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면 책에 대한 이해가 훨씬 쉽다. 김아타(51).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일찌감치 사진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2002년 런던 파이돈 프레스사 선정 세계 100대 사진가, 같은 해 하남 국제 포토페스티벌 국제사진가상 수상, 2004년 세계적 사진 전문출판사 어퍼처(Aperture)에서 한국 작가 최초로 사진집 ‘The Museum Project’ 발간, 2006년 뉴욕 세계사진센터에서 아시아 작가 최초로 개인전.
사진작가 김아타는 한국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사 갤러리를 통해 그의 작품 두 점을 구입한 일, ‘뉴욕타임스’가 2개 지면을 할애해 그의 개인전을 소개한 사실, 센트럴파크 재단이 그의 작품을 영구 전시할 예정이라는 소식 등이 그의 유명세를 말해준다.
김아타의 작품에서는 열정과 실험정신이 느껴진다. 그러나 작품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의 작품 의도를 파악하는 일은 보통사람들이 수학의 3차방정식을 푸는 것 못지않게 어렵다. 그래서일까. 최근 펴낸 두 권의 책에서는 자신의 작품세계를 매우 쉽게 풀어놓았다. 우매한(?) 관람객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풀어주려고 작정한 듯싶다.
‘ON-AIR’는 주요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을 기록한 제작 노트이자 작품 설명서다. ‘물은 비에 젖지 않는다’는 그의 세계관과 예술관을 드러낸 에세이 모음집이라 할 수 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 김아타의 예술철학이다. 그러나 그는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존재의 역설일까. 그의 사진을 보면 이해가 간다. ‘아이스 모놀로그’ 시리즈는 작가의 예술철학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얼음으로 조각된 마오쩌둥의 얼굴이 녹아내리는 모습을 연속적으로 담은 ‘마오의 초상’. 마오쩌둥은 20세기 사회주의를 대표하는 인물이지만, 지금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마오 사상은 아직도 살아 숨쉬고 있다. 그의 얼음조각도 녹아 없어지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얼음이 녹은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식물을 자라게 하고, 수증기가 되어 비를 뿌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뉴욕 거리를 8시간 동안 찍은 ‘뉴욕’ 시리즈도 비슷하다. 거리는 텅 비어 있다. 거리를 오가는 많은 사람들이 결국은 사라지는 존재임을 알려준다. 그러나 이 거리는 다시 사람들로 붐빌 것이다.
이 밖에도 유리상자 안의 사람들을 촬영한 ‘The Museum’ 프로젝트 작품들이 눈에 띈다. 이 가운데 한 작품은 ‘물은 비에 젖지 않는다’의 표지로 쓰였다. 여기서 유리상자는 시간을 박제하는 포르말린이면서 현재와의 거리두기이자 시간차다. 작가는 “박물관의 사전적 정의가 ‘죽어야 살아나는 곳’이라면, 나의 사적인 박물관은 ‘살아 있는 것을 영원히 살게 하는 사유 공간’이다”라고 말한다.
작가는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예술은 종소리와 같아야 한다. 에밀레 종소리보다 더 긴 여운을 남겨야 한다.” 그렇다면 그의 사진은 오랜 여운을 남겼을까. 이에 대한 평가는 독자 몫이다.
‘ON-AIR’ ‘물은 비에 젖지 않는다’/ 김아타 지음/ 예담 펴냄/ 각 권 236쪽, 200쪽/ 각 권 1만7000원, 1만2000원
사진작가 김아타는 한국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사 갤러리를 통해 그의 작품 두 점을 구입한 일, ‘뉴욕타임스’가 2개 지면을 할애해 그의 개인전을 소개한 사실, 센트럴파크 재단이 그의 작품을 영구 전시할 예정이라는 소식 등이 그의 유명세를 말해준다.
김아타의 작품에서는 열정과 실험정신이 느껴진다. 그러나 작품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의 작품 의도를 파악하는 일은 보통사람들이 수학의 3차방정식을 푸는 것 못지않게 어렵다. 그래서일까. 최근 펴낸 두 권의 책에서는 자신의 작품세계를 매우 쉽게 풀어놓았다. 우매한(?) 관람객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풀어주려고 작정한 듯싶다.
‘ON-AIR’는 주요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을 기록한 제작 노트이자 작품 설명서다. ‘물은 비에 젖지 않는다’는 그의 세계관과 예술관을 드러낸 에세이 모음집이라 할 수 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 김아타의 예술철학이다. 그러나 그는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존재의 역설일까. 그의 사진을 보면 이해가 간다. ‘아이스 모놀로그’ 시리즈는 작가의 예술철학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얼음으로 조각된 마오쩌둥의 얼굴이 녹아내리는 모습을 연속적으로 담은 ‘마오의 초상’. 마오쩌둥은 20세기 사회주의를 대표하는 인물이지만, 지금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마오 사상은 아직도 살아 숨쉬고 있다. 그의 얼음조각도 녹아 없어지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얼음이 녹은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식물을 자라게 하고, 수증기가 되어 비를 뿌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뉴욕 거리를 8시간 동안 찍은 ‘뉴욕’ 시리즈도 비슷하다. 거리는 텅 비어 있다. 거리를 오가는 많은 사람들이 결국은 사라지는 존재임을 알려준다. 그러나 이 거리는 다시 사람들로 붐빌 것이다.
이 밖에도 유리상자 안의 사람들을 촬영한 ‘The Museum’ 프로젝트 작품들이 눈에 띈다. 이 가운데 한 작품은 ‘물은 비에 젖지 않는다’의 표지로 쓰였다. 여기서 유리상자는 시간을 박제하는 포르말린이면서 현재와의 거리두기이자 시간차다. 작가는 “박물관의 사전적 정의가 ‘죽어야 살아나는 곳’이라면, 나의 사적인 박물관은 ‘살아 있는 것을 영원히 살게 하는 사유 공간’이다”라고 말한다.
작가는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예술은 종소리와 같아야 한다. 에밀레 종소리보다 더 긴 여운을 남겨야 한다.” 그렇다면 그의 사진은 오랜 여운을 남겼을까. 이에 대한 평가는 독자 몫이다.
‘ON-AIR’ ‘물은 비에 젖지 않는다’/ 김아타 지음/ 예담 펴냄/ 각 권 236쪽, 200쪽/ 각 권 1만7000원,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