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떨어져나온 남극 빙산.
생명체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영양분을 섭취하고 노폐물을 내보내면서 스스로 균형을 이룬다. 우리 몸이 추운 겨울 오줌을 누고 나서 체내 온도조절을 위해 몸을 부르르 떤다든지 운동 후 땀을 흘려 체온조절을 하듯, 지구도 ‘하나의 몸처럼’ 잘 짜여진 시스템을 갖춰 자기조절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남극대륙 위에 북미대륙만한 큰 구멍이 뚫려 있다는, 즉 ‘오존층 파괴’를 처음 알아낸 러브록 박사는 남극과 북극의 만년빙하가 태양의 자외선을 반사해 지구 온도를 조절한다고 한다. 이렇듯 지구를 암석, 수분, 대기가 섞여 있는 단순한 무생물이 아니라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나름의 목적과 계획을 가진 생명체로 여긴 것이다.
모든 것은 능동적 존재 … 공동체 파괴 위협 멈춰야
이 가이아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태양계 대기의 성분을 비교한 것이 유명하다. 화성이나 금성은 대기의 95%가 이산화탄소다. 그런데 지구의 대기는 77%의 질소와 21%의 산소로 이뤄져 있다. 행성이 처음 생겼을 때 대기는 거의 비슷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지구만 산소 비율을 21%에서 멈췄을까. 이것이 지구에 생명체가 나타난 비결이다.
박테리아와 유기물질은 이산화탄소로 가득 찬 지구의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산소를 내뿜었다. 그때부터 산소의 농도가 높아지더니 21%에서 딱 멈춘다. 산소농도가 1%라도 더 높으면, 라이터 불에도 지구는 화염에 휩싸인다. 물속의 염분농도도 3.6%로 계속 유지돼왔다. 지구의 기온 역시 그렇다. 이는 지구의 생명체들이 마치 ‘여러 세포처럼’ 각자 구실에 맞춰 지구라고 하는 자신의 몸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몸(지구) 안에서 여러 세포(다양한 생명체)가 공존의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것이 바로 ‘생명의 초록별’ 가이아의 생존 비결인 것이다. 그래서 인간만 가이아의 주인이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것이 가이아라고 하는 한 몸에서 운명을 같이하는 공동체의 주인이다.
러브록 박사는 지구 위의 모든 존재가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환경을 변화시키면서 자신의 적응력을 키워나가는 능동적 존재이기 때문에 무수한 지각변동과 환경변화에도 지구의 역사가 45억년 이상 유지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는 인간이 만물을 지배하고 소유한다는 데카르트의 기계론적 자연관을 뒤집고, 인간은 지구의 다른 생명체 심지어 물이나 산소 같은 무기물과도 평등한 위치라는 것을 각인해줬다. 다시 말해 아들(인간)이 어머니(가이아) 앞에서 겸허하도록 가르쳐준 덕분에 우리가 생태적 사유의 폭을 ‘인간-동물-식물-무기물’까지 넓힌 에코필로소피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이룬 획기적 발상이었다.
또한 가이아를 위협하는 세 가지로 3C를 든다. 승용차(car), 기계톱(chain saw), 가축(cattle)이다. 승용차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기계톱은 ‘가이아의 허파’인 숲을 파괴한다. 20세기에 거대화된 맥도날드 문화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소는 엄청난 똥을 싼다. 여기서 뿜어져나오는 메탄은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한다. 핵무기나 혜성의 충돌로 많은 생명체가 죽고, 빙하기가 온다 해도 가이아는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생명체를 이어나갈 수 있다.
하지만 어머니 가이아가 지구온난화, 오존층 파괴 등으로 자기조절 기능을 잃어버려 이상기후 현상을 일으키면 가이아는 다른 행성처럼 싸늘해질 것이다. 그래서 산소공장인 나무보다 사람이 더 소중하다는 편견과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라는 오만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한다.
- 연관 기출문제
경희대 2003년 ‘가이아와 현대문명’, 고려대 2007년 모의논술 ‘생태적 상상력’, 한양대 2000년 ‘자유재의 가치’, 고려대 2002년 구술 ‘지구온난화와 오존층의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