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영화에서나 봤음직한 복고풍 스타일, 형형색색의 불빛, 그리고 귀를 살짝 덮는 앙증맞은 헬멧까지. 이제 길거리에서 스쿠터를 탄 젊은 여성이 차량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압구정동의 트렌디한 카페 앞에는 이탈리아제 명품 스쿠터가 가지런히 세워져 있고, 홍대 앞 벼룩시장에 도열한 패션 스쿠터들은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잘 어울린다.
‘스쿠터=배달업’이라는 공식은 이미 끝난 지 오래다. 스쿠터는 신세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갖고 싶은 ‘원추’ 아이템으로 꼽힐 만큼 강력한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들에게 스쿠터와 소형 모터바이크는 생계수단이 아닌 효율적인 운송수단이자 자신을 표현하는 액세서리다.
50cc부터 600cc까지 종류도 다양
스쿠터의 사전적 의미는 ‘모터바이크보다 작은 크기의 차체에 소구경 휠, 소배기량 엔진과 오토매틱 미션을 달아 근거리 이동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원동기’다. 엔진을 다리 사이에 끼우고 앉는 일반 모터바이크와 달리 엔진을 시트 밑이나 뒤쪽에 배치해 발판이 넓고 평평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발판이 넓어서 짐을 올려놓을 수도 있고, 치마 입은 여성이 다리를 모으고 탈 수도 있게 설계됐다.
스쿠터는 탄생 때부터 지금과 흡사한 외관을 갖췄으며 기본 구조 역시 변한 게 거의 없다. 이 때문에 ‘클래식 스쿠터’라는 명칭은 애초 50~60년대 유행했던 초기 디자인을 모방한 스쿠터를 지칭했지만, 최신 디자인의 스쿠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스쿠터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군사용 근거리 이동수단으로 처음 등장했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본격적으로 민간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전쟁 후유증으로 자동차 수급이 불안정한 유럽에서 스쿠터는 중산층의 이동수단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이후 길이 좁은 유럽에서 스쿠터는 가장 대중적인 탈것으로 자리매김했다.
스쿠터는 ‘빠르게 움직인다’는 뜻의 ‘스쿠트(scoot)’라는 말에서 나왔다. 과연 이름답게 경쾌한 주행성능을 자랑한다. 예전에는 배기량 50cc의 소형이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125cc급 중거리 이동용은 물론 장거리 크루징과 스포츠 주행까지 가능한 600cc급 대형 스쿠터까지 인기를 모으며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클래식 스쿠터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원인은 작고 아담한 크기, 예쁘고 귀여운 디자인 덕분이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뤄진 외관과 참신한 컬러는 젊은이들의 패션과 잘 어울려 개성을 표출하는 첨단 패션소품으로 자리잡았다. 게다가 휘발유 1ℓ로 30~40km를 달릴 수 있고 주차비와 유지비가 적게 들어 대중교통보다 경제적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3~4년 중국제 수입 이후 급속 확산
스쿠터 유행은 비단 국내만의 현상이 아니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이미 40년대부터 스쿠터 이용이 일반화됐다. 파리나 밀라노, 런던 등 패션도시에 가면 자동차보다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패션 스쿠터족이다. 일본만 해도 도로가 좁고 복잡한 데다 주차비, 등록비 등 유지비용이 비싸 오래전부터 모터사이클 인구가 많았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와 250cc급 스쿠터가 젊은이들 사이에 트렌드를 이루면서 큰 시장을 형성했다.
우리에게도 클래식 스쿠터가 생소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스쿠터 마니아들 사이에 인기 있는 기종인 베스파(Vespa)는 영화 ‘로마의 휴일’에 등장한 이래 전 세계적 히트상품으로 떠올랐고, 우리나라에서도 80년대 똑같은 디자인이 들어와 유행한 적이 있다. 당시엔 변속기가 수동이라는 단점 때문에 금세 시장에서 물러났지만 최근 복고 붐과 함께 젊은이들의 최고 인기상품으로 재등장했다. 생산된 지 20년이나 된 중고제품이 200만~300만원에 거래될 정도다.
하지만 국내 스쿠터의 원조는 80년대 등장한 대림의 ‘택트(Tact)’라고 할 수 있다. 부담 없이 타고 다닐 수 있는 작은 차체와 ‘기름 냄새만 맡아도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놀라운 연비 덕택에 서민에게 큰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모터바이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해 안전모 착용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면허 없이도 운전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교통사고나 도난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 스쿠터를 타면 음식을 배달하는 사람이나 폭주족으로 잘못 인식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스쿠터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후반부터다. 유럽과 일본 문화를 접한 젊은 패션리더와 연예인들에게 스쿠터가 패션소품이나 놀이기구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 이들은 디자인이 뛰어난 이탈리아제나 일본제 스쿠터를 구입해 각종 튜닝과 ‘드레스업(dress-up)’에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의 모습이 TV나 패션지 등 매체에 소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외국 스타들의 스쿠터 사랑 역시 알게 모르게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일찍이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베스파로 로마 시내를 달리며 사랑을 나눴고, 주드 로나 패리스 힐튼, 데이비드 베컴, 니콜 키드먼,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커플 등이 스쿠터 마니아로 알려지면서 스타 따라잡기에 나선 이들도 적지 않다.
안전교육 부재 등 문제점도 적지 않아
스쿠터의 저변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계기는 3~4년 전 저렴한 중국제 패션 스쿠터가 대량 수입되면서부터다. 일제나 대만제보다 성능이 떨어짐에도 100만원 안팎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디자인이 근사한 중국제 스쿠터는 대번에 20대 대학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물론 문제점도 없지 않다. 자동차 면허로 125cc 이하의 스쿠터나 모터바이크를 운전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지식 없이도 무턱대고 타려는 사람이 많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사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운전방법이 다른데도 한 가지 면허로 운행할 수 있게 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어떤 안전장구를 갖춰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달리는 것도 문제다. 대림자동차 안전운전교관 이영선 씨는 “모터바이크 안전에 관한 교육기관이 전무하다. 정부 차원에서 모터바이크 안전운전 교육기관을 설립하거나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쿠터는 그 편리함과 유용성에도 자동차 중심의 교통정책과 적절한 인식 부재 속에서 오랫동안 방치돼왔다. 음지에서 교통의 모세혈관 구실을 해온 스쿠터가 이제야 양지로 나온 셈이다. 앞으로 이 귀여운 운송수단이 사회의 애물단지가 될지, 젊은 세대의 새로운 선택이 될지는 우리 모두에게 달려 있다.
‘스쿠터=배달업’이라는 공식은 이미 끝난 지 오래다. 스쿠터는 신세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갖고 싶은 ‘원추’ 아이템으로 꼽힐 만큼 강력한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들에게 스쿠터와 소형 모터바이크는 생계수단이 아닌 효율적인 운송수단이자 자신을 표현하는 액세서리다.
50cc부터 600cc까지 종류도 다양
스쿠터의 사전적 의미는 ‘모터바이크보다 작은 크기의 차체에 소구경 휠, 소배기량 엔진과 오토매틱 미션을 달아 근거리 이동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원동기’다. 엔진을 다리 사이에 끼우고 앉는 일반 모터바이크와 달리 엔진을 시트 밑이나 뒤쪽에 배치해 발판이 넓고 평평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발판이 넓어서 짐을 올려놓을 수도 있고, 치마 입은 여성이 다리를 모으고 탈 수도 있게 설계됐다.
스쿠터는 탄생 때부터 지금과 흡사한 외관을 갖췄으며 기본 구조 역시 변한 게 거의 없다. 이 때문에 ‘클래식 스쿠터’라는 명칭은 애초 50~60년대 유행했던 초기 디자인을 모방한 스쿠터를 지칭했지만, 최신 디자인의 스쿠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스쿠터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군사용 근거리 이동수단으로 처음 등장했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본격적으로 민간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전쟁 후유증으로 자동차 수급이 불안정한 유럽에서 스쿠터는 중산층의 이동수단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이후 길이 좁은 유럽에서 스쿠터는 가장 대중적인 탈것으로 자리매김했다.
스쿠터는 ‘빠르게 움직인다’는 뜻의 ‘스쿠트(scoot)’라는 말에서 나왔다. 과연 이름답게 경쾌한 주행성능을 자랑한다. 예전에는 배기량 50cc의 소형이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125cc급 중거리 이동용은 물론 장거리 크루징과 스포츠 주행까지 가능한 600cc급 대형 스쿠터까지 인기를 모으며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클래식 스쿠터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원인은 작고 아담한 크기, 예쁘고 귀여운 디자인 덕분이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뤄진 외관과 참신한 컬러는 젊은이들의 패션과 잘 어울려 개성을 표출하는 첨단 패션소품으로 자리잡았다. 게다가 휘발유 1ℓ로 30~40km를 달릴 수 있고 주차비와 유지비가 적게 들어 대중교통보다 경제적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3~4년 중국제 수입 이후 급속 확산
스쿠터 유행은 비단 국내만의 현상이 아니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이미 40년대부터 스쿠터 이용이 일반화됐다. 파리나 밀라노, 런던 등 패션도시에 가면 자동차보다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패션 스쿠터족이다. 일본만 해도 도로가 좁고 복잡한 데다 주차비, 등록비 등 유지비용이 비싸 오래전부터 모터사이클 인구가 많았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와 250cc급 스쿠터가 젊은이들 사이에 트렌드를 이루면서 큰 시장을 형성했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 등장한 원조 ‘베스파’.
하지만 국내 스쿠터의 원조는 80년대 등장한 대림의 ‘택트(Tact)’라고 할 수 있다. 부담 없이 타고 다닐 수 있는 작은 차체와 ‘기름 냄새만 맡아도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놀라운 연비 덕택에 서민에게 큰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모터바이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해 안전모 착용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면허 없이도 운전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교통사고나 도난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 스쿠터를 타면 음식을 배달하는 사람이나 폭주족으로 잘못 인식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스쿠터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후반부터다. 유럽과 일본 문화를 접한 젊은 패션리더와 연예인들에게 스쿠터가 패션소품이나 놀이기구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 이들은 디자인이 뛰어난 이탈리아제나 일본제 스쿠터를 구입해 각종 튜닝과 ‘드레스업(dress-up)’에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의 모습이 TV나 패션지 등 매체에 소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외국 스타들의 스쿠터 사랑 역시 알게 모르게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일찍이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베스파로 로마 시내를 달리며 사랑을 나눴고, 주드 로나 패리스 힐튼, 데이비드 베컴, 니콜 키드먼,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커플 등이 스쿠터 마니아로 알려지면서 스타 따라잡기에 나선 이들도 적지 않다.
안전교육 부재 등 문제점도 적지 않아
스쿠터의 저변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계기는 3~4년 전 저렴한 중국제 패션 스쿠터가 대량 수입되면서부터다. 일제나 대만제보다 성능이 떨어짐에도 100만원 안팎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디자인이 근사한 중국제 스쿠터는 대번에 20대 대학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물론 문제점도 없지 않다. 자동차 면허로 125cc 이하의 스쿠터나 모터바이크를 운전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지식 없이도 무턱대고 타려는 사람이 많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사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운전방법이 다른데도 한 가지 면허로 운행할 수 있게 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어떤 안전장구를 갖춰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달리는 것도 문제다. 대림자동차 안전운전교관 이영선 씨는 “모터바이크 안전에 관한 교육기관이 전무하다. 정부 차원에서 모터바이크 안전운전 교육기관을 설립하거나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쿠터는 그 편리함과 유용성에도 자동차 중심의 교통정책과 적절한 인식 부재 속에서 오랫동안 방치돼왔다. 음지에서 교통의 모세혈관 구실을 해온 스쿠터가 이제야 양지로 나온 셈이다. 앞으로 이 귀여운 운송수단이 사회의 애물단지가 될지, 젊은 세대의 새로운 선택이 될지는 우리 모두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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