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신동 모차르트, 상대성 원리의 아인슈타인,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인 수학자 존 내시는 흔히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천재라는 말의 기원은 ‘태어나다, 존재하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ginesthai’. 오늘날 천재를 뜻하는 단어 ‘genius’는 로마시대엔 ‘개인의 성격과 운세를 결정하는 영적 존재’라는 의미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뛰어난 상상력을 창조로 발전시키는 비범한 능력과 역량을 가진 사람’으로 바뀌었다.
창조성은 문제를 독창적인 인지과정으로 해결해 다른 이의 감성까지 자극하는 능력을 아우른다. 그렇다면 창조성은 소수의 천재에게만 주어진 선물일까, 아니면 모든 사람이 갖고 있으나 일부에게만 발현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창조성을 어떻게 개념화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이는 현대 심리학과 인지과학의 핵심 연구대상이기도 하다.
연구자들은 창조성이 양면성을 띤다고 말한다. 키, 몸무게, 지능처럼 연속적이고 측정 가능한 속성과 제한된 소수에게만 나타나는 비연속적인 속성을 동시에 지닌다는 것. 전자는 노력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평범한 창조성’이고, 후자는 위대한 천재들의 ‘비범한 창조성’이다. 장삼이사는 모차르트나 아인슈타인 같은 비범한 천재는 될 수 없으나, 평범한 창조성은 무한히 계발할 수 있다.
창조성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하나는 아이큐(IQ) 검사 같은 창조성 검사법을 개발해 우수한 이들을 골라낸 뒤 그들의 삶을 추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창조적 성공을 거둔 이들을 면담하거나 뇌 영상기기로 그들의 특징을 조사하는 것이다. 최근엔 연구방법이 더욱 다양해졌다. 신경과학자들은 인지·기억 등 단순한 요소들을 과학적 방법으로 연구하고, 감정과 의식까지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본성이 낳고 양육이 기른 천재성
사람의 창조성이란 어디에서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해답은 바로 우리 뇌에 있다. 뇌는 우주의 생성과 소멸 못지않게 복잡하다. 최근 수십 년 사이 뇌의 구조와 기능을 밝히는 뇌과학이 진일보했다고 하나,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천재는 태어나는 것인지, 만들어지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소수 천재의 삶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창조적 본성’을 타고나지만, 그것을 ‘양육’하지 않았다면 완전히 드러나지 못했으리라는 점도 명백하다.
유전자와 본성은 깊은 관련이 있지만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46개 염색체와 3만개가 넘는 유전자는 뇌 안에 수많은 세포를 만든다. 사람의 뇌는 이 세포들의 복잡다단한 결합에 따라 달라진다. 태아 때부터 유아, 청년, 성인기를 거치며 유전자가 뇌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뇌 안의 수조 개의 신경세포, 수십조 개의 시냅스에 유전자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현대 뇌과학은 뇌의 유연성을 통해 창조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도시 구석구석을 외워야 하는 런던 택시기사들의 경우 뇌의 기억중추인 ‘해마’가 대조군보다 컸다. 악보를 보면서 본인의 연주는 물론 다른 연주자와 지휘자 등을 살펴야 하는 교향악단 연주자들은 시공간 능력과 관련 있는 ‘측두엽’이 평균보다 컸다. 이는 뇌는 사용할수록 발달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양육도 본성 못지않게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창조성이 꽃피운 환경요건으로는 자유와 새로운 경험, 자극받을 수 있는 다른 천재들, 자유롭고 경쟁적인 분위기, 멘토와 후원자, 경제적 풍요로움 등이 꼽힌다.
비범한 천재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어떤 경험이든 수용하는 포용력, 모험을 감수하고 저항적인 성격, 개인주의, 감수성, 장난기 등이 그것이다. 또 천재들은 이런 성향을 보이면서도 꾸준함을 잃지 않았다. 이들은 직관과 무의식 상태에서 스치는 통찰력으로 아이디어를 얻는다.
천재들의 뇌 자체를 연구한 적이 드물기 때문에, 이들 뇌의 특성을 정확히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아이디어가 섬광처럼 떠올랐다”고 말하는 사람 대부분이 자유연상을 쉽게 하는 뇌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짐작할 따름이다. 신경학적으로 말하면 그런 사람들은 여러 연합피질 사이에 연결이 아주 잘돼 있거나 연결 유형이 다를 수 있다. 연합피질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기능을 하는 곳으로, 창조성의 발로가 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누구나 ‘평범한 창의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교수법을 개발하는 교사, 새로운 요리법을 연구하는 요리사 모두 평범한 창의성을 발휘하는 사람이다.
평범한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3가지 방법
이 평범한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하루 30분은 창의성 훈련을 하고, 주말에는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특히 흥미 있는 분야를 여러 가지 선택하되, 적어도 2가지는 지속적으로 할 것을 권장한다. 또 아는 것이 거의 없거나 모르는 영역을 선택하고, 얕고 넓게보다는 깊게 탐구해야 한다. 처칠과 아이젠하워는 그림을 그렸고, 아인슈타인은 바이올린을 켰다.
둘째, 명상을 하거나 생각하는 습관을 들인다. 명상을 하면 감마파가 뇌의 여러 부분에서 동시에 발생하는데, 이는 복잡한 정보를 파악하는 신경군에서 일을 할 때 나온다.
셋째, 주변을 관찰하고, 글쓰기를 하면 통합 기능을 수행하는 뇌의 연합피질에 새로운 시냅스가 생겨난다.
넷째, 상상하는 습관을 들인다. 뇌를 통해 현실 너머의 무언가를 본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이러한 상상 연습을 통해 시야를 넓혀 지금의 시공간에서 해방되면 자유로운 천재가 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주변의 힘에 영향을 받고 성장, 발전한다. 우리가 도전해야 할 일 중 하나가 그러한 힘을 깊이 이해하고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재능 있는 사람에게는 그 재능을 더 빛낼 기회를 주고, 평범한 사람에게는 뇌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유은실 ‘천재들의 뇌를 열다’(허원 미디어) 번역자 esyu@amc.seoul.kr
창조성은 문제를 독창적인 인지과정으로 해결해 다른 이의 감성까지 자극하는 능력을 아우른다. 그렇다면 창조성은 소수의 천재에게만 주어진 선물일까, 아니면 모든 사람이 갖고 있으나 일부에게만 발현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창조성을 어떻게 개념화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이는 현대 심리학과 인지과학의 핵심 연구대상이기도 하다.
연구자들은 창조성이 양면성을 띤다고 말한다. 키, 몸무게, 지능처럼 연속적이고 측정 가능한 속성과 제한된 소수에게만 나타나는 비연속적인 속성을 동시에 지닌다는 것. 전자는 노력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평범한 창조성’이고, 후자는 위대한 천재들의 ‘비범한 창조성’이다. 장삼이사는 모차르트나 아인슈타인 같은 비범한 천재는 될 수 없으나, 평범한 창조성은 무한히 계발할 수 있다.
창조성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하나는 아이큐(IQ) 검사 같은 창조성 검사법을 개발해 우수한 이들을 골라낸 뒤 그들의 삶을 추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창조적 성공을 거둔 이들을 면담하거나 뇌 영상기기로 그들의 특징을 조사하는 것이다. 최근엔 연구방법이 더욱 다양해졌다. 신경과학자들은 인지·기억 등 단순한 요소들을 과학적 방법으로 연구하고, 감정과 의식까지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본성이 낳고 양육이 기른 천재성
사람의 창조성이란 어디에서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해답은 바로 우리 뇌에 있다. 뇌는 우주의 생성과 소멸 못지않게 복잡하다. 최근 수십 년 사이 뇌의 구조와 기능을 밝히는 뇌과학이 진일보했다고 하나,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천재는 태어나는 것인지, 만들어지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소수 천재의 삶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창조적 본성’을 타고나지만, 그것을 ‘양육’하지 않았다면 완전히 드러나지 못했으리라는 점도 명백하다.
유전자와 본성은 깊은 관련이 있지만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46개 염색체와 3만개가 넘는 유전자는 뇌 안에 수많은 세포를 만든다. 사람의 뇌는 이 세포들의 복잡다단한 결합에 따라 달라진다. 태아 때부터 유아, 청년, 성인기를 거치며 유전자가 뇌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뇌 안의 수조 개의 신경세포, 수십조 개의 시냅스에 유전자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현대 뇌과학은 뇌의 유연성을 통해 창조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도시 구석구석을 외워야 하는 런던 택시기사들의 경우 뇌의 기억중추인 ‘해마’가 대조군보다 컸다. 악보를 보면서 본인의 연주는 물론 다른 연주자와 지휘자 등을 살펴야 하는 교향악단 연주자들은 시공간 능력과 관련 있는 ‘측두엽’이 평균보다 컸다. 이는 뇌는 사용할수록 발달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양육도 본성 못지않게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창조성이 꽃피운 환경요건으로는 자유와 새로운 경험, 자극받을 수 있는 다른 천재들, 자유롭고 경쟁적인 분위기, 멘토와 후원자, 경제적 풍요로움 등이 꼽힌다.
비범한 천재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어떤 경험이든 수용하는 포용력, 모험을 감수하고 저항적인 성격, 개인주의, 감수성, 장난기 등이 그것이다. 또 천재들은 이런 성향을 보이면서도 꾸준함을 잃지 않았다. 이들은 직관과 무의식 상태에서 스치는 통찰력으로 아이디어를 얻는다.
천재들의 뇌 자체를 연구한 적이 드물기 때문에, 이들 뇌의 특성을 정확히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아이디어가 섬광처럼 떠올랐다”고 말하는 사람 대부분이 자유연상을 쉽게 하는 뇌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짐작할 따름이다. 신경학적으로 말하면 그런 사람들은 여러 연합피질 사이에 연결이 아주 잘돼 있거나 연결 유형이 다를 수 있다. 연합피질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기능을 하는 곳으로, 창조성의 발로가 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누구나 ‘평범한 창의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교수법을 개발하는 교사, 새로운 요리법을 연구하는 요리사 모두 평범한 창의성을 발휘하는 사람이다.
평범한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3가지 방법
이 평범한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하루 30분은 창의성 훈련을 하고, 주말에는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특히 흥미 있는 분야를 여러 가지 선택하되, 적어도 2가지는 지속적으로 할 것을 권장한다. 또 아는 것이 거의 없거나 모르는 영역을 선택하고, 얕고 넓게보다는 깊게 탐구해야 한다. 처칠과 아이젠하워는 그림을 그렸고, 아인슈타인은 바이올린을 켰다.
둘째, 명상을 하거나 생각하는 습관을 들인다. 명상을 하면 감마파가 뇌의 여러 부분에서 동시에 발생하는데, 이는 복잡한 정보를 파악하는 신경군에서 일을 할 때 나온다.
셋째, 주변을 관찰하고, 글쓰기를 하면 통합 기능을 수행하는 뇌의 연합피질에 새로운 시냅스가 생겨난다.
넷째, 상상하는 습관을 들인다. 뇌를 통해 현실 너머의 무언가를 본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이러한 상상 연습을 통해 시야를 넓혀 지금의 시공간에서 해방되면 자유로운 천재가 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주변의 힘에 영향을 받고 성장, 발전한다. 우리가 도전해야 할 일 중 하나가 그러한 힘을 깊이 이해하고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재능 있는 사람에게는 그 재능을 더 빛낼 기회를 주고, 평범한 사람에게는 뇌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유은실 ‘천재들의 뇌를 열다’(허원 미디어) 번역자 esyu@amc.seou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