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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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 男女, 차가운 결별 초읽기

한나라 朴 - 李‘경선 룰’ 막판 힘겨루기 … 결국 한 사람 울어야 내분 수습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7-05-16 12: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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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편 男女, 차가운 결별 초읽기

    2월22일 전국시군자치구의회 총회장에서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다른 곳을 쳐다보고있다.



    “한지붕에서 같이 살 수 없다. 차라리 여당한테 (대권을) 주면 줬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진영의 감정싸움이 끝 간 데 없이 이어지고 있다. “차라리 갈라서자”는 말이 공공연하다. 그들은 과연 결별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 나가면 죽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갈수록 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언론도 한나라당도 커지는 가능성에 눈길을 주는 형국이다. ‘앉아서 당하느니 뛰쳐나가 활로를 모색하는 게 낫다’는 시각에 갈수록 힘이 실린다.

    ‘선각자’도 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다. 당을 박차고 나가 ‘시베리아’를 헤맨 지 2개월여, 엄동설한을 견딘 그의 주변에 봄기운이 흐른다. 만년 3위에서 범여권 1위 후보로 입지를 구축한 것이다. 손 전 지사의 전례는 ‘정치는 생물이고, 그래서 내일 일은 모른다’는 불확실성에 승부를 걸어보라며 다른 후보들을 유혹한다.



    그러나 ‘탈당’은 부담이다. 뛰쳐나가면 명분도 실리도 잃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지지율 1위와 2위를 달리는 ‘빅2’의 계산은 그래서 손 전 지사와 다를 수밖에 없다. 자기가 나가는 것보다 상대를 밀어내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서 상대방을 압박하는 고사(枯死) 전략이 양 진영을 떠돌아다닌다.

    수시 기싸움 상대방 압박 고사 전략

    이는 수시로 기싸움으로 표출됐고, 그 가운데 하나가 5월9일 ‘강재섭 중재안’을 둘러싼 대립전선이다. 박 전 대표 측은 강재섭 중재안의 21일 전국위원회(이하 전국위) 상정을 저지할 계획이다. ‘게임(경선) 룰이 뭐가 그리 복잡하냐’는 질타 뒤에 따라붙는 ‘박근혜는 왜 안 받느냐’는 후렴구는 외면하기로 마음먹었다.

    강재섭 중재안이 가결되면 명분과 실리는 모두 이 전 시장의 차지다. 전국위에 상정된 안이 부결되더라도 타격은 크지 않다. ‘강재섭’이란 1차 희생자가 완충역을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양수겸장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처지는 다르다. 실리도 명분도 잃는 최악의 상황에 몰리게 된다. 여기에 밴드왜건 효과까지 겹쳐지면 8월 경선까지 위협받는다. 그야말로 ‘룰’ 하나로 대세를 그르치는 위기에 빠지고 만다. 박 전 대표로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

    ‘원흉’은 강 대표다. 지금 박 전 대표 캠프에는 다 죽어가는 그를 살려놨더니 돌아서서 박 전 대표를 코너로 몰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래서 박 전 대표 측은 강 대표를 무력화(無力化)할 계획이다. 그런데 새로운 동맹군이 강 대표의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이 전 시장의 직계들이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정치 격언이 새삼스럽다.

    불편 男女, 차가운 결별 초읽기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사진 가운데)가 5월10일 당사에서 열린 기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강 대표가 고집을 부리면 박 전 대표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선불참 카드까지 들고 나왔다. 파국을 부르는 첫 번째 시나리오다. 경선 보이코트 뒤를 따르는 절차는 탈당과 독자 출마라는 초강경 행보다. 질 것이 뻔한 상황이 올 경우 박 전 대표는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원칙 없는 경선 룰 개정이 경선 불참의 명분이 된다고 본다. 측근들과 조율 끝에 얻은 결론이다. 이후 상황은 여러 갈래로 흩어지겠지만, 이 전 시장과 강 대표가 고집을 부릴 경우 박 전 대표 측도 경선 불참의 고집을 꺾지 않을 심산이다. 박 전 대표는 이렇게 시간을 끌면서 경선 룰을 원안대로 끌고 가겠다는 태도다.

    1차전이 정리되더라도 잔불은 남는다. 박 전 대표가 민심을 감안해 경선 불참 카드를 접고, 전국위가 강재섭 중재안을 통과시키더라도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 측이 이 결정을 존중할 생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위 표대결까지 간다면 두 후보의 분열은 피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경선 룰을 둘러싼 갈등은 장기전에 돌입하게 된다. 이 과정에 또 한 번의 파국과 결별 위험이 내포한다.

    8월 경선까지 양 진영을 위협하는 화약고 가운데 하나는 ‘네거티브’ 선거전략이다. 박 전 대표 측이 확보한 이 전 시장의 네거티브 자료는 개인사에서부터 재산, 살아온 과거까지 다양하다. 대부분이 검증되지 않은, 그래서 입에 올리기 부담스러운 내용들이지만 임팩트가 커 폭로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이 전 시장 측도 앉아서 당할 리 없다. 박 전 대표의 사생활 등 아킬레스건에 대한 각종 정보와 자료를 취합하는 눈치다.

    현재 양 진영의 감정상태로 본다면 서로 ‘물고 물리는’ 골육상쟁의 혈투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네거티브 플레이가 진행되면 경선 후 양 진영은 한자리에 앉아 밥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어질 게 뻔하다.

    양 진영은 현재 주 2~3회 이상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있다. 당심과 민심의 흐름을 손금 보듯 보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경선 전에 이미 경선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의미다.

    지는 결과를 받아든 후보 측은 지는 게임의 완주를 원하지 않는다. 명분만 있으면 다른 길을 찾는 것이 정치의 속성이자 한계다.

    이 경우 ‘네거티브’ 선거전략은 경선 불참을 선언하는, 판을 뒤엎는 명분으로 활용가치가 매우 높다. 경선 룰 하나에 불참카드가 등장한 상태를 감안하면, 파국 시나리오는 얼마든지 현실이 될 수 있다.

    파국 시나리오 실현 가능성 점점 커져

    파국과 결별 배경에는 4자 필승론이 자리잡고 있다. 4자 필승론이란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2명의 범여권 후보가 동시 출마하는 다자구도를 뜻한다.

    그러나 파국을 막는 장치들도 존재한다. 그중 첫 번째가 정권교체를 바라는 보수층의 감시 눈초리다. 당을 먼저 깨고 나가는 사람은 당장 보수층에게 ‘역적’으로 몰릴 분위기다. 당은 경선 후보를 조기 등록할 계획이다. 경선 룰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경우 등록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은 있지만, 일단 한나라당은 5월에 후보등록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경선 후보등록을 하고 나면 탈당 후 대선에 출마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당은 21일 전국위를 소집해 문제가 된 강재섭 중재안을 처리한다. 이 결과에 따라 한 사람은 웃겠지만 다른 한 사람은 울어야 한다. 그 골을 타고 파국과 결별을 향한 세 갈래 시나리오가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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