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원 ‘artist selection’
이곳 2층 한쪽에 ‘더 버스(the bus)’라는 코너가 눈에 띈다. 언뜻 보면 명품숍이나 디자이너숍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코너의 물품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뭔가 이상하다. 착용하기 불가능해 보이는 보석들, 제작자가 분명하지 않은 기성상품들, 심지어 상품은 없고 가격표만 있기도 하다.
이것은 홍장오 윤정원 유영호 등 국내 현대미술가들이 참여해 시도하고 있는 프로젝트. 이 작품들은 전시돼 있으면서도 관객이 원하면 언제든 상품처럼 판매할 수 있다.
아트디렉터 유영호는 “전통적 방식에서 작가는 생산자이고 갤러리는 유통자, 수집가는 구매자인데 이런 등식에서 벗어나 작가와 생산자, 유통과 이윤 분배자가 모두 동일인이라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아티스트가 생각하는 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를 담론화하고 실천하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프로젝트 ‘더 버스’는 당연시되던 작가와 갤러리의 기능과 지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뿐만 아니라 관객의 자리도 새롭게 재조명한다. 프로젝트가 던지는 당혹스러운 물음에 답해야 하는 이는 바로 관객인 것이다.
3인의 현대미술가 새로운 시도 … 관객 원하면 전시물 판매
이 같은 성찰은 같은 건물 6층의 ‘smileplanet by 윤정원’이라는 프로젝트 공간에서도 나타난다. 이곳 한가운데에는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바(bar)가 있고, 곳곳에 작가가 디자인한 의상이나 헬멧, 장신구, 빈티지 패션, 신발, 바비인형 등이 진열돼 있다. 그리고 그 한쪽에 작가 윤정원의 작업실이자 공방이 있다.
‘멀티스페이스’로서 이 공간은 작업실과 숍(shop)으로 구성돼 있으며, 앞으로 1년간 이렇게 유지된다. 이곳에서 관객이자 소비자들은 작품(생산품)을 캐주얼하고 경쾌하게 직접적으로 만나게 된다. 단순히 바라보기만 하는 관찰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문화행위자이자 향유행위자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동안 갤러리는 조금은 삭막하고 부자연스러운 곳으로 인식돼왔다. 이제 그런 고정관념은 버려도 될 것 같다. 갤러리의 유쾌한 변신을 직접 느껴보시길. ‘the bus’7월11일~10월11일, ‘smileplanet by 윤정원’6월13일~2008년 6월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