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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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 테일러의 무한변신

  • 입력2007-05-16 15: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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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자 테일러의 무한변신

    양복감을 정리하는 와니부치 사장.

    일본에서 ‘시니세(老鋪)’라 하면 나름의 소신과 고집으로 ‘명품’을 만드는 가게를 말한다. 규모가 작고 대대로 전승되는 것이 특징이긴 하지만 그러다 보니 세상의 변화와는 무관한 점도 있다. 그런데 요즘 한 고급 시니세 양복점이 첨단패션의 거리 도쿄 긴자에서 해마다 매출을 20~30%씩 늘려 주목받고 있다.

    1946년 문을 연 ‘긴자 테일러’가 그곳. 이 가게가 택한 전략은 시니세 양복점의 뼈대인 ‘100% 수제(手製)’ 원칙은 지키되 고객에게 폭넓게 다가서는 자기혁신이었다.

    긴자 테일러는 1974년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가 노벨평화상 수상식에서 입은 연미복을 비롯해 저명인사 고객의 수제 양복을 만들어왔지만 워낙 값이 비싼 데다 전통적인 방식만 고집해 손님의 발길이 점점 뜸해졌다. 그러나 2000년 맏며느리인 와니부치 미에코 사장이 가업을 인수한 뒤 업계의 상식을 깨는 벤처식 경영을 펼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주부로만 지내던 그는 92년 당시 사업부진으로 고민하는 남편 마사오(2003년 사망) 사장을 돕기 위해 입사,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맞춤 부인복 사업을 병행하자고 제안해 파문을 일으킨 것도 그런 행보 중 하나였다. 고참사원들이 “양복점 격이 떨어진다”고 반발했지만 끈기 있게 그들을 설득했다. 이제는 주변의 라이벌 양복점들도 모두 부인복 사업을 따라하고 있다.

    사장이 된 뒤에는 상품에 가격표를 붙였다. 그동안은 한정된 고객만 상대하는 시니세답게 아예 가격표가 없었다. 이는 ‘보통사람’이 점포에 발을 들여놓을 엄두도 내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2004년 6월에는 한 벌에 30만엔 이상이던 종래 주문복의 반값(13만엔부터)으로 ‘사무라이’라는 제2 브랜드를 만들어 새로운 고객층 개척에 나섰다. 지난해부터는 수제 캐주얼 재킷이나 진즈 주문(4만엔부터)을 받기 시작했다. 동시에 가게가 들어선 건물 5층에서 매주 금요일밤 재즈 라이브 공연을 열어 샐러리맨이나 젊은 여성들을 끌어들였다.



    흔히 ‘장인’들의 걱정은 신상품이나 고객층 증가로 브랜드 고유의 힘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와니부치 사장은 고개를 젓는다. “‘숨은 명품’보다는 많은 사람이 찾는 브랜드를 추구하고 싶다”는 것이다. 다만 양복 속에 들어가는 심에서부터 바느질까지 모든 공정은 기술자의 수작업을 고집한다. 10명의 기술자가 일하는 작업장은 매장 바로 위층에 있어 간단한 수선은 그 자리에서도 가능하다. 이런 노력의 결과 고객이 크게 늘었다. 매출도 2005년 이후 상승으로 전환해 2006년에는 전년 대비 30% 늘었다. 올해는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변신이 쉽지는 않았다. 그간 세 곳의 점포를 하나로 줄였고 개혁에 반대하는 고참 판매원의 자리를 절반 이상 신입사원으로 메웠다고 한다. 말하자면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은 것이다. 긴자 테일러가 일본의 대표적 시니세로 살아남을지 앞날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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