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 무르익은 옛 가은선 철길을 내달리는 철로자전거.
둘째 날 06:00~08:30 아침식사`→`08:30~09:10 문경온천(3번 국도)~불정1교 교차로(34번 국도)~호계면~산북 달곡교삼거리(923번 지방도) 등 거쳐 김룡사(054-552-7006) 도착`→`09:10~10:00 김룡사 관람`→`10:00~12:00 김룡사~거산리~전두리 등 거쳐 대승사(054-552-7105), 윤필암(054-552-7110) 관람`→`12:00~13:30 대승사~김룡삼거리~달곡교삼거리~대하삼거리(59번 국도) 등 거쳐 대하리 소나무(천연기념물 제426호) 관람 후 점심식사`→`13:30~14:10 거송가든(59번 국도)~경천댐~동로면 소재지(921번 지방도)~여우목고개~갈평리 등 거쳐 관음리 도착`→`14:10~14:40 전통 망댕이가마 관람`→`14:40~16:00 하늘재 트레킹 후 미륵리 절터 답사`→`16:00~16:20 미륵리 절터(597번 지방도)~수안보~방곡삼거리 등 거쳐 중부내륙고속도로 괴산IC 진입
봄빛이 절정에 이르렀다. 무르익은 봄날, 산길이나 들길을 무작정 걷고 싶어진다. 같은 길이라도 걸어갈 때와 차를 타고 지날 때의 느낌은 비교할 수 없이 큰 차이를 보인다. 자동차를 타면 빠르고 편리하지만 무심코 지나치는 게 너무나 많다. 길가에 소담스레 핀 들꽃도, 생동감 넘치는 대자연의 속살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게 된다.
반면 걸어갈 경우엔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많다. 앞만 보는 게 아니라 때로는 양옆과 뒤도 돌아본다.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한다. 대자연의 소리와 형상, 향기가 오감으로 느껴진다. 당연히 감성이 꿈틀거린다. 대자연의 모든 존재에 관심과 애정도 더욱 깊어지게 마련이다. 자동차로는 감히 엄두내기 어려운 험로까지 거뜬히 통과할 수 있다는 점도 걷기의 장점이다. 트레킹은 가장 쉽고 자연스러우며, 마침내 자연과 하나 되는 레포츠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이맘때 꼭 한번 걷고 싶은 곳으로는 풍광 좋고 오랜 역사와 숱한 사연을 간직한 문경새재가 첫손에 꼽힌다. 문경새재 옛길 트레킹은 충북 괴산군 조령산자연휴양림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자연휴양림의 울창한 숲길을 빠져나오면 이내 문경새재 제3관문인 조령관에 도착한다. 문경새재 세 관문 중 가장 높은 조령관은 해발 650m쯤 된다. 제1관문인 주흘관이 해발 244m이므로 조령관과 주흘관 사이는 400여 m의 고도차가 난다. 6.5km 거리니 오르는 것도 별로 힘들지 않고 내려가기도 편안한 길이다.
문경새재 세 관문 가운데 자연풍광이 가장 수려한 조곡관(제2관문·왼쪽).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 절터의 석불입상.
문경새재 초입 3번 국도변에는 도자기전시관과 유교문화관이 있다. 도자기전시관에서는 오늘날 가장 전통에 충실하다는 평을 받는 문경 도자기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또한 개인이나 가족들도 언제나 도자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체험비는 1인당 1만원이다. 매년 한국전통찻사발축제(054-550-6393)도 열리는데 ‘다시 피는 천년의 불꽃’이라는 테마의 올해 축제는 4월28일부터 5월6일까지 9일간 열릴 예정이다. 유교문화관에서는 지금도 유교적 전통이 강한 문경 안동 예천 영주 등 경북 북부지방의 문화와 풍속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봄날 트레킹 코스로 최고 … 볼거리, 즐길 거리 넘쳐
문경시에는 철로자전거, 클레이사격, 패러글라이딩, 래프팅 등 다양한 레포츠 체험장이 마련돼 있다. 그중에서 석탄산업 합리화 이후 폐선된 문경선과 가은선 철로를 활용한 철로자전거는 꼭 한 번 타볼 것을 권한다. 왕복 4km 코스의 풍광 좋은 철길을 따라 달리노라면 그윽한 꽃향기와 풋풋한 봄바람이 온몸을 파고든다. 주말과 휴일에는 선착순으로 이용할 수 있어 되도록 오전 일찍 찾아가는 것이 좋다.
문경에는 김룡사 대승사 윤필암 등 고찰이 여럿 있다. 김룡사는 아름다운 소나무와 전나무, 활엽수림이 어우러진 숲에 둘러싸여 있고, 대승사는 정교하게 조각된 목각탱(보물 제575호)과 대웅전 정면의 꽃문살이 인상적이다. 세 곳 모두 문경시 산북면에 자리해 한걸음에 둘러보기도 수월하다.
문경에는 백두대간을 넘는 고갯길이 문경새재뿐만 아니라 불란치, 이화령, 하늘재, 벌재 등이 있다. 그중 하늘재는 우리나라 옛길 가운데 맨 처음 열린 고갯길이다. ‘삼국사기’에 “신라 아달라왕 3년(156)에 북진을 위해 계립령을 열었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그 계립령이 바로 하늘재다. 하늘과 맞닿아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지만, 실제로는 해발 525m의 나지막한 고개에 지나지 않는다. 자동차가 없던 시절에는 많은 사람들이 새재나 이화령보다 이 고갯길을 넘나들었다.
오늘날 하늘재를 넘어가는 과객(過客)이 별로 없다. 아예 자동차가 진입할 수 없게 길 양쪽 입구를 통제하는 날이 많은 데다 멀지 않은 곳에 중부내륙고속도로와 3번 국도 이화령터널이 뚫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걷기에 아주 운치 있는 고갯길이 되었다. 문경읍 관음리 쪽 고갯마루에서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 절터까지 3.2km 구간이 줄곧 적당한 경사의 내리막길로 이루어져 있다.
하늘재 아래 미륵리 절터에는 원래 신라 말과 고려 초 사이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륵대원(彌勒大院)이라는 석굴사원이 자리했던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언젠가 당우(堂宇)는 모두 사라지고 지금은 석불입상(보물 제96호), 오층석탑(보물 제95호), 삼층석탑, 석등, 당간지주, 돌거북 등의 석물만 덩그러니 남아 있어 쓸쓸하고도 허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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