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진(오른쪽)이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K-1 데뷔전에서 가지와라 류지에게 로킥을 날리고 있다.
2월24일 서울 장충체육관의 링에 선 지인진(35) 전 프로복싱 WBC 페더급 세계챔피언의 모습이다. 이날 경기는 지난해 7월 세계챔피언 타이틀을 스스로 반납하고 격투기 선수로 전향한 그의 K-1 데뷔 무대. 상대는 일본의 킥복서 가지와라 류지(32)로 꽃미남 외모에 가수로도 활동하는 재주꾼이다. 복서로 첫출발한 가지와라는 킥복싱 전적을 16전이나 쌓아 킥에는 능숙한 편이다. 12승 3패 1무(4KO승).
박진감 떨어지는 경기…“유명 선수와 맞붙어 이길 것”
이날 두 선수는 계약 체중인 67kg의 몸으로 링에 섰다. 지인진으로서는 복서 시절보다 10kg이나 더 나가는 몸무게다. 지독한 감량 덕분에 펀치 파괴력이 떨어지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었다. 키가 172cm인 지인진은 어깨가 벌어지고 골격이 큰 편이어서 페더급으로 뛰기는 무리다.
1회전 공이 울리자 지인진은 먼저 로킥을 날렸다. 타격이라기보다는 견제 킥이었다. 지인진은 거리를 좁히며 복싱 스타일의 좌우 훅을 날렸다. 그러나 가지와라는 위빙으로 가볍게 피했다. 1회전 내내 이런 식이었다. 지인진이 간간이 킥, 좌우 훅으로 공격하면 상대방은 다양한 페이크 모션으로 피했다.
2회전과 3회전에서도 양상은 비슷했다. 지인진의 훅, 스트레이트 가격이 몇 차례 가지와라의 얼굴에 꽂혔다. 데미지를 준 정타는 4~5차례에 그쳤다. 끈질긴 클린치와 물러서기 등 수비 위주로 일관한 가지와라는 지인진에게 유효타를 거의 날리지 못했다. 경기 자체로는 박진감이 떨어졌다. 지인진이 날린 미들킥, 하이킥은 아직 어설펐다. 지인진과 함께 격투기를 수련하는 최용수(36) 전 WBA 슈퍼페더급 챔피언이 세컨드로 나와 열심히 작전을 외쳤지만 지인진의 귀엔 잘 들리지 않았다.
지인진은 3대 0으로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화끈한 승부를 펼치지 못한 점을 본인도 인정했다. 경기 직후 그는 “승리해서 기쁘지만 배운 것을 써보지 못해 아쉽다”며 “복서로서 자부심이 있으니 앞으로 마사토, 부아카오 등 유명한 K-1 선수와 겨뤄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프로복서로서의 자부심을 여전히 간직한 그는 “타이틀을 반납하고 나왔지만 나는 영원한 복서”라면서 “복싱을 사랑하는 마음은 잊지 않을 것이고 나로 인해 복싱이 발전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