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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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바람에 몸 맡긴 ‘굴비 천지’

  • 최미선 여행플래너 / 신석교 프리랜서 여행 사진작가

    입력2005-11-16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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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바람에 몸 맡긴 ‘굴비 천지’

    바닷가에 걸어놓고 건조 중인 굴비.

    부안 곰소만과 함평만 사이에 자리한 영광 법성포는 서해안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포구다. 일찍이 물길이 열려 불교가 처음 들어온 곳이자, 조선시대에는 전라도 2대 창고 중 하나였던 곳이다.

    영광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굴비다. 산란을 위해 추자도와 흑산도 해역을 거쳐 연평도까지 올라오는 참조기는 영광 칠산 앞바다를 지날 무렵 알이 가장 많이 들어차고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매년 음력 3월경, 그물만 던지면 토실토실한 참조기가 한가득 올라오던 곳이 바로 이 법성포였다.

    그러나 지금은 해수의 변화로 칠산 앞바다에서 참조기를 보기 힘들다. 경제적으로 보면 법성포는 이제 황혼기에 접어든 포구다. 한때 잘나가던 어부들의 추억이 담긴 곳으로 북적거렸던 포구는 이제 옛 영화를 찾을 길 없지만 그래도 굴비 말리는 풍광은 여전히 정겹다. 여행자 눈으로 본다면 한적하고 운치 있는 포구로 변신한 셈이다.

    야트막한 산줄기에 둘러싸인 법성포의 첫인상은 아늑하다. 언덕 위 팔각정에 오르면 폭 파묻힌 바다에 고깃배들이 오밀조밀 정박해 있는 포구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떡고물이 많아서일까? 끼룩거리며 연신 고깃배들을 넘나드는 갈매기 소리도 유난히 크게 들린다.

    부새는 하얀색 참조기는 노란색



    바닷바람에 몸 맡긴 ‘굴비 천지’

    갈매기가 나는 해 질 무렵의 계마항.

    법성포 어귀 사거리 한복판엔 굴비의 고장답게 통통한 굴비 세 마리를 두루미 엮듯 만든 조각상이 서 있다. 포구 안쪽으로 들어서면 비릿한 냄새와 함께 거리가 온통 굴비로 덮여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도로가의 집들은 대부분 굴비를 파는 상점이다. 손바닥만한 굴비부터 팔뚝만한 것까지 줄줄이 매달려 있다. 방파제 위도 바닷바람에 꾸덕꾸덕 말라가는 굴비들 천지다. 저마다 입을 쩍 벌리고 말라가는 굴비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미있다. 화난 굴비, 웃는 굴비, 찡그린 굴비…. 굴비에도 표정이 있다.

    굴비 가격도 1만원부터 수십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가격은 어느 집이든 비슷하다. 팔뚝만한 굴비가 10만원인 것도 있다. 크기에 비해 참 싸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참조기가 아니라 조기 사촌으로 통하는 부새다. 이 정도 크기의 참조기 굴비는 40만~50만원 정도. 부새는 하얀색이 나고, 참조기는 마를수록 노란빛을 띤다.

    법성포항에서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아담한 계마항이 보인다. 긴 방파제가 있어 해 질 무렵이면 아늑한 분위기를 찾아 많은 연인들이 들어오는 곳이다. 반면 법성포항에서 돌아 나와 오른쪽 길로 가면 백수해안도로가 펼쳐진다. 길용리 원불교 성지를 지나 백암리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18km. 가는 길목에는 계곡 물줄기가 개펄을 감싸안듯 둥글게 휘감아 흐르다 바다로 이어지는 갯골이 펼쳐지는데 그 모습이 기가 막히다.

    바닷바람에 몸 맡긴 ‘굴비 천지’

    전체 길이가 18km에 달하는 백수해안도로.

    갯골을 지나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해안도로가 펼쳐진다. 탁 트인 바다가 한눈에 보이고 곳곳에 기암괴석이 모습을 드러내 드라이브 길로는 딱이다. 해 질 무렵 이 길에 들어서면 바다를 발갛게 물들이는 노을이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바다 쪽 도로 변에는 정자와 주차공간도 곳곳에 마련돼 있어 느긋한 마음으로 낙조를 즐길 수 있다.

    백수읍 동백마을 ‘마파도’ 촬영지

    해안도로가 끝나는 지점인 백수읍 동백마을에는 엽기 할머니들의 코믹 연기로 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마파도’ 촬영지도 자리하고 있다. 마파도는 영화 속에서는 전남 고흥 앞바다에 있는 섬으로 나오지만 실제 존재하는 섬은 아니다. 영화 속 소재인 대마(大麻)와 노파(老婆)에서 만든 합성어로 촬영지도 고흥이 아니라 바로 이곳이다.

    바닷바람에 몸 맡긴 ‘굴비 천지’

    최근 관광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영광군 동백마을의 영화 ‘마파도’ 세트장.

    현재 1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아담한 마을 어귀에는 ‘마파도 촬영지’라는 간판이 있는데 눈여겨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만큼 아주 작다. 조막만한 돌을 쌓아 만든 돌담이 마치 섬마을에 온 것 같은 이곳엔 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다. 그 안쪽에 자리한 해변 언덕 위에 허름한 흙집 몇 채가 있는데 그곳이 바로 마파도 세트장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항아리를 비롯해 허름한 가구, 절구, 우물 등 영화 속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촬영지에서 나와 해안길을 따라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영광굴비를 더욱 유명하게 한 소금밭인 염산면에 이르게 된다. 영광굴비는 조기 자체도 좋지만 독특한 염장법으로 그 맛을 유지해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옛날처럼 발로 돌리는 수차는 없지만 넓게 펼쳐진 염전 사이로 허름한 소금곳간이 죽 늘어서 있는 모습이 독특한 운치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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