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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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신화 파라오 심판관 해부

‘오시리스의 죽음과 부활’

  •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khhan21@hanmail.net

    입력2009-12-30 11: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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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 신화 파라오 심판관 해부

    맹성렬 지음/ 르네상스 펴냄/ 328쪽/ 1만5000원

    ‘오시리스의 죽음과 부활’을 처음 접한 것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2009 우수저작 및 출판지원사업’ 심사과정에서였다. 저자의 대중적 글쓰기 솜씨가 만만치 않아 눈여겨보게 됐다. 하나의 콘셉트를 제시한 다음 그에 관련된 근거를 하나하나 내보이며 따지는 솜씨도 훌륭했다.

    그런데 시상식에서 당선 소감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자신은 이공계 출신인데 영국에서 실험 결과가 잘 나오지 않아 서점을 들락거리다 이집트 신화에 빠져들었고, 결국 책까지 쓰게 됐다는 게 아닌가. 당연히 신화 관련 학문을 전공했으리라 생각하다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그는 과학적 사유(실험)를 통해 인문학적 화두를 던진 것이다. 영국의 과학자이자 소설가인 찰스 퍼시 스노가 자연과학과 인문학 사이의 의사소통 단절이 세계 문제 해결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일찍이 천명한, ‘두 문화’의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책의 화두는 단순하다. 이집트라고 하면 우리는 미라를 떠올린다. 수천 년 전에 만들어진 파라오의 미라를 보면서 이집트인은 무슨 생각으로 미라를 만들었을까를 생각한다. 언젠가 부활할 것을 믿고 시체에 생명을 부여하고자 미라를 만든 것으로 여긴 사람이 많았다. 실제 이집트학 전공자들은 이집트인이 ‘죽음 후의 삶’을 추구한 것으로 믿고 있었다.

    이런 사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신은 오시리스다. 오시리스는 저승 또는 명계(冥界·사람이 죽은 뒤에 간다는 영혼의 세계)에서 사자(死者)를 심판해 내세에서 삶을 지속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려주는 심판관이다. 그러나 저자는 죽은 파라오가 오시리스의 심판을 받는 피의자 신분이 아니라 오시리스 자체라는 사실을 거론하며 명계에 군림하는 심판관 오시리스는 애초 고대 이집트 신화에 존재하지 않았고, 죽은 파라오도 심판을 받고 내세의 삶을 꾸려가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잠정적으로 이집트 신화의 본래 모습은 이승에서의 생명 탄생에 대한 경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 사실만 확인되면 마치 획기적인 과학적 발명처럼 고대 이집트 종교연구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게 될 것이다.

    오시리스는 해외 원정에서 돌아와 동생 세트에게 살해당한 후 사지가 찢겨 사방에 흩어졌다. 오시리스의 여동생이자 아내인 이시스와 또 다른 여동생 네프티스는 오시리스의 시신을 수습해 장례를 치렀다. 하지만 그의 성기는 끝내 찾지 못했다. 부활한 오시리스와 이시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인 호루스는 결국 세트를 물리치고 아버지의 왕좌를 되찾는다.



    하지만 이집트 신화에는 오시리스보다 연상인 또 다른 호루스가 등장한다. 성기를 잃어버렸으면서 성교를 했다는 것도 의문이다. 두 호루스의 존재와 오시리스 부활의 본질에 대한 문제는 아직도 이집트학에서 논쟁의 중심에 있다.

    ‘오시리스의 죽음과 부활’은 이런 논쟁을 추리소설처럼 풀어나간다. 저자는 그 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할 만한 단순한 사실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명백한 결론을 위해 하나의 사실에 대한 각기 다른 해석을 200여 권의 책을 참고하며 조금씩 밝혀나간다. 마치 양파 껍질을 벗기듯 말이다.

    저자가 결론 내린 오시리스 신화 구조는 다음과 같다. 자신이 왕권의 계승자라고 굳게 믿는 성인 호루스는, 아버지 오시리스를 죽이고 왕권을 차지한 숙부 세트에게서 왕권을 되찾아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런데 그가 왕권을 찾으려면 자신이 오시리스의 적자로 태어났음을 증명해야 한다. 성인 호루스는 초시간적인 여행을 통해 오시리스의 장례식장에 나타나며, 그의 몸에 들어가 그를 부활시켜 성기를 발기시키고, 그와 이시스의 ‘히에로스 가모스(Hieros Gamos·성스러운 결혼 또는 성교)’를 주도해 아기 호루스로 수태된다. 이것이 오시리스 미스터리의 핵심이다. 이로써 자신이 왕위 계승의 적통임을 일거에 확보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결국 고대 이집트 종교는 철저히 호루스의, 호루스에 의한, 호루스를 위한 종교였으며, 호루스는 매우 다양한 모습과 이름으로 전능하게 행동했기에 죽음 후 삶과는 무관했다고 결론 내린다. 나아가 이집트 신화에서의 ‘히에로스 가모스’가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신앙을 이끌어냈으며, 지금도 비밀리에 ‘히에로스 가모스’가 치러지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그가 말하는 ‘히에로스 가모스’는 댄 브라운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의 핵심 구조다. 이 책 또한 그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우리 사회는 ‘두 문화’의 통합(통섭)이 중요하다는 말만 넘칠 뿐 실제 사례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공계 출신이 쓴 신화 관련서인 이 책은 그런 사유를 대중적 코드까지 동원하며 실제로 보여줬다. 그래서 필자는 이 책이 우리 인문학 가능성의 실마리를 쥐고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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