기능을, 변연계는 감정을 담당한다. 변연계는 뇌의 여러 신경조직이 기능적으로 연결된 둥그런 원형 회로로, ‘감정의 뇌’라고도 불린다. 변연계가 감정을 주관한다는 사실은 쥐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변연계가 손상된 쥐는 두려움이나 공포를 느끼지 못한다. 이 같은 결과는 원숭이는 물론, 사람에게도 나타난다.
뇌에서의 정보 전달은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로 이뤄진다. 신경세포는 다음 신경세포로 전기적 흥분을 전달한다. 이 전기신호는 세포막을 따라 ‘축삭’이라 불리는 길게 뻗은 돌기를 향해 빠른 속도로 진행하다가, 축삭의 말단에 이르면 그곳에 저장돼 있던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유도한다. 과학자들은 뇌에서 분비되는 200개 가까운 신경전달물질이 감정에 관여한다고 보고 있다.
한 예로, 겨울에 마음이 우울해지는 이유도 뇌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 때문이다. 겨울철 잠을 촉진하는 멜라토닌의 분비 시간이 길어지면, 계절정서장애를 겪는 사람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우울증이 나타난다. 뇌 과학자들은 실제로 멜라토닌 분비량의 증가를 우울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최근 뇌 과학은 신경전달물질과 감정의 미스터리한 관계를 하나둘 밝혀내고 있다. 사람이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는 ‘섬엽(insula)’과 전측대상피질, 미상핵과 피각의 활동이 증가하는 반면, 공포를 느낄 때는 편도체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뇌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비슷한 감정이라도 장소, 시간, 대상에 따라 작용하는 뇌 부위가 달라진다는 점도 최근 뇌 과학이 이뤄낸 또 하나의 성과. 예를 들어 스포츠팬이 느끼는 승리의 기쁨을 관장하는 영역은 대뇌 한가운데 측좌핵으로, 성행위나 마약 복용, 흡연을 통해 기쁨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대뇌 아래 변연계와 다르다.
뇌와 감정 사이의 관계가 하나둘 규명되면서 감정이 단지 사람만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포유동물과 조류의 뇌에도 변연계가 발달해 있으며, 이 때문에 이들 역시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 실제로 놀이 중인 쥐의 뇌에서는 즐겁거나 행복할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나왔다. 또한 짝을 잃고 우울증에 걸린 침팬지나 주인을 보고 반갑게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를 보면 동물들도 뭔가를 느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감정은 사람의 생존에 필요한 뇌의 본능작용이나 다름없다. 공포심은 위기를 회피하는 데 필수 요소이며, 가정이나 집단생활에서 느끼는 기쁨과 질투는 조직 또는 사회를 유지하기도 하고 때론 무너뜨리기도 한다.
겨울에 마음이 우울해지는 건 잠을 촉진하는 멜라토닌의 분비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사람은 뇌를 이용해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을까. 1990년대 미국에서 출시된 우울증 치료제 ‘프로작’은 대표적인 정신질환 치료제다. 이 약물은 시냅스에서 이용하는 세로토닌의 양을 증가시켜 우울 증상을 호전시킨다. 약물에 의해 증가한 세로토닌 덕분에 기분이 좋아지는, 이른바 ‘조작된 감정’인 셈. 정신병리학에서는 지금도 약물로 감정조절 분비물질을 제어하는 방법으로 치료를 한다.
최근 부작용이 있는 약물 대신 음식이나 행동요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실제로 화가 났을 때 달콤한 초콜릿이나 사탕을 먹거나 명상으로 마음을 조절한다는 사람을 주변에서 자주 보게 된다. 초콜릿 맛을 느낄 때와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의 뇌 반응은 거의 동일하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에서는 페닐에틸아민, 엔도르핀,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도파민 등이 분비되는데 이들 물질은 주로 자신감과 안정적인 기분, 육체적 쾌감을 가져다준다. 미국 럿거스대 과학자들은 초콜릿을 먹을 때 뇌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사랑할 때 분비되는 물질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전통 불교의 좌선이나 인도 수행법인 위빠사나 수련법 같은 명상요법도 감정 조절에 효과가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아일린 루더스 박사팀은 오랫동안 명상을 해온 사람의 우뇌 안와전두피질을 이루는 회백질(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회백색 부분) 부위가 일반인보다 발달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안와전두피질은 오른쪽 눈 바로 뒤에 있는 뇌 영역이며, 감정 변화가 생기거나 식욕이 생길 때 활성화된다. 이 부위에 이상이 오면 강박충동장애나 자폐증이 생겨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다. 연구진은 20년 이상 명상을 한 사람들이 감정 조절을 잘하는 이유가 수련을 통해 회백질 부위가 발달했기 때문일 것으로 보고 있다.
뇌 과학이 발전하면서 미스터리한 감정의 비밀이 한 꺼풀씩 벗겨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것이 더 많다. ‘무의식’ ‘자아개념’ 같은 신비로운 뇌의 활동이 어떤 부위의 작용으로 생기는 것인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또 일부 학자는 복잡한 감정을 규명하기 위해선 뇌 연구결과에 대한 지나친 맹신이나 뇌 지상주의적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전적인 뇌신경과학을 맹신해서도, 그렇다고 고전적인 인지심리학으로 회귀해서도 안 된다는 것. 뇌와 마음, 몸을 물리적 별개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있다. 얼마 전 감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펩타이드 물질의 수용체가 뇌세포뿐 아니라, 면역계와 온몸의 장기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뇌와 몸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사람의 감정을 구성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고 보면 ‘사랑은 가슴이나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한다’는 말이 일리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