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ah Sze ‘Tilting Planet, 2009’
이렇게 규모가 큰 건물을 자주 보다 보면 웬만한 규모에는 놀라지 않게 되지요. 미술현장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캔버스의 크기는 물론 조각 작품의 규모를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눈뿐 아니라 몸 전체로 경험하게 하는 작품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더 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는 여성 작가가 있습니다. 바로 사라 지(Sarah Sze·40)인데요. 그의 작품 ‘Tilting Planet’ 전시장은 언제나 시간당 관람객 수가 엄격히 제한됩니다. 그리고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 작품이 훼손되지 않도록 지켜야 할 규칙을 미리 숙지해야 합니다.
언뜻 보면 텅 빈 것 같은 전시장인데 너무 유난스럽게 군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전시장을 나서면서는 조마조마했던 가슴을 쓸어내리게 됩니다. 빈 종이컵, 소금, 성냥개비, 실, 작은 전구, A4 용지, 전선, 압정, 작은 식물, 천 조각, 이쑤시개, 공구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작품의 재료로는 눈길 한번 주기 힘든 사소한 물건들을 서로 아슬아슬하게 연결해 일시적 스펙터클을 연출했거든요.
기묘한 방식으로 접합하고 축적한 ‘부서지기’ 작품을 몸을 숙여 관찰하다 보면 관객은 익숙한 사물들의 새로운 의미를 읽고, 어느 때보다 자신의 몸에 집중하게 됩니다. 조각이 설치된 공간에서 안정적인 관람객의 위치가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죠. 다시 말하면 하나의 구심력이 작용하지 않음으로써, 원근법이 적용되지 않는 다차원 시점의 다차원 공간을 경험하게 되는 거죠.
사물들이 불러일으키는 개개인의 기억과 시간은 작품들을 실제 연결한 털실처럼 복잡하게 얽혀들어 새로운 심리적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작가가 이렇게 미세한 사물들을 자신만의 조각 언어로 사용하게 된 것은 개인적인 경험 때문입니다. 브루클린의 엘리베이터가 없는 아파트 꼭대기층에 살던 그는 장을 봐 계단을 올라가다가 봉지에서 새어나온 쌀이 계단에 흔적을 남긴 것을 보았습니다.
작은 쌀 한 톨이 삶의 궤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고층빌딩이 즐비한 뉴욕 한복판에서 가장 작은 사물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몸을 숙이기 시작했지요. 사라 지의 작품은 일상의 재료로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을 창출합니다. 또 각각의 재료가 인터넷 세상의 정보들처럼 연결된 모습은 우리 시대를 은유하는 거울처럼 보입니다. 엄청난 노동이 소요된 작품도 전시가 끝나고 나면 모두 철거돼 작품으로서의 삶을 마감합니다. 덧없는 우리의 인생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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