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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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재미’와 바람났다

즐거움과 감동 주기 유쾌한 일탈 … ‘섹시 언니’ ‘훈남 오빠’ 연주회 안팎 후끈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7-05-16 15: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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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이 ‘재미’와 바람났다

    4월2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봄의 왈츠’ 공연에서 조수미가 지휘봉을 잡고 요한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다. 파격적인 무대 매너로 우아함과 즐거움, 행복의 떨림을 선사한 클래식 공연이었다.

    ‘요즘은 결혼했다 이혼하고, 또 재혼도 하잖아요. 제가 클래식을 했다가 재즈를 하고, 다시 클래식으로 돌아오곤 하는 것도 이와 똑같습니다. 늘 클래식만 하면서 착한 학생처럼 굴면 지루하잖아요.”(나이젤 케네디, 5월7일 기자회견에서)

    ‘클래식계 악동’으로 불리는 나이젤 케네디다운 대답이다. 요즘 케네디 같은 크로스오버 연주자들이 극단적으로 클래식의 ‘재미없음’을 농락한다면, 조수미 등 정통 클래식 주자들은 무대에서 더욱 다양한 형태로 ‘재미’를 끌어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클래식 공연은 지루해서 못 본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흥미로운 공연이 많아졌다.

    4월20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조수미와 요한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의 ‘봄의 왈츠’ 콘서트도 그랬다. 꽃으로 장식된 화사한 무대, 그 위에 원색의 야회복으로 차려입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왈츠의 흥겨움을 끊임없이 선사했고,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조수미의 콜로라투라 창법은 소름 끼칠 정도로 아름다웠다.

    클래식이 ‘재미’와 바람났다

    51세의 나이에도 펑크 머리에 군화, 축구 유니폼 차림으로 무대에 오르는 ‘클래식계 악동’ 나이젤 케네디. 29년 만의 내한공연인 5월9~10일 공연에서 그는 클래식이 아닌 재즈 무대를 선사해 관객을 즐겁게 했다.

    그럼에도 솜방망이처럼 부드러운 멜로디에 결국 꾸벅꾸벅 조는 사람들이 보일 때쯤 첼로 주자가 첼로를 한 바퀴 휙 돌렸고, 갑자기 지휘자가 객석을 향해 180도 돌아서서 지휘를 하기 시작했다.

    오케스트라가 요한 슈트라우스의 ‘술, 여자 그리고 노래’를 연주할 때였다. 음악은 계속 흐르고, 지휘자는 여성 연주자 한 명에게 다가가 춤을 청했다. 객석에서 웃음보가 터졌다. 지휘자와 우아하게 춤을 추던 그 여성 연주자는 다시 객석으로 내려가 잘 차려입은 남자를 불러내 왈츠에 몸을 맡겼다. 파격의 절정은 앙코르곡이 시작될 때였다. 갑자기 조수미가 지휘봉을 빼앗아 지휘를 시작했고 객석은 자지러졌다. 우아함과 즐거움, 행복으로 가득한 봄밤이었다.



    위엄 있는 클래식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안겨주는 클래식의 시대다. 출중한 실력과 잘생긴 외모로 인기를 얻고 있는 피아니스트 막심이 말하듯 “음악의 진정한 가치는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것”이고 영혼을 매혹하는 것이다.

    일렉트릭 바이올리니스트 바네사 메이, 늘씬한 외모에 섹시한 의상과 강렬하고 짜릿한 비트의 크로스오버 음악으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전자현악 4중주단 ‘본드’, 알몸으로 무대에서 연주한 스위스 첼리스트 나탈리 망세, ‘플레이보이’ 표지모델로 등장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핀란드 바이올리니스트 린다 브라바 등도 즐거움을 음악의 주요소로 꼽는 클래식계 ‘이단아들’이다. 물론 이들은 외모뿐 아니라 실력으로도 관객을 매혹시켰다.

    요즘엔 국내 클래식계에도 실력과 외모로 즐거움을 안겨주며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는 연주자들이 등장했다. 2년 전 쇼팽콩쿠르 공동 3위에 오른 임동민·동혁 형제,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2006년 리즈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김선욱, 신세대 아카펠라 그룹 ‘라스페란자(희망)’ 등이다. 이들의 공연이 끝나면 팬사인회의 줄이 좀처럼 줄어들 줄 모른다.

    클래식이 ‘재미’와 바람났다

    1_ 클래식 연주자로는 유일하게 ‘플레이보이’ 표지모델로 등장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핀란드 바이올리니스트 린다 브라바는 연주 실력도 수준급이어서 메이저 레이블인 EMI에서 음반을 내고 BBC심포니와 협연하기도 했다.<br> 2_ 파격적인 무대 매너, 화려한 옷차림, 팝과 클래식을 넘나드는 자유로움으로 청중을 사로잡는 안트리오는 클래식계의 청량제다. 2003년 ‘피플’지가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50인’에 들었을 만큼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왼쪽부터 마리아(첼로)·루시아(피아노)·안젤라(바이올린) 안.<br> 3_ ‘클래식계의 스파이스걸스’. 늘씬한 외모에 섹시한 의상과 강렬하고 짜릿한 비트의 크로스오버 음악으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전자현악 4중주단 ‘본드’. 그룹 이름은 영화 ‘007’의 본드걸에서 따왔다.

    재미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공연들도 줄줄이 이어진다. 2003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특별상을 받은 ‘더 플럭’은 클래식과 마임을 결합한 공연(5월23~27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 예술극장/5월29일~6월10일, 서울열린극장 창동)으로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지난해 음반 ‘눈물’로 클래식 스타에 등극한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과 피아니스트 이윤수, 바이올리니스트 자니 리, 첼리스트 패트릭 지 등은 ‘젊고 즐거운 클래식’을 내세우며 ‘디토(기분 전환이라는 뜻의 ‘디베르티멘토’ 줄임말)’ 앙상블을 만들어 6월20, 29일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에서 각각 공연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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