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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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17살 때 남자랑 잤어요”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09-12-28 18: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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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능력’에 대해 취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건 “자신만의 경험에서 재미있는 얘깃거리를 찾으라”는 조언입니다. ‘재미없다’고 구박받는 편인데, 생각해보면 제 이야기를 한 적이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 머릿속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은 실수담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15여 년 전, 고등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중간고사가 끝난 후 여러 명이서 친한 친구 집에 가 밤새도록 ‘곡차’를 마시며 놀고 있었죠. 친구네 집은 이른바 ‘아지트’로 불리던 곳인데, 저희들이 와서 자도 친구 부모님이 전혀 뭐라고 하지 않으셨거든요. 술에 취해 ‘떡실신’이 된 저는 친구 방에 먼저 들어가 잠이 들었죠.

    다음 날 친구 집에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제가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이죠. 가방과 신발은 있는데, 사람만 감쪽같이 사라진 겁니다. 그런데 제가 있는 곳을 찾아내고는 다들 깜짝 놀라고 말았답니다. 바로 중학교 2학년이던 친구 남동생 옆에서, 그와 한 이불을 덮은 채 다소곳이 자고 있었던 거죠. “너 왜 여기 있어?”라던 친구의 외침에 저보다 먼저 깨어난 남동생(팬티만 입고 있었죠, ㅋㅋ)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방을 뛰쳐나가버렸고요. 아마 친구 방에서 화장실을 갔다가 남동생 방으로 들어간 게 아닐까 싶지만, 솔직히 그날 밤에 대해선 아무런 기억이 없습니다. ㅜ.ㅜ 순진한 꽃띠 소녀이던 저는 그 후로 친구 남동생을 쳐다보지도 못했고, 남동생 역시 저를 피했죠. 물론 지금은 “내가 너의 첫 ‘동침녀’야”라며 농담하는 사이가 됐지만.

    “저, 17살 때 남자랑 잤어요”
    김진배 유머연구원장은 “개인 이야기를 많이 할 때 사람들은 그를 더욱 친근하게 여긴다”고 강조합니다. ‘잘난’ 무용담보단 ‘못난’ 실수담을 이야기하는 게 더 좋다네요. ‘나랑 똑같은 인간이구나’ 하고 느끼기 때문이죠. 또 자신의 이미지와 완전히 반대인 에피소드라면 더욱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착하고 순진하고 남자엔 통 관심이 없을 듯한 이미지라, 제가 17살 때 남자랑 동침을 했다는 게 더 웃기지 않았나요? ㅋㅋ

    지난 인생을 돌아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재미있는 경험이 있을 겁니다. 경인년 새해, 가족과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인상적이었던 나만의 경험이나 실수담을 털어놓으면 어떨까요? 함께 즐기는 웃음의 소리만큼 행복의 크기도 더욱 커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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