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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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위기는 이제부터?

인사청탁 로비 사건 불똥으로 대권 행보 차질 부르나

  • 황장석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surono@donga.com

    입력2009-12-29 1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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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위기에 빠졌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선에서 끝날 것 같던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 인사청탁 사건의 불똥이 결국 정 대표에게까지 튀었다. 정 대표는 산업자원부 장관 시절이던 2006년 말, 한명숙 전 총리에게 공기업 사장 자리를 요청하면서 5만 달러를 건넨 혐의를 받는 곽 전 사장의 로비에 연루된 의혹을 사고 있다. 곽 전 사장이 돈을 건넸다는 저녁식사 자리에 정 대표가 동석한 사실이 드러난 것.

    12월21일 이 같은 내용의 검찰발(發) 보도가 나왔을 때만 해도 정 대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여러 명이 함께한 자리에서 밥 먹은 일이 무슨 대수냐며 거리낄 게 없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사흘 뒤인 24일 정 대표는 태도를 180도 바꿨다. “지방선거를 앞둔 (검찰을 동원한 여당의) 야당 죽이기 공작”이라며 정면대응에 나선 것. 이는 더 이상 침묵하다간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상관없이 의혹만 증폭돼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측근들의 조언을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민주당의 핵심 관계자는 “과거 옷 로비 사건처럼 실체가 없어도 의혹만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정 대표는 ‘미스터 스마일’이란 애칭에 걸맞게 만면에 미소를 띠고 다녔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에 따른 조문정국에서 야당 지도자로서 대중적 인지도를 다소나마 높일 수 있었고, 자신이 총괄 지휘한 10월28일 재·보궐선거에서는 5개 선거구 중 3곳에서 승리하며 당 장악력도 한껏 높였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그 직후 정권교체에 성공한 일본 민주당을 방문해 ‘생활정치’라는 표어를 얻어왔다. 그 일환으로 노인 틀니비용 지원 문제와 대학생 등록금 인하 문제 등을 거론하는가 하면 김장하기, 집 고쳐주기 행사에 참여하는 등 ‘생활정치 행보’를 이어갔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대권주자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 정 대표의 정치적 위상 높이기에 나름 탄력이 붙는 듯 보였다.



    ‘야당 탄압’전략으로 기회 삼을 수도

    하지만 이번 사건이 불거지면서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현재 상황이 정 대표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경우 당장 그의 리더십에 대한 당내 비주류의 도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내 비주류 모임인 ‘국민모임’은 정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과 조기 전당대회 개최 등을 요구하려다가 이번 사건 때문에 잠시 시기를 미뤄둔 상태다. 당내에서 점차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무소속 정동영 의원 등에 대한 복당 문제도 언제든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정 대표는 이번 사건을 ‘정치인 정세균 개인’이 아닌 ‘야당에 대한 정치공작’으로 규정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이 검찰을 동원해 야당의 유력 정치인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호소하겠다는 것이다. 예산안 처리가 끝나면 곧바로 내년 6월 지방선거 국면에 돌입하기 때문에 ‘야당 탄압’이라는 소재로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복안인 셈.

    당 지도부 관계자는 “정 대표 처지에선 제1야당 대표가 탄압받는다는 말이 나오는 게 인지도 면에서 나쁠 게 없다. 잘만 하면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 대표가 자신의 주장처럼 곽 전 사장의 로비 연루의혹에서 자유로울 경우에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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