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은 남은 임기 5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정 전 총장의 부인 최모 씨는 지난해 11월 학부모 김모 씨에게서 자신의 딸을 치의학과에 편입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았다가, 올해 1월 김씨 딸이 편입학 전형 필기시험에서 탈락하자 돈을 다시 돌려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0월29일 한 일간지를 통해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정 총장은 당일 연세대 홈페이지를 통해 “아내가 사업이 부도난 못난 자식을 돕기 위해 지인에게 자금을 빌렸지만, (그 돈이) 편입학 지원자의 학부모에게서 나온 것을 알고 반환했다”고 해명했다. 정 총장은 또 “우리 학교는 제도적으로 어느 누구도 입학에 영향을 끼칠 수 없게 돼 있다”면서 편입학 전반으로 부정 의혹이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려 했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에 나서자 결국 도의적 책임을 지고 다음 날 연세대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선 재임 중 마음고생이 심했던 정 전 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데 대해 안타까워했다. 정 전 총장보다 한 해 먼저 취임한 고려대 어윤대 총장의 적극적인 국제화 전략, 고려대의 세계 200대 대학 진입 소식 등이 언론의 주목을 받을 때 오랜 라이벌인 연세대는 상대적으로 기울어 보였다. 2005년 연세대 창립 120주년을 맞아 ‘연세 비전2020’을 발표하고 ‘섬김의 리더십’을 강조했지만, 고려대의 성대한 개교 100주년 행사에 묻혀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것만 봐도 그렇다. 정 전 총장이 11월1일 연세대 홈페이지에 남긴 글에는 지난 3년 반 동안 열심히 뛴 결실을 보지 못하고 물러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배어 있다.
“2005년 하향세를 2006년에는 최소한 제동을 걸 수 있었던 일과 곧 발표될 영국 일간지 평가에서 기대되는 획기적인 평가 개선, 모든 연세 구성원의 희생과 협력으로 경상적자가 2005년의 295억원에서 2007년에는 77억원 수준으로 크게 개선돼 재정건전화의 기초를 이룬 일….”
정 전 총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남가주대 대학원 석·박사(경제학)를 마쳤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이인호 신한금융지주회사 사장이 대학 동기다. 1971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해 경제학과장 경영대학원장 재무처장을 지냈고, 한국경제학회장을 역임했다.
한편 연세대 교수평의회는 “정 총장이 사퇴하기로 용단을 내린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라면서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빠른 시일 안에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하고, 대학 당국에서 자체 감사를 실시해 근본 원인을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연세대 재학생들 사이에선 “연세대 스스로 진상을 규명함으로써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기를 바랐던 윤동주 시인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는 자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